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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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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뇌] 늦었다고 여길 때가 가장 빠른 때

등록 2007-10-06 00:00 수정 2020-05-03 04:25

연령대별 뇌의 변화와 건강 코치

▣ 채윤정 객원기자 lizard25@naver.com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똑딱. 1초도 안 돼 뇌세포 하나가 또 죽었다. 오늘 하루 까먹은 뇌세포만 해도 10만 개나 된다. 20대 중반이면 900만 개, 30대 후반이라면 1억5천 개가 사라졌다. 뇌세포가 새로 생기면 되지 않느냐고? 그건 어렵다. 태어날 때 생긴 1천억 개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죽어버릴 뿐 이를 대체할 파릇파릇한 세포는 생기지 않는다. 위안이 되는 건 ‘젊은 뇌’는 살아 있는 뇌세포의 수나 크기에 달려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달된 뇌란 뇌세포의 수보다는 세포 사이의 연결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뇌세포끼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나이에 상관없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 평소 생활방식과 뇌질환 예방이 뇌의 노화를 결정한다. 연령대별 뇌의 변화와 이에 맞서는 방법은? 반짝반짝 빛나고 짱짱한 뇌를 만들어보자.

0살~10대의 뇌, 만드는 대로 변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뇌의 용량은 350g에 불과하다. 성인의 4분의 1 정도이다. 1년 만에 급격히 무거워져서 1kg에 이른다. 사춘기가 되면 1300g~1500g로 성인 뇌와 맞먹을 정도가 된다. 뇌의 수초와 수상돌기가 많아지는 등 뇌세포가 커지고 시냅스가 늘어나게 되어 각 세포끼리 연결이 두터워 진다. 뇌가 자라는 것이다.

뇌는 처음에 기본적인 골격과 회로만 있다.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통해 정교한 회로를 만들어간다. 0~3살까지는 뇌세포끼리 연결고리인 시냅스가 급속도로 증가한다. 생후 5일 된 뇌와 1년 된 뇌의 차이가 1살짜리 뇌와 28살짜리 뇌의 차이보다 큰 것을 보면 이 시기에 뇌는 급격히 변한다. 3살 뒤부터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속도가 균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험이 중요할 때이다.

교육학자들은 연령별 뇌 발달에 따라 교육을 해야 좋은 뇌로 변해간다고 주장한다. 가령 외국어 교육도 6살 이전에 시키게 되면 언어체계를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뇌가 공포와 위협을 느껴 창의적인 사고가 멈출 수 있다. 폭력이나 폭언에 노출되면 예측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아이의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고 부정적 기억이 저장돼 자라면서 과민 반응이나 충동적 행동을 보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뇌를 자극시키기 위해, 출생 후 3세까지는 만지고, 맛보고, 듣고, 말하고, 보는 등 오감을 자극하라고 충고한다. 3~5세까지는 감정이 급격히 발달하므로 양육자가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기회를 제공한다. 6~12세 사이에는 언어 학습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도록 한다.

틴에이지 브레인, 광폭한 뇌?

십대의 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십대는 뇌가 성인만큼 발달하지 못해 반항하고 불안하며 무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립정신건강연구원(NIMH)의 제이기드 박사는 1999년 대뇌 앞부분의 전두엽 피질이 20대까지 계속 발육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10대의 뇌(teen brain)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전전두엽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고, 각성과 쾌감을 담당하는 도파민 수치는 높아지며, 뇌세포를 잇는 가지들이 외피에 싸이면서 감정과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서 신호전달이 빨라진다. 수면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에도 변화가 생겨 잠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어른에 견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충동적이며, 반사회적인 언행을 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만만찮은데 엘리어트 발렌슈타인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는 라는 저서에서 인간행동의 원인을 뇌에서만 찾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엡스타인 박사도 10대의 뇌를 파악하려면 신경과학 못지않게 인류학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산업화 이전 10대를 보면, 어른들과 시간을 보냈을 때 불안한 징후를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텔레비전과 영화가 도입될 때까지 청소년 비행건수가 보고되지 않았고, 미국 10대의 문제가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10대 문제가 서구문화의 병리현상이며, 어른과 따로 격리해 청소년을 ‘관리’하려는 데 대한 청소년의 반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의 뇌에서는 시각중추기능을 하는 후두엽이 특히 발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가 외모나 유행 등 시각적인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이다. 이 점을 활용해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그림이나 사진, 슬라이드 같은 시각적인 자극을 주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10대의 뇌를 발달시키려면 어른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천천히 조용하게, 필요하면 반복해서 지시하고, △문제가 닥치면 약간의 힌트를 줘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하도록 하며, △수면은 하루 8시간 정도 충분히 자도록 내버려두며, △지나치게 생활을 통제하지 않도록 한다.

20대의 뇌, 실패를 두려워 말라

20대 때 뇌의 각 부위는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어른의 뇌로 완성된다.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과 실연을 겪는 등 한 개인의 특별한 경험치에 따라 개성적인 신경회로를 만든다.

대뇌의 변연계는 사랑과 공포 같은 감정과 정서를 담당한다. 불같은 충동과 대책 없는 열정 때문에 괴롭다면 변연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탓이다. 술을 마시거나 성행위를 할 때도 변연계가 활성되며, 엄마와 자식의 정서적 교감도 변연계의 몫이다. 며칠 전의 기억도 변연계가 관련되는데, 변연계의 해마에서 단기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변연계가 감정과 기억의 부위라면, 바깥 쪽의 주름진 대뇌피질은 이성의 뇌이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은 대뇌피질 덕분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대뇌피질은 말하기, 계산, 추리, 판단을 하게 한다. 변연계와 붙어 있어 감정을 분석하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감정이 생겨나게도 한다. 대뇌피질 중 특히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두엽은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합리적인 행동 결정을 내리게 하는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진화과정에서 살아남는 것도 이 전두엽의 발달 정도에 달려 있다.

