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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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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BBK 의혹] “옵셔널벤처스에 MB 방 있었다”

등록 2007-11-02 00:00 수정 2020-05-03 04:25

재산압류소송 때 비서의 증언… 미 법원 제출 7개 소장 분석, 청구액이 415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점점 불어나

모두 어렵다고 말합니다. BBK, MAF, LKe, EBK, AMPapas…. 등장하는 이름이 많기도 하지만 모두 낯선 기업들입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이른바 ‘BBK 사건’과 관련돼 있지 않냐는 의혹은 이런 많은 이름들에 둘러싸여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의혹을 방어하는 한나라당의 언어도 국민들에겐 어렵습니다. 가운데에 서서 어느 쪽이 맞는지, 과연 진실이 뭔지 추구해야 할 언론은 때론 내용이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어렵다고 대통령이 되려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중대한 의혹을 지나칠 순 없는 일입니다.

▣ 특별취재팀

“(김경준씨가) 빨리 오면 더 좋죠. 국내에서 재판하면 진실이 더 빨리 밝혀질 것 아닙니까. 정치적으로 누가 뭐라고 이야기해도 먹힐 수 없어요. (제가 LKe뱅크에) 투자했는데 청산을 안 하고 도망을 갔고, 그래서 제가 손해를 봐서 고발했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더 이상 뭐가 있겠어요.”( 2007년 4월호에서)

지난 9~10월 이 후보 쪽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기다리던 김경준씨의 귀국을 지연시키려 했다(10월30일치 682호 ‘김경준 귀국 늦추기 프로젝트 전말’ 참조). 최근에도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김씨가 빨리 한국에 들어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던 이 전 시장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뭔가 더 있기 때문일까?

“BBK는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다.”(2007년 6월7일 기자회견에서)

“BBK는 나와 전혀 관련이 없다. …BBK를 나와 관련지어 말하는 건 성립이 안 된다.”(2007년 7월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5·6번째 소장, LKe 아래 BBK·MAF·EBK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BBK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숱하게 제기돼왔다. 은 최근 이명박 후보가 피해를 봤다며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7개의 소장을 모두 입수했다. 소송은 이 후보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전 LKe뱅크 이사)씨가 이 후보로부터 위임을 받아 2005년 4월29일 제기됐으며, 이후 이 후보 쪽은 여섯 차례나 소장을 변경하면서 소송을 지연시켜왔다. 이 후보 자신의 주장을 담은 이들 소장엔 이 후보와 BBK의 관계뿐만 아니라 BBK 사건과 관련된 이 후보의 기존 해명과 다른 부분들도 엿보인다.

지난 4월27일 여섯 번째로 수정된 소장은 가장 주목할 만하다. 김경준과 함께 이 후보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LKe뱅크와 BBK의 관계가 입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명박과 김경준은 인터넷에 토대를 둔 은행, 투자, 보험 그리고 다른 금융 관계를 지닌 기업들의 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명박은 이름을 빌려주고 금융지원을 하고, 김경준은 매일매일 그러한 회사들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LKe뱅크를 주력기업 역할을 하는 ‘리드 컴퍼니’(the lead company)로 정했다. 이명박과 김경준은 2000년 2~6월 LKe뱅크에 각각 30억원씩 투자한다. 소장은 LKe뱅크를 리드 컴퍼니로 하는 그룹의 기업들로 투자자문회사인 BBK, 펀드인 MAF, 증권 중개를 하는 EBK를 나열하고 있다. 지난 1월5일 제출된 다섯 번째 수정 소장에서도 같은 표현들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는 이 입수해 668호에 보도한 15쪽짜리 ‘eBank-Korea’(LKe뱅크의 다른 이름)의 브로슈어(홍보 책자)와 일치한다. 이명박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김경준을 사장으로 설명한 이 홍보 책자는 LKe뱅크 아래 BBK투자자문과 eBank 증권중개, 하나은행(제휴), eBank 자동차보험(설립 예정), 생명보험사(제휴 예정)를 회사 구조와 업무 영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홍보 책자에는 최근 가 입수해 보도한 ‘MAF 펀드 브로슈어’(이명박을 MAF 펀드 회장으로 표시)와 내용은 다르지만, MAF 펀드에 대한 설명이 3~4페이지나 나와 있다. 정치권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된 MAF 펀드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냐 아니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 쪽이 낸 소장은 LKe뱅크, BBK, MAF, EBK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 회사는 법률적으로 관련된 게 아니라, 자발적이고 협력적, 상호이익적 관계에 있었다.” 비록 법률적 관계는 아니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BBK가 리드 컴퍼니인 LKe뱅크의 ‘관계회사’(related company)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는 LKe뱅크의 대표였던 이 후보가 자신이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 해명이 얼마나 옹색한지를 보여준다. 소장은 구체적으로 사무실을 BBK와 LKe뱅크가 공유했다고 밝힌다. 또 LKe뱅크의 돈들이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BBK로 보내졌다고 말한다.

