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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그 뒤] 이건희, 걸린 돈만 4조5373억원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차명계좌만 1199개, 고가 미술품과 차명 부동산, 해외 비자금 등은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전·현직 임원 486명 이름으로 된 삼성증권 계좌 1199개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로 결론이 났다. 또 이학수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 11명의 이름으로 된 삼성생명 주식 324만 주도 이 회장이 주인이 됐다.

비자금 반영하면 세계 거부 순위 껑충

삼성특검의 수사로 드러난 이 회장의 재산은 얼마쯤 될까? 미국 경제지 의 ‘2008년 억만장자 명단’(The World’s Billionaires 2008)을 통해 가늠해보자. 가 지난 3월5일 발표한 보유재산 10억달러 이상의 세계 거부 1125명 명단을 보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형제가 각각 28억달러로 412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재산은 20억달러(약 2조원)였다. 605위다. 지난 2006년 100위 안(82위)에 들었던 이 회장은 이번에는 6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아들 이재용 전무는 707위에 올랐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를 반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해 4조5373억원(2007년 12월 말 기준)의 차명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 형태로 보관돼온 재산이 가장 많아 4조원이었다. 여기엔 삼성 임원 명의로 차명 보유해온 삼성생명 지분 2조가량이 포함돼 있다. 예금은 2930억원, 채권은 978억원, 수표는 456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차명계좌 1199개를 이용해 삼성 계열사의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 5643억원을 남겼다.

이 회장이 보유한 기존의 20억달러와 특검이 확인한 재산 50억달러를 합치면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은 모두 70억달러가 된다. 그러면 100위대 초반으로 진입한다. 여기에는 에버랜드 수장고에 들어 있는 7천여 점의 고가 미술품, 특검이 수사도 하지 않은 차명 부동산과 해외 비자금 등 각종 의혹의 대상이 빠져 있다.

물론, 이 회장은 삼성 계열사 주식거래를 하면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이 밝혀져 세금을 물어내야 한다. 여기에 가산세가 더해질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2천억~3천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돈 12배 불린 ‘이재용 재테크’

삼성특검 수사 결과, 이재용 전무의 놀라운 재테크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 전무는 1994~98년에 주식을 사고팔아 61억원으로 775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종자돈의 12배에 이른다.

이 전무는 1994년 이건희 회장한테 61억원을 증여받았다. 그는 이를 종자돈 삼아, 에스원이 상장되기 전 18만 주를 사들였고, 상장 뒤 곧바로 되팔아 356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역시 상장 직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여 주를 사서 상장 뒤 팔아 279억원의 차익을 거둬들였다. 제일기획 주식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사고팔아 141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 전무는 벌어들인 재산으로 삼성에버랜드·전자·생명 등 핵심 계열사 주식을 대거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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