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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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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사업 하기 좋은 나라

등록 2007-08-03 00:00 수정 2020-05-03 04:25

공사비 부풀리고 예상 통행량 부풀리고 그 차이는 세금으로 메우고, 국민은 비싼 통행료 바치며 달리네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착공 5년 만인 지난해 1월 개통된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건설한 주체(사업 시행자)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다. 내로라하는 재벌 건설사들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컨소시엄 형태의 이 회사는 자기자본이 6천억원. 현대산업개발이 29.0%, 금호건설 18.0%, 대우건설 17.5%, 두산중공업 16.4%, 대림산업 12.1%, SK건설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사에 실제 들인 돈은 발표액의 56.3%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가 대구시 용계동(동대구 분기점)에서 김해시 대동면(대동 분기점)까지 82km에 이르는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들인 공사비는 1조7360억원으로 나타나 있다. 정부와 맺은 사업 시행 계약에 따른 것이다. 계약 내용에 따른 공사비 구성은 직접공사비(토공, 배수공 등) 1조2474억원, 간접공사비(간접노무비, 산재보험료 등) 3418억원, 이윤 1468억원으로 이뤄져 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을 채우는 과정에서 책정되는 공사비 수준은 국민 부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SOC를 이용할 때 요금을 물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정부가 민간 투자사업에 대해 일정한 수준까지 수입을 보장해주도록 돼 있어 세금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대구∼부산 고속도로 사업을 ‘콕’ 찍어 공사비 부풀리기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지난해 1월 해당 도로의 개통을 코앞에 두고서였다. 당시 경실련은 ‘비공식적인 통로’로 입수한 건설회사의 내부 원가 자료를 바탕으로 도급 내역과 비교한 결과, 실행 금액(공사에 실제로 들인 돈)은 9766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바깥에 발표한 공사비의 절반가량(56.3%)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 시행자의 실제 이익은 7594억원(1조7360억원-9766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표면적인 이익 규모 1468억원의 5.2배다. 민간 건설자본이 도로 건설을 통해 ‘폭리’를 거두고 있다는 비판을 낳은 대목이다. 경실련에 의해 콕 찍힌 또 하나의 민자사업 ‘서울∼춘천 고속도로’ 사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실제보다 부풀려 책정됐다는 의혹을 산 공사비는 비싼 통행료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룬다. 다른 민자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구∼부산 고속도로에서 사업 시행자는 완공 시점부터 30년에 걸쳐 통행료를 징수해 공사비를 뽑아낸 뒤 도로 운영권을 국가에 넘겨주게 된다(기부채납). 비싼 공사비는 곧 비싼 통행료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 당시 책정된 통행료는 8500원(승용차 기준)이었다. 기존 경부고속도로의 통행료 5600원보다 훨씬 비싸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올해 7월부터는 다시 8900원으로 올렸다.

문제는 또 있다. 통행량이 애초 예상한 수준에 못 미칠 경우 그에 따른 공백을 국가가 메워주는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이다.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사업 시행자가 예측해 실시 협약을 맺은 교통 수요는 하루 5만2천 대였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에 확인해봤더니, 1년차인 지난 한 해 교통량은 하루 평균 2만9300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한 교통량의 55% 수준이다.

보전해줄 돈이 한 해 수백억원, 그렇게 20년

대구∼부산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정부와 사업 시행자가 맺은 협약에 따른 교통량의 90% 수준까지 최소 수입을 정부가 보장해주게 돼 있다. 예상 통행량 5만2천 대의 90%인 4만6800대와 실제 통행량 2만9300대의 격차인 1만7500대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정부가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는 지난 5월 주무관청(건설교통부)에 손실 보상을 요청했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게 한 해에 그치지 않고, 20년 동안 계속된다. 민자 유치 사업에 대해 정부가 최소 수입을, 그것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는 다른 나라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희한한 장치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민간 제안’ 민자사업에 대해선 운영 수입을 보장하지 않기로 했지만, 새로 실시되는 사업에만 적용되는 방침일 뿐이다. 그나마 ‘민간 제안’보다 덩치가 더 큰 ‘정부 고시’ 민자사업에 대해선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해주는 제도는 그대로 남겨뒀다.

교통량 예측을 잘못해 세금을 축내는 게 대구∼부산 고속도로에서만 나타난 특수 사례일까?

감사원이 SOC 민간투자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 결과를 내놓은 건 2004년 10월이었다. 당시 감사 결과를 보면, 2004년 5월 현재 운영 중인 4개 민자 고속도로(천안~논산, 인천국제공항, 우면산터널, 광주 제2순환로)의 실제 교통량은 예측 교통량의 22∼63%에 지나지 않았다. 최소 수입 보장을 노리고 예상 교통량을 부풀리는 행태가 일반적임을 보여준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정부는 사업 시행자에게 2001∼2005년 4817억원의 세금을 집어넣었다. 이 또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에 따른 것으로, 예측 교통량과 실제 교통량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천안∼논산 고속도로에 투입된 세금은 2003~2005년에 1180억원에 이르렀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예측 용역을 부실하게 수행한 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개정 건설기술관리법 제20조의 4)를 마련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 5월 들어서였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의 신영철 정책위원은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비싼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근본 문제는 ‘공사비’ 거품”이라며 “민자사업에서 예상 통행량을 부풀려 마치 사업성이 높은 듯 계획서를 꾸미는 걸 1차적으로 감시해야 할 관료사회가 건설자본과 한통속이 돼 있는 데서 문제가 생겨난다”고 진단한다. 이는 민자사업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에 대한 불신과 맥을 같이한다. 민간투자심의위는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등 14개 부처 차관과 예산처 장관 위촉의 8인 이내 민간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부 위주의 닫힌 구조다. 더욱이 대부분 서면 결의로 운영되고 있어 심의 과정이 부실하다는 시비가 잦다. 건설자본의 로비에 취약하고, 부패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관료사회와 건설자본의 유착 의혹을 낳는 또 하나의 빌미는 조 단위에 이르는 민자사업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단독 응찰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위원은 “1천원짜리 김밥 장사도 경쟁을 하는데, 1조원을 웃도는 사업에서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자사업이 기본 취지와 달리 창의적이지도, 그렇다고 효율적인 것도 아니라는 비판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심지어 민자사업을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을 대상으로 선정해 건설자본과 관료사회가 납세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업 동기부터 매우 수상쩍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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