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6월27일 민단에 보낸 문서에서… 사실 확인 요청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말만
▣ 우토로·오사카(일본)=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비밀, 말 바꾸기, 그리고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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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한 취재지원 시스템의 위력은 대단했다. 우토로 지원 대책을 묻는 질문에 외교통상부는 “현지 공관과 민단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토로 문제를 현지에서 다루고 있는 주오사카 총영사관 쪽에선 “본부의 지침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재일민단 교토본부 역시 “우토로에 가까운 민단 남교토 지단에서 훨씬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정작 남교토 지단에선 “교토본부에서 영사관 쪽과 우토로와 관련해 논의하는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헛갈렸다.
매매 시한 앞당겨진 사실 모르는 민단
은 지난 7월2일 우토로 지원대책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서면으로 물었다. 7월5일 외교부가 보내온 답변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토로 토지매입을 직접 지원할 순 없으며, 생활보호 대상자를 중심으로 우토로 주민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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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답변서에서 “토지 일괄매입 자금의 정부지원 방안은, 일본 내 우토로와 유사한 상황의 동포 집단 거주지역 및 여타 소외 지역 동포(조선족 및 고려인)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국회 본회의에서 “토지 매입을 통한 해결 방안이 최선”이라고 밝힌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외교부는 또 “우토로 지역 주민들 중 역사성, 형평성 등을 고려해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 대해, 생활보호 대상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월11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우토로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재일민단과 사회복지법인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과 연계된다. 하지만 외교부는 여러 차례 추가 질의에도 “사회복지법인과의 연계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단체명 및 지원 금액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다.” 지난 7월3일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교토부 우지시 외곽 민단 남교토 지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안 지단장은 “강제철거 발생 가능성이 높았을 때는 인도적 지원 대비를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위기 상황은 아니어서 뚜렷한 대책이란 게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서일본식산이 우토로 토지 매매 시한을 7월 말로 앞당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지단장은 “시한을 앞당겼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는다”며 “요즘은 우토로 마을 상황을 신문을 보고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 외교부와는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걸까?
“남교토 지단 차원에서 본국 정부와 우토로 문제를 논의하는 통로는 없다. 지금까지 외교부가 남교토 지단과 접촉한 일은 전혀 없다. 민단 교토본부에선 현지 영사관과 협의를 할지 모르지만, 우토로 문제는 남교토 지단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지단장은 “최근 우토로 상황과 관련해 교토 민단 쪽에서 지시나 특별한 보고 사항은 없었다”며 “남교토 지단에서 보고를 하지 않으면 교토본부에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7월 말 시한 얘기는 교토본부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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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언급한 ‘사회복지재단’의 실체는 현장 취재 과정에서 어렵잖게 확인이 가능했다. 오사카와 고베 등지에서 ‘고향의 집’이란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일본사회복지재단 ‘마음의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88년 법인 설립 이래 △1989년 사카이 △1994년 오사카 △2001년 고베 등 3곳에서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마음의 가족’은 현재 내년 가을 준공을 목표로 교토시 미나미구 히가시구조에 ‘고향의 집·교토’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민단 교토본부 김유작 단장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의 윤기 이사장을 7월5일 오전 오사카 사카이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토로 문제와 관련해 오사카 총영사관 쪽과 지난 4월 말과 5월 중순, 그리고 6월 중순에 각각 세 차례 만났다. 그동안 영사관 쪽에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고향의 집’ 입소 대상자가 어떤 사람이냐, 입주할 때 돈이 필요하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느냐 등을 물었다.” 윤 이사장은 “재일동포와 일본인 비율이 7 대 3 정도이며, 생활보호 대상자들은 따로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는 등의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마음의 가족’을 찾은 오사카 총영사관
지난달 중순 만났을 때는 영사관 쪽에서 “현재 짓고 있는 시설에 우토로 동포들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물어와 “영사관의 부탁이 아니어도 어려운 사람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는 게 윤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영사관 쪽이 ‘빈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 ‘아는 일본 사람에게 다른 시설을 부탁하더라도 (강제철거 이후 우토로 주민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런 말은 사회복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한 것인데, 영사관 쪽에선 ‘그럼 안심이다’고 하더라”며 “정부에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사회복지 사업을) 우토로만 보고 하는 일이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의 답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반론이 필요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윤기 이사장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회복지재단과도 접촉 중”이라며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 우토로 문제에 대한 외교부의 방침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입수했다. 2쪽으로 이뤄진 이 문서는 주오사카총영사관이 ‘우토로 문제 관련 민단측 의견 요청’이란 제목으로 지난 6월27일 민단 교토본부와 오사카 지방본부 앞으로 보낸 것이다. 문서를 보면 주오사카총영사관 쪽은 “우토로 주민들은 소유자 확정 이전부터 한국 정부 및 국회에 요망서 제출 등을 통해 재정 지원을 요청해왔으며, 이에 우리 정부는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검토한 끝에 생활 능력이 없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어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정리했다”고 적고 있다. 내용은 간단했다.
“우토로 주민들 중 생활 능력이 없는 분들에 대해서는 교토·오사카 등에 건립 예정인 노인홈에 입주토록 지원하고, 생활 능력을 보유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 소요되는 이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로원 입주와 이사비 지원, 외교부가 마련한 우토로 지원 대책의 실체는 결국 ‘강제철거’란 파국을 전제로 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던 게다. 끝까지 공개를 꺼린 이유를 알 만했다.
2006년 판결 뒤 실사 나선 관계자 없어
“이런 정도의 대책은 우토로를 관할하고 있는 우지시에서도 ‘강제철거’ 상황에 대비해 긴급 지원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내용이다.” 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은 “우토로 주민들과 단 한 차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강제철거’를 기정사실화한 ‘대책’을 만들어낸 것을 보면, 과연 외교부가 우토로 마을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9월 우토로 토지 소유권 재판이 주민들의 패소로 막을 내린 이래 외교부 관계자가 직접 우토로를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나눈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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