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중심과 국기 기획은 시대착오적…통합보다 부처 간 파트너십 유도가 더 바람직”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1월16일 오후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개편안의 내용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뭔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중앙 행정조직을 현행 18부 4처 18청 10위원회에서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날이었다.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으로 정부조직 개편 실무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박 의원은 “글로벌 시대 선진 각국 추이에 따라 작은 정부와 융합의 흐름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통합을 지향하는 ‘자체 완결형’ 문제 해결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정부조직이 다 나뉘어 있어 부처별, 국별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결실을 맺지 못하는 수가 많았다. 이렇게 산발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한 군데로 광역화해 지지든 볶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완결형을 지향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기획재정부’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를 ‘외교통일부’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인재과학부’로 합친 게 그런 맥락이란 설명이다.
10년 이상 필요성 제기된 곳만 개편해야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행정학)는 인수위 개편안을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고 총평하면서 일정하게 동의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 같은 중앙부처의 역할은 크게 줄어 참여정부 때부터 손을 댈 상황이었고, 행정학자들 사이에도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의 정신으로 거론된 ‘대부처주의’도 일정하게 평가할 점이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인다. 부처 할거주의탓에 벌어지는 영역 다툼 행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도 “부처 개편은 공감대를 이룬 부분으로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합쳐놓으면 잘될 거라는 유혹에 빠지는데, 조직은 로봇이 아니라 생물체다. 둘을 합쳐놓으면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힘의 논리로 지배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져 그게 더 심하다.”
따라서 부처 개편은 10년 이상 꾸준히 필요성이 거론돼온 곳을 중심으로 하고, 무리한 통폐합보다 부처 간 파트너십을 맺도록 유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예컨대 과학기술부 같은 경우 21세기를 이끌어갈 나노, 바이오, 원자력 산업을 키우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부총리 기관으로 격상시켜놓았는데, 이걸 다시 바꾸면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를 합쳐놓으면, 힘의 논리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산자부 조직에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인력들이 밀려날 수 있다고 했다.
상징성 높은 통일부를 폐지하는 방안과 더불어 크게 비판받는 또 다른 대목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쳐 기획재정부로 만드는 부분이다. ‘기획’이란 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처럼 국가가 모든 걸 이끌던 때에 필요한 개념이어서 달라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장 중심으로 간다면서 국가가 기획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으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사람들이 시대 변화의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기획이란 이름은 빼야 한다.” 김 교수는 또 “미래는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정부를 재편해야 함에도 둘을 따로 떼놓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재고 필요성도 아울러 제기했다.
박광국 교수는 “정부 개편에서 똑 떨어진 정답은 없으며 일반적으로는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을 위해 잘 마무리지어야 한다. 정부라는 건 실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서 두 번, 세 번, 네 번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 자칫 개악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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