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다에 ‘폭탄’이 떨어지고 100일, 106가구 주민 생활 실태 조사…83% “수입 전혀 없다”
▣ 태안=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상국이네 넘어가네, 넘어가.” 3월11일 화요일 오후 1시. 충남 태안군 의항리 바닷가 태배에서 방제작업을 하던 주민 30여 명이 누군가의 외침에 깜짝 놀라 돌아봤다. 쓰레받기로 기름을 퍼나르고 있던 김봉순(49)씨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더니 점심 대신 먹은 인절미를 다 토해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아내를 본 남편 권진하(55)씨가 50m쯤 떨어진 곳에서 기름을 닦아내던 흡착포를 든 채 놀라 뛰어왔다. 구급차를 기다리려니 마음이 바빠 곧장 아내를 집에 있는 트랙터에 싣고 동네 보건소로 향했다.
누가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의항리에서 쓰러진 사람은 김씨만이 아니다. 하루 전인 3월10일에는 횟집을 운영하는 이문교(59)씨가 기름 제거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떠났다. 이씨는 “기름 속에서 석 달을 살았더니 매일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럽다”고 했다. 의항리 주민 김병란(51)씨는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언제 누가 또 쓰러질지 어떻게 아냐”고 낯빛을 흐렸다.
김봉순씨를 진찰한 보건소 의사는 “신경을 많이 써서 몸이 약해져 있는데다 기름 냄새를 많이 맡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쇼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영양제를 맞으며 보건소에 누워 있어야 했다.
같은 날 저녁 6시. 의항리 의항 들머리에서 개목항까지 들어가는 좁은 길에 횟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해가 저물어 주변이 어둑했지만 가게들은 불도 켜지 않은 채다. 횟집 문 앞에 놓인 수족관은 텅 비어 있었다. 굳게 닫혀 문을 열기도 조심스러웠다. ‘의항 원조 횟집’ 간판을 단 가게 앞을 서성이다 문을 열었다. 문 여는 소리에 주인 김진수(58)씨가 놀란 표정으로 나왔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다. “석 달째 손님이라고는 코빼기도 못 봤어요.” 그는 아침 8시30분에 호랭이목으로 방제작업을 갔다가 오후 4시쯤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호랭이목은 의항에서 가까운 갯벌로, 생긴 모양이 호랑이 목처럼 잘록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집에 오면 멍하니 천장만 보고 앉아 있다. 속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가게 테이블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횟집을 나와 개목항에 들어섰다. 빈 배 10여 척이 묶여 있다. 기름 제거 작업을 끝낸 문경운(71)씨가 마을에서 항구로 걸어 내려가고 있다. 문씨는 “방제작업이 끝나면 할 일이 없고 마음이 허해서 매일 부둣가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1t짜리 소형 동력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주꾸미, 우럭, 광어 등을 잡았다. “지금이 주꾸미가 좋을 때여. 여기 항구 앞이 이렇게 개미새끼 한 마리 없는 건 처음이여. 이 시간이면 늘상 도매상 수십 명이 와글와글 모여서 배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바다가 죽으니께 마을이 조용해졌지.”
사고 이후 의항2리에서 굴 양식을 하며 살던 어민 이영권(66)씨가 농약을 마시고 세상을 등졌다. 다른 마을에서도 누가 농약을 마셨다는 소식이 돌았고, 또 다른 마을에선 농약을 마신 채 몸에 불을 질렀다는 끔찍한 얘기도 들렸다. 김관수 의항2리 이장은 “우리는 폭탄을 맞았다”고 했다.
그 사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바다는 눈에 띄게 제 빛을 찾아갔다. 언론들은 그 광경을 보며 ‘태안의 기적’이라 찬양했다. 3월15일은 원유 1만2547천㎘가 바다로 흘러든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태안에는 기적이 일어났을까.

“석 달째 돈 구경을 못했다”
은 바닷가를 끼고 있는 의항2리와 모항1리 두 마을에 사는 106가구를 만나 사고 이후의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설문에 응한 106가구 가운데 30가구는 맨손 어업에 종사했고, 다른 45가구는 어선을 부리며 양식장에서 굴, 해삼, 전복 등을 땄다. 14가구는 식당·슈퍼를 운영했고, 5가구는 농사를 지었다. 맨손 어업이란 갯벌에 나가 굴과 바지락 등을 캔다는 뜻이다. 모항1리에는 284가구 900여 명이, 의항2리에는 149가구 361명이 산다.
