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용산으로 노조 사무실을 옮기고 심상기 회장 자택 앞 시위…새 매체 창간도 모색 중</font>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노동조합의 새 사무국장을 맡은 김은남 기자가 사회를 봤다. “기쁜 날인데 왜 이리 엄숙합니까?” 금세 여기저기서 웃음과 농담이 새나왔다. 조금 있으면(4월20일) 파업 100일째이지만, 기자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 기색이었다. 4월12일, 이날 노동조합의 비좁은 새 사무실에선 입주식 고사가 치러졌다. 일주일 전 새 노조위원장으로 뽑힌 정희상 기자는 등에 ‘펜은 돈보다 강하다’, 정면엔 ‘부활하라 진품 시사저널’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채 절을 올렸다. 그의 짧은 인사말은 결의로 가득 찼다. “오는 20일까지 집중 투쟁 기간으로 잡았다. 사태 해결을 위한 강도 높은 싸움을 해나가겠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데드라인”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기자들이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틀 전 용산으로 노조 사무실을 옮겼다. 소유주인 심상기(71)씨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문화사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지난 석 달 동안 이어온 금창태 사장과의 대화는 접었다. 파업 중인 23명의 기자는 아침저녁으로 심 회장의 자택을 찾아가 집 앞 시위를 벌인다. 키를 쥔 심 회장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뜻에서다. 서울문화사 건물 앞에선 파업 조끼를 입은 기자들이 유인물을 배포했다. A4용지 한 장짜리 유인물은 “펜은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습니다”로 끝난다.
끝장 투쟁은 회사 쪽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만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다른 길’도 모색 중이다. 정희상 위원장은 “파업을 더 끌 순 없다. 조만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그 길이 두렵진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이란 파업 중인 기자들이 회사를 나와 ‘새로운 ’을 만드는 일이다. 타협을 이끌어내는 길만큼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장영희 기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방송 1TV 에 출연해 퀴즈영웅에 올라 상금 2천만원을 받은 고재열 기자는 “노조에 내놓은 상금 1천만원은 파업 기금이자, 새 매체 창간의 종자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가 퀴즈영웅이 됐다는 사실은 많은 언론에서 가십으로 다뤄졌지만, 그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언론에서도 잊혀져 소강 상태에 빠진 사태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했다.
이날 행사엔 ‘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의 회원들도 참석했다. 시사모 회원으로 ‘진품’ 예약 캠페인을 벌이다, 쪽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된 박성기(24)씨는 “(금 사장의) 노조 압박용 수단”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금 사장이 기자와 시민사회단체, 독자의 공동 전선으로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금창태 사장 등 회사 쪽은 문화방송 〈PD수첩〉과 등 많은 매체와 함께, 자신들의 독자마저도 법정에 세웠다.
금 사장, 독자마저 법정에 세우네
파국을 피해, 노사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금창태 사장이 아니라, 심상기 회장의 뜻에 달렸다. 노조는 편집권과 경영의 분리 및 모든 징계 철회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원칙 없는 합의”(정희상)는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아직 심 회장의 대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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