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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교회, 이번엔 증거 조작 논란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교인들,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김창인 전 담임목사의 횡령 의혹에 헌법소원 청구

▣ 전정윤 기자 한겨레 법조팀 ggum@hani.co.kr

지난해 5월 김창인(74) 전 담임목사가 교회 돈 1억14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던 서울 송파구 풍납동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광성교회(담임목사 이성곤) 사건(547호,2005년 2월15일치 참조)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이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김 전 담임목사의 횡령 의혹 부분에 대해 항고를 기각당한 교인들이 ‘검사의 수사 미진’을 이유로 들어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면 무혐의 처리된 부분에 대한 전면 재수사도 가능해진다.

1(수출회사명) : 중국에서 대북 수출이 허가된 회사만 가능해, 제3국 개인인 김 전 목사 이름으로 수출할 수 없음.

2(물류회사명): 물류회사명은 반드시 기재돼야 하는 항목인데 김 전 목사 문서에는 없음.

3(화차번호): 단둥역 통과 열차 목록표에서 확인돼야 함. 표본추출 확인 결과, 김 전 목사쪽 화차번호는 확인 안 됨.

4(첨부서류 목록): 첨부서류들이 첨부되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김 전 목사는 명세서를 첨부한다고만 기재하고 실제 첨부하지 않음.

5(봉인번호): 단둥역 통과 열차 목록표에서 확인돼야 함. 표본추출 확인 결과, 김 전 목사 쪽 봉인번호는 확인 안 됨.

6(수출회사 직인): 1번 항목에 기재된 수출회사 직인이어야 하지만, 김 전 목사 문서 직인은 1번과 다름.

7(물자가 열차에 실린 날짜): 단둥역 통과 열차 목록표에서 확인돼야 함. 표본추출 확인 결과, 김 전 목사 문서의 날짜는 확인 안 됨.

대북 물자 지원 영수증은 진짜일까

김 전 목사를 반대하는 광성교회 교인 1123명은 검찰에서 재항고 기각된 김 전 담임목사의 교회 돈 횡령 무혐의 부분과 관련해, 올해 초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동부지검 검사의 수사 미진으로 재판 절차에서의 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최근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특히 무혐의 결정 당시 김 전 담임목사 쪽에서 검찰에 제출한 증거 자료들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헌법재판소에 낼 예정이다.

이아무개 장로 등 이 교회 신자들은 지난 2004년 12월 “김 전 담임목사가 1999∼2003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증빙 자료도 없이 ‘북한 및 몽골 선교비’ 명목으로 14억6200만원을 지출하는 등 교회 헌금 31억1788만400원을 횡령했다”며 김 전 담임목사를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동부지검은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교인들의 항고로 재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2006년 5월 북한 선교비 횡령 부분 가운데 극히 일부인 1억1400만원만 혐의를 인정해 김 전 담임목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서울 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교인들은 “무혐의된 나머지 횡령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서울고검과 대검에 재항고했다가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기각됐다.