사람들은 갑자기 닥친 불행 앞에서 허둥대고 있었다. 조사 대상 106가구 가운데 83%인 88가구가 기름 유출 사고 뒤 “수입이 전혀 없다”고 했다. 여름에 놀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민박을 치고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홍정자(67·여)씨는 “석 달째 돈 구경을 못했다”고 말했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타지에 보내고 혼자서 굴을 깐 돈으로 살고 있는 박아무개(68·여)씨는 “집에 들어가 누우면 미치고 팔짝 뛸 것 같다”며 “큰아들이 돈을 좀 해달래서 새마을금고에서 2천만원을 꿨는데… 굴 까서 갚으려니 했는데…. 지갑이 바짝 말라서 이걸 어쩌나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굴까기 1등’이다. 많이 깔 때에는 혼자서 20kg씩 거뜬히 깠다. 그러나 지금은 “무릎이 아픈데 태안읍까지 나갈 차비도 없어, 아들네가 매달 돈을 보내주는 옆집 할매에게 돈을 꿔 병원에 갔다 왔다” 하며 지낸다.
생업의 터전인 바다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된 마을 주민들은 지금 모두 방제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아침 8시30분이면 태배, 호랭이목, 청운대, 가뫼, 신내리 등으로 흩어진다. 아직도 바다 앞의 돌을 뒤집으면 기름이 흥건한 지역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다녀간 곳은 어느 정도 깨끗해졌지만,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한참 떨어진 의항리 쪽은 여전히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호랭이목 근처에 사는 정한희(83·여)씨는 “방문을 열면 머리가 아프고, 눈이 뻐근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기름 유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8일부터 일요일만 빼고 매일같이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마을 할머니들은 모여서 기름을 닦을 헌 옷가지들을 포대에 담는 일을 했다. 기운이 조금 센 할아버지와 젊은 남자들은 바다로 나가 할머니들이 담아 둔 옷가지들과 흡착포로 기름을 닦았다. 이렇게 일한 게 넉 달째지만 이들이 ‘방제작업 인건비’를 받은 것은 12월 한 달간 20여 일에 불과하다.
굴을 까서 생계를 유지해온 박정숙(62·여)씨는 “돈을 언제 준다는 건지 아무도 말이 없어서 답답해 미치겠다”고 말했다. 방제작업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하 기금)의 한국 쪽 의뢰인인 손해사정 업체 코모스가 고용한 방제 업체들이 맡는다. 이 업체들이 다시 마을 주민을 고용한다. 그러나 방제 인건비는 기금에서 지급하므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코모스의 한 관계자는 “방제작업이 불필요하게 이뤄진 건 아닌지 사정을 거치고 서류 절차를 밟아야 기금에서 돈을 내준다”면서 “통상 사정 작업은 기간이 오래 걸리므로 언제 인건비가 지급될지는 우리도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생계비 등급 문제로 고성 오가
인건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지난 석 달간 빚을 얻어 생활을 꾸렸다. 조사에서 전체 가구 중 45가구가 12월7일 이후 “부채가 생겼다”고 답했다. 은행 대출(23가구), 신용카드 현금서비스(6가구), 마이너스 통장(6가구) 등을 주로 이용했다. 지난 설 연휴 이전에 우선 지급된 생계비 덕에 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 낮아졌다. 생계비는 A~D등급까지 차등 지급됐다. 많이 받은 집은 470만원, 적게 받은 집은 100만원 선이었다. 손에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방기남(71·여)씨는 “그나마 받은 생계비도 다 써서, 앞으로는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계가 곤란해진 탓일까. 취재 중에 만난 적지 않은 주민들은 말 한마디 하기 싫다는 표정이거나,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의항리에서 배를 몰았던 문아무개(65)씨는 방제작업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시간에 계속해서 불평을 터트렸다. “밥맛도 없고, 일할 맛도 안 나. 마을 사람들도 다 싫어.” 그는 다른 주민이 말을 걸어도 “참견하지 마”라며 화를 냈다. 의항리에서 “자상하다”고 소문난 김아무개(62)씨는 “요즘 처음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다”며 “생계 희망이 없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이웃 간의 다툼도 부쩍 잦아졌다. 조사에 응한 106가구 중 79가구가 “사고 뒤 주민 갈등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갈등 원인으로는 ‘정부 지원 및 보상과 관련한 입장 차이’(58가구), ‘사소한 의견충돌’(17가구)을 많이 꼽았다. 응답자의 31명이 “부부싸움이 잦아졌다”고 밝혔고, 15명은 “가족 간에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항리는 자원봉사자 문제로 한때 시끄러웠다. 지난 2월25일 모항리 주민 홍아무개(35)씨가 태안군청에 “자원봉사자들을 모항1리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전화한 것이 발단이었다. 방제 업체에서 기름이 많이 제거됐으니 일당을 줄 수 있는 인원을 1천 명 정도 줄이겠다고 하자, 몇몇 주민들이 ‘자원봉사자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하루 6만(여성)~7만원(남성)인 일당이라도 주민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정낙민 모항1리 이장은 “이 일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그 뒤 다시 회의를 열면서 자원봉사자들을 거부한 홍아무개씨 등 청년들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와중에 두 차례 시끄러운 소리가 오갔다”고 말했다.

