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먹는 ‘미래 자동차’ 개발에 본격 나선 국내 자동차회사, 더 쉽게 대중화 가능한 하이브리드차도 눈앞에 성큼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교토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고 국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료전지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킬 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전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21세기 자동차 전략을 연료전지차에 맞추고,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연료전지차 상용화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친환경차 개발에 자동차 사업의 미래가 걸려 있는 건 분명하다.
각국 정부들 발벗고 나섰네
수소연료전지차는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의 미래’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자동차 메이커별로 판매 차량 중 완전 무공해(ZEV)·저공해 자동차 비율을 10% 등으로 의무화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연료전지차 개발경쟁에서 뒤처지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와 혼다가 2002년 12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차를 시판했고, 미국은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공동 참여하는 국가 프로젝트(프리덤카·Freedom Car)를 통해 연료전지차 개발과 수소 공급 인프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친환경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체연료 자동차 개발에 각국 중앙·지방 정부들까지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다. 수소에서 동력을 얻어 바퀴를 굴리는 수소연료전지차는 기존 화석연료(석유) 내연기관과 달리 이산화탄소·질소 산화물 등 어떤 공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고 수증기만 배출한다.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는 2003년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 주최의 로드랠리에서 싼타페 연료전지차 완주에 성공하면서 연료전지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미국의 연료전지 개발업체인 유티시퓨얼셀(UTCFC)과 공동으로 투싼 연료전지차를 개발해 개가를 올렸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투싼 연료전지차 16대는 현재 미국 에너지성이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사업에 투입돼 주요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과 제휴 관계를 맺고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투싼 연료전지차는 △영하 20℃에서도 시동이 가능하고 △주행거리와 출력 등 성능이 개선됐고 △신기술 연료전지를 적용해 고효율을 내는 친환경 차량이다. 연료전지차가 상용화되려면 차량의 시동 한계온도를 영하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주행 측면에서 투싼 연료전지차는 출력 80㎾, 1회 충전 주행거리 300km, 최고속도 150km/h, 가속성능(0→100km/h 도달 시간) 15초를 갖췄다고 한다. 또 차량이 충돌하면 차량 뒤편에 장착한 수소통에서 수소가 누출될 수 있는데, 이를 예방·차단하기 위한 수소누출 감지·충돌센서를 적용해 안전성도 크게 높였다. 현대차는 또 캘리포니아 치노시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했는데, 이 설비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고 △하루 평균 수소 생산량 15kg △차량 대당 충전 시간 2분 이내 △하루 충전 가능 자동차 30대 규모다.
국내에서 현대·기아차는 현재 9대의 연료전지차를 시범 운행 중이다. 특히 2005년에 개발한 스포티지 수소연료전지차 1대를 외부 민간기관에 제공하고, 실주행 평가를 통해 상용화를 타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스포티지 수소연료전지차는 80㎾급 연료전지 스택을 탑재했는데, 350바(bar·1바는 1.01㎏/㎠)의 수소를 1회 충전해 350km를 주행할 수 있다. 또 정부 지원으로 추진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모니터링 사업’(국비 240억원·민자 240억원)에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4대를 투입해 연료전지의 내구성·신뢰성·환경성 등을 평가받는 중이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3세대 연료전지 콘셉트카인 ‘아이블루’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블루는 100㎾의 출력으로 1회 수소 충전 주행거리 600km, 최고속도 165km/h로 기존 투싼 연료전지차에 비해 완성도가 크게 향상됐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현대·기아차, 2012년부터 소량생산 체제
연료전지차는 고압수소 저장기술이 핵심이다. 현대·기아차는 남양연구소에서 350기압 수소 충전에 성공했고, 용인 환경기술연구소에서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 충전소를 설치해 수소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기아차는 연료전지차 생산 대수를 2009년 34대, 2010년 500대로 늘린 뒤 2012년부터 소량생산 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GM대우의 경우 200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친환경 콘셉트카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보레 볼트는 전기충전 구동 방식의 플러그 인 전기 자동차로, 일반 가정에서 110V 전원에 연결하면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실용화에 근접한 전기 자동차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가솔린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면, 시보레 볼트는 전기 동력으로만 운행되고 내연연소 엔진은 배터리 충전을 위한 보조 장치 구실을 한다. 한 번 충전으로 64km를 달릴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거리는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함으로써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즉, 하루 64km 이하를 운행할 경우 연료 주입 없이 전기 힘으로만 달릴 수 있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다. 특히 GM이 2006년에 선보인 수소연료전지차 ‘시퀄’(Sequal)은 1회 수소 충전으로 480km 주행이 가능하고, 출발 뒤 100km를 10초 안에 돌파하는 등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된 수소연료전지차 모델로 꼽힌다.
