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20일 토요일 오후 후배 J로부터 둘째아이를 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J의 전자우편은 이랬다.
“12월20일 오후 1시57분에 2.95kg짜리 둘째딸이 태어났습니다. 애 엄마는 금요일까지 출근해서 일을 마치고, 술 취한 남편 싣고 집에 와서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더니, 아무래도 아기가 나올 거 같다고 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오전 10시59분에 병원에 도착해 3시간 만에 아이가 나왔습니다. 아비·어미 닮아 성격이 급한 모양입니다. 이름은 ‘명서’로 지었습니다.”
편의점에 있는 12월20일치 중앙일간지와 스포츠지 전부와 주간지까지 몽땅 계산대에 내려놓으니 곱게 생긴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이상하게 쳐다보며 “이거 다 사시게요?” 한다. “네!”
5만원 가까이 돈을 지불하고 집에 와서 과 까지 보탰다. J가 출근하면 이걸 전해줄 것이다. 내가 직접 나무로 만든 ‘장난감 기차’와 함께 명서의 20살 생일선물로 주라고….
10년 전 딸아이 돌 때 무슨 선물을 할까 무척 고민했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신문 1면의 서해교전 소식이었다. ‘내가 한 살 때는 세상이 이랬구나.’ 뭔지 모를 감동의 선물이 될 것 같아 1999년 6월12일치 일간지와 잡지를 보관하고 있다. 10년 뒤 아이에게 생일선물로 줄 것이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 지인들 출산일을 기억하며 이렇게 신문을 선물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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