20대의 뇌는 신경세포의 연결을 만들었다 부수기를 반복하다 20대 후반에 가야 안정된 ‘어른의 뇌’에 이른다. 20대의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데, 반복적인 일만 하면 뇌의 중요한 신경세포가 사용되지 않은 채 죽고 만다. 뇌세포의 연결망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제곱수로 증가하며, 많이 연결된 상태일수록 늘어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여행을 하거나 다양한 일을 체험하는 것이 좋다.

30대의 뇌, 잘나가니 적도 많네

30대의 뇌는 바야흐로 ‘뇌의 전성기’이다. 20대까지 열심히 구축한 연결망을 촘촘하게 하는 시기이다. 단순 암기력은 10대가 뛰어난 반면, 30대 이상이 추리력은 훨씬 높다. 따로따로 학습된 내용들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가령, 서른이 지나면 영어를 잘했던 사람은 프랑스어도 빨리 배우고, 소프트볼을 잘했다면 야구도 쉽게 배운다. 일상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정보를 동원해 해결한다.

30대가 모두 문제 해결력이 높은 건 아니다. 이미 구축돼 있는 네트워크 상태를 촘촘히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다른 분야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30대는 결혼과 일, 출산·육아 등으로 스트레스가 크다. 스트레스가 크면 잘 구축돼 있던 뇌세포가 파괴된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병과 고혈압의 위험을 높인다. 오래 방치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 또 해마에 작용해 신경세포를 파괴하며 기억력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이나 명상, 체조, 요가 등이 도움이 된다. 명상을 하면 이완된 뇌에서 세타파가 나와 통찰력을 얻거나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간단한 복식호흡도 좋다. 조용한 장소에서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은 채 날숨과 들숨을 반복하면서 근육과 정신을 이완시킨다.

4050의 뇌, 뇌질환·뇌졸중을 방어할 때

40대부터 뇌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뇌혈관 정기검진이 필요한 것도 이때다. 가장 대표적인 뇌질환으로 뇌졸중을 꼽을 수 있다. 40대부터 이를 예방하는 것이 젊은 뇌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뇌혈관은 뇌가 사고와 감정, 동작, 생명 활동을 총괄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통로인데, 보통 목 앞쪽으로 올라가는 한쌍의 경동맥과 목 뒤쪽의 경추동맥을 가리킨다. 뇌졸중은 이런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뇌세포가 죽은 상태를 말한다. 뇌혈관이 터졌을 때는 뇌출혈, 막혔을 때는 뇌경색이라 부른다.

뇌졸중이 오면 아무런 증세가 없는 상태에서부터 언어-운동-시력-감각마비, 그리고 사망까지 그 심각도가 다양하다. 어느 부위가 손상되느냐의 문제인데, 전뇌동맥이 막혀 뇌 앞쪽(전두엽)이나 정수리쪽(두정엽) 세포가 손상받으면 대체로 생명에 지장이 없다. 언어-운동-시력-감각마비 후유증이 남지만, 중요한 신경을 살짝 비켜서 생기면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뇌혈관 중 중뇌동맥이 가장 잘 막히는데, 반신마비가 오거나, 감각이 없어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아예 말을 못하게 된다. 특히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뇌에 손상을 받으면 실어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성격과 인지능력이 변하고, 후두엽이 손상되면 잘 보지 못하며, 소뇌가 손상되면 손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된다.

뇌졸중 예방은 평소 뇌졸중 위험요소를 줄이는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뇌출혈은 거의 대부분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며,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심장병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한다. 1단계로 담배와 술을 끊고, 짠 것을 덜 먹고, 채소를 중심으로 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생활습관병에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은 ‘화약고를 짊어지고 산다’고 생각하고, 평소 혈압조절에 주의해야 한다. 종합검진 때 증상이 없는 뇌경색이 발견된 사람은 반드시 뇌졸중 환자에 준한 예방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60대 뒤의 뇌, 새로운 발상을

6070 세대에 들어가면 뇌세포 수가 급격히 줄고 뇌세포 크기도 줄어든다. 하지만 뇌세포가 줄어도 다른 부위를 활용해 정보처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뇌세포들이 손상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치매가 올 수 있다.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뇌세포들의 연결망을 강화하며 있는 뇌세포만이라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하고, 정신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음식을 조절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뇌건강을 악화하는 요인들도 미리 줄인다.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인스턴트 음식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튀김류를 피한다. 납을 비롯한 중금속과 벤젠과 같은 유해물질도 유해하다. 계속해서 머리를 사용하고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며, 늘 새로운 발상을 하자. 평생 뇌를 젊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평생 우리를 이끌어준 뇌에 대한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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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뇌에서는?

3살 뒤

새로운 자극이 중요하다. 자극받은 시냅스들은 빠르게 연결되며 활성화되지 않은 시냅스들은 죽는다.

4~5살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정서, 종합적인 일처리를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한다.

6~7살

언어중추인 측두엽이 자리를 잡는다.

8살 뒤

수초와 수상돌기 가지가 많아지고 뇌량이 두꺼워지며 개념을 파악하고 수를 활용하는 뇌의 전문화가 일어난다.

도움말: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 김완석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김유미 교육심리학 박사

참고한 책: (은행나무)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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