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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총선] 총선 키워드는 ‘참여정부’?

등록 2008-03-28 00:00 수정 2020-05-03 04:25

대통령이 ‘경제 위기론’ 띄우고, 한나라당은 ‘안정적 의석’ 강조하면서 ‘참여정부 책임론’ 부각할 듯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4·9 총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사람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번 총선이 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대선 뒤에 딱 붙어 있다는 환경 때문이다.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이긴다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이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한나라당 반전 카드 ‘안정론’

상황은 반전됐다. 한때 ‘200석 시대’를 예고하던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 책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인수위 단계부터 ‘어륀지’ ‘고소영’ ‘강부자’ ‘S라인’ 등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이 대통령이었다. ‘명계남(이명박계만 남았다) 공천’이라는 조롱에 시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공천 싸움의 배경도 이 대통령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총선을 준비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MB맨들의 고전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내놓을 반전 카드는 뭘까. 안정론이다. 첫째도 안정론이고 둘째도 안정론이다. 김학송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국제적 환경이 좋았지만 지금의 국제 정세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선 당시 약속한 것처럼 경제를 확실히 살리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안정적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말은 이 대통령이 3월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절엔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오일쇼크 이후에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며 경제 위기를 강조했다. 발언 요지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여권이 안정론을 강조하는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 위기론을 한껏 띄운다. 그러면 한나라당에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안정적 의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여권은 안정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참여정부 책임론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위기가 참여정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3월19일 “최근 5년간 당장의 수출 호황만 믿고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나,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노무현 정권이 대응 능력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한 것 모두 참여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었다.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려라

다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이다. 표현은 자극적이었지만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왜 논쟁적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을까.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견제론은 명쾌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짓을 보면 되니까. 하지만 안정론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냥 막연히 안정론을 내놓으면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집권세력이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어륀지’니 ‘고소영’이니 ‘명계남’ 같은 사고를 쳐왔는데, 그런 세력이 ‘지금 이대로 안정돼야 할 것 아니냐’며 표를 달라고 하면 주겠나.”

설익은 정책 발표와 인사 파동 등으로 구석에 몰린 이 대통령과 여권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참여정부 불러내기’를 통한 안정론 강조라는 이야기다. 참여정부 불러내기는 경제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이 대통령과 여권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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