국내 GM대우도 2005년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드로젠3’을 공개했다. 하이드로젠3은 압축 수소로부터 동력을 얻는 5인승 전륜구동 연료전지 차량으로, 82마력의 전기모터는 0→100km/h 가속에 16초가 소요되고 최고 160km/h 주행이 가능하다. 1회 수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270km에 달한다. 2004년 유럽 14개국에 걸쳐 1만km 이상을 주행해 수소연료전지차 마라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도 성능과 내구성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는 어떨까? 수소연료전지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지만 기술적 어려움이나 수소 충전소망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대안으로 눈을 돌린 것이 하이브리드차다. ‘하이브리드’는 ‘혼합·복합’이란 뜻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자동차의 장점을 조합해 저공해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절충형 구조다. 기존 화석연료 엔진과 전기모터 두 가지 구동 방식을 혼합한 것인데, 하이브리드차는 더 쉽게 대중화할 수 있는 미래형 차량으로 꼽힌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신호대기처럼 차량이 정차할 때는 엔진이 정지돼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최소화하고, 주행 때는 필요에 따라 전기모터에 의해 동력을 보조해 가속 성능이 향상된다. 감속·제동 때는 여분의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사용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차는 2006년 39만 대, 2007년 51만 대가 판매됐다. 올해 75만 대, 2010년 100만 대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충형 구조 하이브리드차
현대·기아차는 199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차,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한 데 이어 2004년에 클릭 하이브리드차 50대를 정부에 납품했다. 이들 차량은 경찰청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2005년부터 최근까지 신형 베르나·프라이드 하이브리드 차량 2800여 대를 생산해 정부에 납품했다. 이들 하이브리드 차량은 현재 서울·수도권의 거리에서 주행 중이다. 클릭 하이브리드차는 연비가 18.0km/ℓ로 기존 가솔린 차량(연비 12.1km/ℓ)보다 높다. 베르나 하이브리드차에는 배기량 1400㏄의 엔진을 장착해 연비 18.9 km/ℓ를 실현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30% 정도 줄였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준중형급 저공해 LPG 모델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가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면, 쌍용차는 디젤엔진 하이브리드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가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한 ‘디젤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는 30kW급 전기모터와 여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340V급의 고전압 배터리를 적용한 시스템이다. 특히 토크(회전동력) 분배 장치를 통해 전기모터의 동력을 결합 혹은 차단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주행이 가능하다. 쌍용차에 따르면, 연비는 기존 동급 차량에 비해 25% 정도 향상됐고, 질소 산화물 배출은 약 10%, 매연 또는 미세먼지(PM)는 약 15% 줄었다.
하이브리드 시내버스도 곧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하이브리드 시내버스 12대를 개발해 수원·인천 지역의 실제 도로에서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이 하이브리드 시내버스는 주행 중에 잠깐 정차하면 엔진 시동이 저절로 멈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해준다. 현대·기아차 쪽은 “이 하이브리드 버스는 연비가 약 15∼20% 향상되고 부품 비용이 저렴해 시장 상용화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차량 소유자마다 500만원씩?
