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라이프’에서 독도 등 한국 상징물을 향해 일본 누리꾼들 공격해와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사이버 세상에서도 일본 유저들의 ‘독도 침공’으로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쪽은 ‘이러지 말자’며 흥분 가라앉혀
충돌이 일어난 장소는 3D 가상현실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이용해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이트인 ‘세컨드라이프’. 이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한 누리꾼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거나 남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세계 각국 누리꾼 1500만 명가량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 가상공간에서 한국 누리꾼들은 독도와 독도박물관, 독도카페 등을 만들어놓았는데, 일본 우익 누리꾼 아바타들이 이곳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지난 7월22일 일장기를 단 탱크를 앞장세우고 독도에 몰려와 총격과 함께 핵폭탄을 터뜨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 누리꾼들의 아바타를 똥으로 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도발에 한국 누리꾼들은 비교적 점잖게 대응했다고 한다. 세컨드라이프의 한국 쪽 사업 파트너인 세라코리아 홍보담당자 홍은혜씨는 “처음에는 한국 쪽 누리꾼들도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바로 ‘우리도 덩달아 이러지 말자’며 흥분을 가라앉혔다”며 “강아지 여러 마리를 일본 쪽 누리꾼 주변에 풀어놔 짖어대도록 한 것이 전부이고, 일본 쪽 아바타에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라코리아 쪽에선 독도에 총기를 난사하고 핵폭탄을 터뜨린 일본 누리꾼 아바타가 다시는 독도를 방문할 수 없도록 기술적인 조처를 취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우익 누리꾼들의 간헐적인 도발은 여기저기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 누리꾼이 만든 경복궁과 경회루 앞에 우익 선전차량을 몰고 와 일본 군가를 틀어대거나, 탱크를 몰고 와 태극기에 불을 지르는 등의 도발이 지속됐다. 일본 우익 누리꾼 일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상징이었으나 1945년 미군과 전투 중에 침몰한 야마토 전함(배수량 7만2천t 규모)을 사이버상에서 복원해 몰고 돌아다니는 등 군국주의의 향수를 드러내놓고 표하기도 했다.
사이버 전쟁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 누리꾼들의 대응이 이번에 이렇게 ‘약했던’ 이유는 세컨드라이프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공격에 필요한 아이템(스크립트)도 부족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슈가 터졌을 때 응집하는 힘은 여전하다. 지난달 다음 아고라에 “세컨드라이프에 만든 사이버 독도에 경비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모금하자”는 제안이 떴는데, 수천 명의 참여 속에서 목표금액(480만원)이 금세 성공적으로 모아졌다.
논리적인 대응은 미흡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차분하고 논리적인 대응에서는 모자람이 많은 듯하다. 김은식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사무국장은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종군 위안부는 날조된 것이라는 등 일본 우익들이 만든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100여 편이었고 이와 반대로 위안부의 진실을 알린 UCC는 600편가량으로 더 많았지만, 후자는 대부분이 위안부 피해와는 무관한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들이었고 한국 누리꾼이 만든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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