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온갖 의혹에도 이명박 지지율 소폭 하락… 김경준 귀국과 검찰 수사가 변수</font>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56.9% →51.0%.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지난 10월 한 달 동안의 지지율 추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각각 10월3일과 30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다른 변수를 다 무시할 순 없지만, 한 달 동안 가장 큰 정치적 변수는 ‘BBK 사건’이였다. 언론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명박은 딱 5.9%포인트의 지지율을 잃었을 뿐이다.
62.2% “거짓말 해도 지지하겠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왜 큰 상처를 입지 않을까?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의 도덕적 기대 수준이 낮다. 지지자들조차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가 지난 10월27일 조사한 바에 의하면, “BBK 사건 관련 이명박 후보 쪽 해명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47.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진실이라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이 후보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두 배 가까이 된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더라도 62.2%는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한다. 즉 도덕적, 법적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지지를 쉽게 철회하지 않겠다는 게다. 그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자산인 ‘경제’와 ‘능력’을 위주로 이 후보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윤재 정치컨설턴트는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 도덕적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웬만한 도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한 지지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과거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불거진 문제를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2. 현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결정적 요인이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후보의 견고한 지지의 핵심엔 반노(반노무현) 정서가 있다”며 “그 대립적 포지션(위치)에 있는 게 바로 이명박”이라고 말했다. 현 집권세력의 무능으로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거다. 그래서 국민 10명 중 7명은 “무능한 민주화 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통설을 깬다. 통상 총선은 과거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 ‘회고 투표’고, 대선은 미래의 비전을 보고 판단하는 ‘전망 투표’ 성격이 짙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지지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은 ‘회고 투표’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대선에서 ‘회고 투표’의 색다른 경향
3. 대안이 없다. 이 후보는 과거 노무현을 지지했거나 중도 성향을 지닌 지지층을 많이 끌어들였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지지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계속 일고 있음에도, 이명박이 아닌 다른 대안을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15% 안팎에 머물고 있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윤재 정치컨설턴트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린다는 것은 수도권의 30~40대가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로선 이들이 움직여도 그걸 받아줄 수 있는 다른 그릇이 범여권에 없다”고 말했다.
4. BBK 사건은 어렵다. 사건 자체가 이해가 쉽지 않은 금융 사건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김현미·박영선·정봉주·서혜석·김영주·김종률 의원 등이 국회 상임위 회의장과 브리핑룸에 커다란 개념도까지 들고 나와 부지런히 이 후보와 BBK 사건의 연관성을 설명하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조차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가 드물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국민은 더하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과 달리, ‘선악’의 기준점도 불분명하다.
5. 이명박 후보 쪽의 총력 방어도 지지율을 지켰다. 이 후보 쪽은 일찍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씨에게 ‘제2의 김대업’이란 딱지를 붙였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모든 건 김경준의 짓이라거나 조작됐다는 해명이 어느 정도 먹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팀’을 따로 가동하면서 방어를 해왔다. 당의 후보가 되고 나서는 자칭 ‘네거티브 대응기구’인 클린정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기엔 검사 출신인 은진수 변호사를 팀장으로 하는 ‘BBK팀’이 있고, 11월2일엔 스타 변호사인 고승덕 변호사도 가세했다.
고개드는 불안 “하자 있는 사람 대신…”
이런 다섯 가지가 지난 한 달 동안 BBK 의혹 파상 공세에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튼튼하게 지켜줬다. 앞으로도 다섯 가지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12월19일 대선까지는 40여 일이 남았다. 새로운 변수가 터져나오거나, 기존의 특정 변수가 큰 힘을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흔들 수 있는 세 가지 변수를 짚어봤다.
1. 김경준의 송환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11월 중순께 김경준이 돌아온다. 김씨는 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해명과 180도 다르다. 김씨의 송환으로 이 후보의 BBK 사건 관련 의혹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많은 양과 센 강도로 쏟아져나올 수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혹과 실망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물론 김씨가 송환돼 결정적인 대목에서 되레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 검찰 수사는 가장 폭발력이 크다.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막판에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릴 뻔한 경험이 있다. 불과 1~2주 새 10%포인트가 넘는 지지율이 날아갔다. 의혹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검찰이 이 후보에게 불리한 결론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끝이다’. 하지만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할지 의문이다. 검찰로선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가능하면 벌집을 건드리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 다른 하나는 정치적 변수다.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다. 한귀영 실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사실 BBK의 파생물”이라고 분석했다. BBK 사건 등으로 이 후보로는 ‘불안하다’는 보수적 지지층들의 틈새를 이 전 총재가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보수적 지지층들이 보기엔 이 전 총재의 출마 자체가, ‘이명박 후보에게 BBK 의혹 등에서 뭔가 결정적 하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있다. 또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건 그저 정치적 공방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의혹에 대한 공세에 이 전 총재 쪽이 가담할 경우엔 이 후보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모두 김경준의 짓” 방어전략은 상수
이런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명박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지금처럼 “나는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거나 “모든 건 김경준의 짓”이라는 방어 전략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먼저 나서 뭔가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불법, 즉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과 관련해선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다. 당선이 돼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 부동산 투기, 병역 특혜 의혹 등을 무사히 헤엄쳐왔다. 다스(옛 대부기공) 및 BBK의 실소유주 의혹과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조작 사건 등을 포괄하는 ‘BBK 사건’은 이 후보가 헤쳐가야 할 가장 거친 파도이자, 마지막 파도가 될 수 있다.
BBK 사건은 어느덧 대선의 핵심 변수가 됐다. BBK 사건이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동이 올 수 있다. 그것은 BBK 사건이 청와대의 다음 주인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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