수소연료전지차는 과연 언제부터 보급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 자동차산업연구소 최상원 차장은 “수소연료전지차의 성능이 기존 가솔린 내연기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그러나 상용화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첫째, 아직 보급이 안 되다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다. 물론 보급이 늘수록 가격은 점차 떨어지게 될 것이다. 둘째, 수소충전소망을 곳곳에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고압 액체수소를 만들어 작은 수소통에 넣는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큰 수소통 여러 개를 자동차 뒤편에 싣고 다닌다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구자료를 보면, 미국에 굴러다니는 자동차가 2억3천만 대인데, 차량 소유자마다 우리 돈으로 50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하면 이 돈으로 미국 전역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수소연료전지차가 보급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전세계에 운행 중인 수소연료전치차는 모두 400대에 이른다.
|
각국 자동차 업체들은 저공해 자동차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수소·천연가스·에탄올·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체연료 자동차’를 개발해왔다.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현재 제한적 범위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대체연료 자동차의 하나인 ‘연료전지(Fuel Cell)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달리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발생된 전기에너지로 구동되는 차량이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능가하는 연료 효율과 정숙성을 갖고 있는데, 가솔린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이 20%에 불과한 반면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은 40∼60%로 매우 높다. 또 물 이외에는 아무런 배출물도 없는 친환경 자동차다.
각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발 중인 연료전지차는 대부분 수소 연료를 이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이다. 대체연료 자동차의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탄올이나 청정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차도 결국 메탄올이나 가솔린에서 수소를 뽑아내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라고 할 수 있다. 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가 높은 열효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료 생산부터 구동까지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그 어떤 대체연료 자동차보다 적다.
기존의 내연기관(가솔린·디젤엔진)이 연료를 폭발시킨 힘으로 구동축을 돌리는 데 비해, 연료전지차는 전기모터가 구동축을 돌린다. 이때 전기모터를 돌리는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것이 바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전해질을 사이에 두고 두 전극이 샌드위치 형태로 위치하며, 두 전극을 통해 수소이온과 산소이온이 지나가면서 전류를 발생시키고 그 부산물로 열과 물을 생성한다. 연료전지의 음극을 통해 수소가 공급되고 양극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면서 전류가 흐르고, 다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되는 것이다.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은 크게 △연료변환기 △연료전지스택(fuel cell stack) △인버터로 나뉜다. 연료변환기는 천연가스나 메탄올, 가솔린 등 탄화수소 연료를 순수한 수소가스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다. 이렇게 변환된 수소가스와 공기 중의 산소는 연료전지스택으로 공급돼 전류를 만들게 된다.
물론 수소를 직접 에너지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차라면 연료변환 장치가 따로 필요 없다. 즉, 연료변환 장치 대신 수소통을 차량 내부에 싣고 다니게 된다. 연료전치차 개발 초기에는 메탄올이나 가솔린 탱크와 물탱크를 차량 뒤편에 따로 실은 뒤 이를 연료변환기와 연결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메탄올·가솔린 탱크와 연료변환기가 차량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문제가 대두됐고, 그래서 지금은 연료변환 장치를 따로 두지 않고 수소통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차량 내부에서 직접 수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소가 다 떨어지면 수소충전소에 가서 새로 채워넣는 식이다.
현재 BMW만이 가솔린 자동차처럼 실린더에 수소를 직접 분사하는 ‘수소내연기관’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소를 연료전지스택에 공급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화내서 미안” 명태균에 1시간 사과 ‘윤석열 음성’…검찰이 찾을까 [The 5]
[단독] 한동훈, 친윤에 엄포 “공천개입 수사, 김 여사까지 갈 수도”
[단독] 감사원, ‘최재해 탄핵 대응’ 간부 전원 소집…집단 반발하나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한동훈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불법정차 뒤 국힘 점퍼 입어”
한동훈, 정년 연장이 청년 기회 뺏는다는 지적에 “굉장히 적확”
대통령실 “감사원장 탄핵, 야당 입맛대로…헌법 근간 훼손”
‘검찰 특활비’ 날린 민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국힘 반발
한 대표, ‘당게’ 논란 연계 말고 ‘김건희 특검법’ 당당히 찬성해야 [사설]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