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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흐름으로 본 BBK사건] 주가 조작 정말 몰랐을까

등록 2007-11-16 00:00 수정 2020-05-03 04:25

e뱅크증권중개 출자금 35억원 옵셔널벤처스 계좌로… 내부 비상연락망 맨 위에 MB 이름 있어

▣특별취재팀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BBK 사건’의 진실의 뚜껑이 열리고 있다.

BBK투자자문의 대표를 지냈고 이명박 후보와 함께 LKe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김경준씨가 11월 중순께 국내로 송환된다.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주임 최재경 부장검사)을 꾸려 김경준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11월2일 국회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문병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대선 후보가 등록된 뒤 후보의 범죄행위가 드러날 경우 큰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김경준씨 사건을 오는 25일 이전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자,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서 그렇게 되도록 충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BBK와 도곡동 땅의 연결고리

‘BBK 사건’은 크게 세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다스(옛 대부기공)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했다는 190억원의 정확한 행로다. 이는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와도 얽혀 있는 문제다. 지난 7월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한 청문위원은 이명박 후보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위원회가 계좌를 들여다보니 김재정(이 후보의 처남)씨와 이상은(이 후보의 친형)씨가 각각 (도곡동 땅을 판) 90억원과 60억원을 보험 만기가 되면서 빼냈다. 이날이 다스가 김경준씨한테 BBK 투자금을 줬다는 날짜와 일치한다. (다스 법인이 아니라) 개인 돈이 (BBK에) 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는 “대답할까요?”란 반문을 한 채 답을 피해갔다. ‘다스-BBK-도곡동땅’이 한줄기로 얽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은 도곡동 땅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상은씨가 아닌 제3의 인물의 소유로 보인다’고 결론 내린다. 이후 검찰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김경준씨가 송환되면 주가조작이나 사기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텐데,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게 다스 관련이다. 자연스럽게 돈(다스가 투자했다는 190억원) 문제를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 아닌가’란 의혹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후보의 공직자윤리법 등 많은 현행법 위반 여부와 관련된 부분이다. 여러 의혹 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다. 최근 검찰이 다스와 다스의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한 것도 공개됐다.

둘째는 이명박 후보와 BBK의 관련성이다. 이 후보는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수없이 외쳐 왔다. 따라서 BBK와의 관련성이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 엄청난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김경준씨는 과의 인터뷰에서 “다스가 투자한 190억원은 BBK와 LKe뱅크, e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으로 쓰였다”며 “이 세 회사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씨의 인터뷰뿐 아니라 과 는 그동안 수차례,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을 여러 증거를 갖고 보도해왔다. 이 후보 쪽은 증거나 증언과 관련해선 “김경준이 위조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모든 건 우리 모르게 김경준이 저지른 일”이라고 반박해왔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는 2000년 12월~2002년 2월에 옵셔널벤처스를 대상으로 벌어진 주가조작의 실상이다. 이 사건이 ‘BBK 사건’으로도 불리는 건 BBK투자자문 대표를 지낸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주가조작에 BBK 계좌 등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들이 정치권(김영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LKe뱅크 직원 모두 옵셔널벤처스로”

과연 이명박 후보나 그의 최측근인 김백준씨는 주가조작 의혹의 중심에 있는 옵셔널벤처스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이 입수한 미국 회계법인 ‘엔젤앤드엔젤’이 작성한 자료에 의혹의 단서가 있다. 이 자료는 이 후보의 친형과 처남이 대주주로 있는 다스가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의 증거자료로 첨부됐다. 따라서 이 후보 쪽에 되도록이면 불리한 내용을 담지 않으려 애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를 보면, 2001년 3월 이명박 후보의 e뱅크증권중개 출자금 35억원이 옵셔널벤처스 계좌에 입금된다. 이상은씨와 김재정씨도 이 계좌에 증자금을 입금한다. 출자금을 다른 회사 명의로 입금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김백준씨의 경우엔 옵셔널벤처스 법인 계좌인 것처럼 만든 개인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김백준씨의 이 계좌에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동생을 대신해) e뱅크증권중개 증자금을 입금한다. LKe뱅크 때부터 오랫동안 이명박 후보의 비서를 지낸 이진영씨는 미 연방법원의 증인신문에서 서울 강남 삼성역 부근 코스모타워 8층에 있는 옵셔널벤처스의 사무실에 “이명박 회장과 김백준 부회장을 위한 방이 있었다. 이 회장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가 입수한 옵셔널벤처스의 내부 비상연락망 맨 위에 이명박 후보의 휴대전화 번호와 내선번호(222번)가 나란히 적혀 있다. 김백준씨의 이름은 바로 아래에 있다. 이진영씨는 또 다른 증언에서 LKe뱅크의 직원들은 모두 옵셔널벤처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힌다. 그는 검찰 자술서를 통해, 자신이 주가조작 행위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자금·통장·인장 관리, 주식주문 입력, 주식 매매대금 결제 등에 관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준씨의 회사로 알려진 옵셔널벤처스는 2000년 광은창투(뉴비전캐피탈)의 지분을 사들여, 이듬해 4월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상호를 변경한다. 이명박 후보를 회장, 김경준씨를 대표로 소개한 MAF펀드(BBK투자자금 운용)도 2001년 광은창투의 지분을 사들였다. 검찰이 김경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면서 미국 쪽에 보낸 수사 기록을 보면, MAF 계좌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를 조작하는 데 수십 차례 동원된다. 일찍이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이 후보가 대표로 있던 LKe의 계좌도 주가조작에 44차례나 동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 쪽에선 “김경준씨가 이 후보 모르게 혼자서 한 일”이라고 말해왔다. 검찰이 범죄인 인도 청구서와 함께 보낸 수사 기록을 보면 김경준씨가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옵셔널벤처스의 투자금 384억원 중 200억원이 넘는 돈이 BBK 투자자들에게 송금된다. 이 후보는 이렇게 투자금을 돌려받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김경준씨는 이 후보가 투자자들을 모두 끌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몰래 혼자서 한 일?

가 입수한 김경준씨의 증인신문(미국 법원)을 보면, 김백준씨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김씨는 증인신문에서 “김백준은 2001년 10월까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사무실에 자신의 방을 갖고 있었다”며 “그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의 사람들’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옵셔널벤처스엔 이 후보의 그림자가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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