주민 63명 “‘죽고 싶다’는 생각 해봤다”
우선 지급된 생계비의 등급 문제를 놓고도 고성이 오가는 일이 생겼다. 7t짜리 배를 운항하던 성옥대(59)씨는 “배로 고기를 잡고 자연산 전복과 굴을 따 팔아서 먹고살았다. 우리는 농사 한 평 안 짓고 바다만 믿고 살았는데, 바다가 기름에 오염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와 농사도 짓는 사람들이 똑같은 생계비를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울한 것은 농사짓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고구마, 감자, 마늘, 토마토 등 작물 농사만 짓는 조단호(55)씨는 “감자, 토마토, 참외 등 철따라 지은 열매들을 여행객에게 팔아서 하루 10만~20만원씩 벌었다. 근데 지금 사고로 여행객이라고는 아무도 안 온다. 농사를 짓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38)씨는 “돈 몇 푼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돈이 없으니 인심도 가물고 있다. 강아무개 할머니는 “이 마을에 이번주만 해도 혼사가 네 집인데, 맘껏 축하를 못해준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축하를 허고 말고 할 게 있지. 집집마다 돈이 가물다 보니 인심도 가물었어.” 방제작업을 마무리하던 이부규(54)씨는 “도대체 요즘 웃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술도 먹고 노래도 하고 마을 전체가 즐거웠는데, 요새는 기름 냄새를 맡고 나면 다들 몸도 뻐근하고, 이래저래 우울하다”고 말했다.
3년 전에 정년퇴직을 하고 은행 대출을 얻어 바닷가에 펜션을 지었다는 정아무개씨는 하루 종일 펜션에 멍하니 누워 지낸다. “주소지를 마을로 이전하지 않았다고, 아예 방제작업에 끼워주지 않는다. 할 일이 없으니 하루 종일 누워 있다. 기름이 터지기 전까지는 마을에서 토박이든 외지인이든 너나 할 것 없었는데, 딱 일이 터지고 나니까 외지 사람이라고 일당 버는 일에도 낄 수 없다. 오도 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태안 주민들은 막막함과 분노 속에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었다. 설문에 응한 주민 63명이 “기름 유출 사고 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밝혔다. ‘경제적 어려움’(44명), ‘생계 대책 없음’(29명),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23명)를 그 이유로 꼽았다. 해녀 일을 했던 강희선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는 2~3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작은 어선 한 척을 갖고 있는 문종혁(54)씨는 “텔레비전을 돌리다가 삼성 고위 관계자들 얼굴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와, 텔레비전을 부수고 싶다”면서 “멀쩡한 바닷가에 서 있는 배를 들이받아놓고, 삼성은 왜 입을 싹 닫고 있냐. 박은 건 지들인데, 우리 앞날만 캄캄해졌다”고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3월13일 의항2리 신내리 바닷가에서 열린 ‘유류 유출 100일 특별방제 행사’에 모인 참석자들 가운데 태안 주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태안군청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진태수 군수와 군청 직원 300여 명, 농협중앙회·지적공사·해양경찰서·한국전력·서산경찰서 관계자 300여 명, 자원봉사자 200여 명 등 ‘조직적으로’ 모인 사람들만 북적였다. 일부 주민들은 “시급한 주민 생계를 챙기지는 않고 생색내기식 행사나 벌이고 있다”고 군청에 분통을 터뜨렸다. 행사를 기획한 태안군청 기획계 담당자는 “보상 문제에 태안군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원봉사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느 때처럼 호랭이목으로 기름 제거 작업을 하러 가던 김아무개(68)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군수를 위한 행사지 우리를 위한 행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8)씨는 잔뜩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의항리에는 아직도 굴을 까면 꺼먼 기름이 뚝뚝 떨어져. 며칠 전에 해삼을 건졌더니 해삼에서도 기름내가 풀풀 나. 바다가 새카매졌는데, 어서 오시라고 관광객이랑 자원봉사자한테 손 흔들면 뭐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배상하면 군은, 정부는 뒷짐만 져도 된단 말이여? 우리를 두 번 죽이려는 게 아니고 뭐여?”
