대형마트 안 가기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 계열의 대형 할인점에서 거한 장보기를 하지 않은 지가 1년은 넘은 듯하다. 그전엔 갈 때마다 과일·채소·육류·냉동식품을 비롯한 먹을거리부터 옷가지에서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20만원 안팎을 신용카드로 긁고서야 계산대를 나왔다. 한 번 쇼핑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장점이었다. 일타이피, 일석삼조야말로 우리 가족의 시대정신이었다. 아이들을 카트에 태우고 다니면서 이 고기, 저 미역 등을 공짜로 찍어먹는 재미도 좋았고, 이는 평소에 부실하기짝이 없는 아빠로서의 구실을 가족 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은근슬쩍 메우는 기회이기도 했다. 할인점 가지 않기의 가장 큰 고통은, 평소 10분 이상 시간을 따로 내어 들르던 자동차용품 코너에서의 눈요기(고백건대, 갈 때마다 한두 가지는 꼭 샀다)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렴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제공한다는 미명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갖다 쓰는 중소기업 제품의 단가를 생산원가 가까이 후려치는 대형 할인점의 횡포는 나의 정의감에 불을 질렀다. 내가 누구인가. 낙동강에 페놀을 일부러 흘려보냄으로써 인간과 대자연의 생명력에 생채기를 낸 특정 대기업의 소주를 17년째 불매하고 있는 ‘독한 놈’ 아니던가. 좋은 제품 만들고도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쓸 만한 중소기업들을 그런 식으로 착취하는 건 공정한 거래가 아니다. 설령 내 주머니에서 몇천원 더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더러운 구조’의 일원이 되는 것보단 낫지 싶었다.
파키스탄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다국적 기업의 축구공을 차기에 발이 부끄럽듯, 나는 3천원을 냈지만 그걸 키운 농부는 고작 15원을 가져가는 제3세계 생산 커피를 마시기에 혀가 껄끄럽듯, 국내적으로는 공정 유통의 자세를 확립하고 국외적으로는 공정무역에 이바지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대중의 역사적 사명이 아니던가!
덕분에 한전 사장님은 눈물난다. 주말이면 순대처럼 속이 꽉 찼던 냉장고의 전기 섭취가 준 탓이다. 충동 구매가 준 탓에 공연히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준 것 같다.
대신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매출을 조금씩 올려주고 있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국세보단 지방세를 더 내고 싶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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