하지만 이아무개 장로 등은 “검찰이 김 전 목사 쪽에서 제출한 북한 선교비 지출 증거 자료들의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며 자신들이 중국에서 직접 확보했다는 자료들을 토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김 전 목사가 검찰에 제출한 영수증을 발행한 회사 3곳이 모두 ‘무등록 유령회사’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대북 물자 지원에 관여할 수 있는 업체는 ‘단둥시 공상행정관리국’(이하 공상국)에 등록된 회사뿐인데, 공상국에 직접 확인한 결과, ‘단둥 정대화운 대리 유한공사’ 등 김 전 목사가 검찰에 증빙 자료로 제출한 영수증을 발행한 회사 3곳은 모두 등록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담임목사는 이런 주장에 대해 “2003년 정도까지는 중국 공상국 등록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무등록 회사도 대북 관련 업무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둥의 한 유한공사 ㅅ아무개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3년 전에도 공상국에 등록하지 않으면 북한과의 거래는 물론 회사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교인들은 또 지난 1월 중국으로 건너가 화물열차 1대 분량의 밀가루 60t을 실제 북한에 보내, 이 과정에서 입수되는 증빙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로 입수된 증빙 자료와 김 전 담임목사 쪽에서 ‘중국을 통해 북한에 물자를 지원했다’는 증거로 검찰에 제출한 서류를 비교해보니, 수출회사 이름과 직인 등 주요 내용과 형식이 서로 달랐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수출회사명’ 항목에는 ‘단둥화철물류경무유한공사’ 등 단둥 공상국에 등록된 회사 이름이 기재돼야 하는데, 김 전 담임목사가 제출한 서류에는 제3국의 개인인 ‘한국광성교회 김창인 목사’가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또 수출회사 직인의 경우도 수출회사명에 기입된 수출회사의 직인이 찍혀 있어야 하지만, 김 전 담임목사의 서류에는 ‘단동해천진출구 유한공사’ 등 수출회사명과 다른 회사 직인이 찍혀 있다고 주장했다(표 참조).

김 전 담임목사는 이에 대해 “단둥 철도청에서 직접 받아온 것이기 때문에 실제 서류와 다를 리 없고, 혹시 다르다고 해도 단둥 철도청의 문제이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물품 송장에도 의혹 제기

교인들은 이 밖에 “김 전 담임목사 쪽 물품 송장 내용을 토대로, 단둥을 통해 북한에 보냈다는 물자들 가운데 일부가 실제 북한에 도착했는지를 직접 확인했는데, 단둥 철도청의 국제철로 화물 운행 관련 문서 어디에도 김 전 담임목사 쪽 서류에 기재된 날짜에 해당 물자가 북한으로 간 기록이 없었다”며 자신들이 입수한 자료를 공개했다. 교인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 전 담임목사는 2004년 4월19일 단둥에서 ‘P310527’ 등 8개 화물칸에 지원물자를 실어 북한에 보낸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교인들이 중국에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단둥역 화물차 기록에는 해당 날짜에 김 전 담임목사가 보냈다는 화물칸의 번호가 없었다(사진 참조). 김 전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중국의 경우 단둥 철도청 국제철로 화물 운행 자료에 없는 대북 물자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부지검에서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백아무개 검사는 교인들의 ‘수사 부실’ 주장에 대해 “의혹을 살 만한 부분이 있었지만, 김 전 담임목사가 실제 대북 지원 활동을 했고, 신빙성 여부를 떠나 형식을 갖춘 증거 자료까지 제출했다”며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로서 횡령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기소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끝나지 않는 내분

김창인·이성곤 목사 지지파로 갈려 예배까지 따로 봐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광성교회(담임목사 이성곤)는 등록교인 2만1천여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김창인 전 담임목사는 1966년부터 이 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해오다가, 2003년 12월 현 담임목사인 이성곤 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했다.
하지만 광성교회는 이때부터 김 전 목사의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둘로 나누어져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등 내분을 겪기 시작했다. 김 전 목사를 지지하는 쪽은 이 담임목사의 사생활을 문제 삼았고, 김 전 목사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김 전 목사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기준으로 자산가치가 2천억원대에 이르는 학교법인등 교회 재산이 걸려 있기도 한 싸움이라 내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와중에 교회 사상 초유의 ‘노조가입-직장폐쇄’ 사태를 겪기도 했다.
김 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김 전 목사가 담임목사로 재직하면서 교회 공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이번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 이외에도, 지난 2004년 10월 “김 전 목사가 교회 공금으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학교법인○학원을 지원하면서 ○여고 교장인 사위와 짜고 1999~2003년 21억여원을 횡령했다”며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지만,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리 되기도 했다.
이 교회는 현재 이 담임목사 체제의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광성교회와 김 전 목사 지지세력 쪽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광성교회로 나뉘어 각각 송파구 풍납동 본당과 강동구 명일동 배재고교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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