4월에 결별했으나 9월까지 신임?

소장엔 더욱 결정적인 부분이 나온다. “대략 2001년 4월18일까지 LKe뱅크의 이사진들인 이명박과 김경준, 김백준 세 사람이 BBK 사무실에 모여 여러 회사들(LKe뱅크, BBK, MAF, EBK)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와 추가적인 투자가 모집, 증권 발행 계획 등을 검토하고 논의했다.” 김경준은 이명박을 비롯한 다른 경영진들에게 이러한 회사들이 잘 굴러간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BBK 등의 운용 현황까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후보는 김경준이 자신들 모르게 LKe뱅크의 돈을 MAF 등 역외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처럼 해서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또 소장 한편에선 BBK와 MAF 펀드가 완전히 김경준에 의해서 경영됐고, LKe뱅크로부터 독립되고 구별된 회사라고 밝히기도 한다.

소장은 수정을 거듭할수록 이명박 후보의 피해 청구액도 늘어난다. 이명박 후보는 2005년 4월29일 법원에 제출된 첫 번째 소장에서 41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후 청구액이 18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 후보가 LKe증권에 투자한 돈은 30억원이 전부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MAF 펀드의 실체도 다섯 번째 수정 소장부터 등장한다. 네 번째 소장까지는 MAF란 단어만 한두 번 언급됐으나, 이후 소장엔 LKe뱅크와의 거래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소장을 통해 이 후보의 언행이 과거와 모순되는 부분도 드러난다. 이 후보는 4월호에서 김경준씨와의 결별에 대해 “그 당시 회사(BBK)가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제가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해 지적받을 정도면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가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해서 헤어진 거죠”라고 밝힌다. 이때가 바로 금감원이 2001년 4월28일 BBK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투자자문업 취소를 내린 시점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7개의 소장에서 일관되게 하나은행이 2001년 9월27일 즈음 자신과 김경준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때에야, 하나은행이 ‘풋옵션’을 행사했는데도 돌려줄 돈이 LKe뱅크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전까지는 “김경준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김경준과 결별했다고 한 이후에도 여전히 김경준을 믿었다는 말인데, 이는 모순이다.

소장과 별도로 이 후보와 BBK 등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들이 있다. 은 이 후보의 측근인 이진영(32)씨가 지난해 8월28일 미 연방정부가 김경준씨를 상대로 낸 재산 압류 소송의 증인으로 나서 한 A4용지 211쪽짜리 증언록을 입수했다. 이진영씨는 LKe뱅크에 이어 서울시청에서 이 후보의 비서를 지낸 인물이다. 특히 이 증언록엔 지금껏 김경준씨의 주가조작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와 이명박 후보의 관계를 암시하는 부분도 나온다. 미 연방검사 존리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 누구누구의 사무실이 있었냐’고 이진영씨에게 묻는다. 이씨는 “처음에 나는 이명박 회장과 김백준 부회장을 위한 방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두 사람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명박 회장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한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 이명박 후보의 방이 마련돼 있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이진영씨는 “코스모타워에서 이 회장을 보지 못했고, 그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를 위해 결코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백준이 EBK 사무실로 계약한 곳

김경준씨는 2001년 4월27일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그 직후에 서울 중구 삼성생명 17층에서 근무하던 BBK 및 LKe뱅크의 거의 모든 직원들은 강남 삼성역 부근 코스모타워 8층에 있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자리를 옮긴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입주한 곳은 애초 김백준씨가 EBK의 사무실로 쓰려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가 2001년 6월26일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본사로 쓰기 위해 계약자의 명의가 변경된다.

이진영씨는 또 증거로 제출된 이명박 당시 회장의 명함을 기억한다고 답한다. 명함 아래엔 ‘BBK Capital Partners Limited’로 기재돼 있다. 이씨는 이 후보뿐만 아니라 당시 모든 직원들의 명함 양식이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검증청문회에서 “본 일도 없다”고 해명한다. 이진영씨는 BBK와 LKe뱅크, EBK 등의 관계에 대해 “모두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연관돼 있고, 내가 기억하는 한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 eBank-Korea(LKe뱅크)의 브로슈어를 만들 때 BBK와 LKe뱅크의 직원들이 같이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고 증언했다.

LKe 공동대표였던 이명박 후보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던 BBK와의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증언들이 또 추가된 셈이다. 이번엔 그가 미국 법원에 낸 소송 기록과 그의 사람이랄 수 있는 인물의 증언을 통해서다. 진실은 의 기사와 이명박 후보의 말 가운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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