군청이랑 군수 위한 100일 행사
태안 바다가 ‘기름의 늪’에서 회복되려면 적어도 2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주민들 마음속의 ‘상처와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기는커녕 더 시커멓게 엉겨붙고 있는 듯했다. 10년 전 의항2리에 들어온 김아무개(44)씨는 “먹고살 길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디 갈 곳도, 갈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바닷일이고 민박일이고 닥치는 대로 하며 이제 겨우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앞이 캄캄해요. 4살 된 아들하고 매일같이 캄캄한 방에만 들어앉아 있지요.”

![]() | ||||
![]() | “우울하다, 자꾸 눈물이 난다” |
태안 주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경희대 강남한방병원이 3월13일 만리포 바닷가에 무료 진료소를 열자, 주민 300여 명이 찾아와 “눈이 껄끄럽고 시리고 아프다” “온몸이 쑤신다” “우울하다, 자꾸 눈물이 난다, 괴롭다” 등 갖가지 증상을 호소했다. 안과 질환, 근육 통증, 우울 증상 등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녹색연합, 생명인권운동본부 등이 지난 2월16~17일 태안 주민 325명을 상대로 실시한 건강영향 실태조사에서도 방제작업에 참여한 주민의 70%가 두통, 58%가 메스꺼움, 56%가 어지러움, 51%가 눈따가움을 호소했다. 정신건강 관련 응답자 310명의 55%인 170명은 분노, 회피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1%의 주민이 우울, 35%의 주민이 강박장애를 호소했다(복수 응답). 통상 자동차 사고자의 12%, 성폭행 피해자의 8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에 견주면, 심각한 피해 양상이다.
기름 유출이 지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통계가 있다. 미 펨브로크셔 해안 근처에서 1996년 7만2천t의 원유가 유출됐다. 기름에 노출된 4개 마을과 노출되지 않은 2개 마을을 비교해 조사한 결과, 노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2배가량 높은 불안과 우울 점수를 보였다. 두통(2.35배), 눈 쓰림(1.96배), 목 따가움(1.7배) 같은 육체적 증상도 훨씬 많았다. 또 89년 알래스카 해역의 엑손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고 1년 뒤, 노출 정도에 관계없이 주민의 20.2%가 ‘범불안장애’를 보였다. 기름에 노출된 정도가 높은 마을의 주민은 그렇지 않은 마을의 주민에 견줘 범불안장애는 3.6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2.9배, 우울 증상은 2.1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오세훈 부인 강의실 들어갔다가 기소…‘더탐사’ 전 대표 무죄 확정
지진에 끊어지는 52층 다리 점프한 한국인…“아내·딸 생각뿐”
[단독] 이진숙 ‘4억 예금’ 재산신고 또 누락…“도덕성 문제”
세상의 적대에도 우아한 68살 배우 “트랜스젠더인 내가 좋다”
계엄군, 케이블타이로 민간인 묶으려 했다…‘윤석열 거짓말’ 증거
[사설] 헌재 ‘윤석열 파면’ 지연이 환율·신용위험 올린다
‘용산’ 출신, 대통령기록관장 지원…야당 “내란 은폐 시도”
‘65살’ 노인 연령 기준, 44년 만에 손보나…논의 본격화
산불에 할머니 업고 뛴 외국인, 법무부 “장기거주 자격 검토”
탄핵소추 111일 만에…4일 11시 ‘윤석열 심판’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