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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시사저널 ‘공감’

등록 2007-02-09 00:00 수정 2020-05-03 04:24

진상조사위원회가 300명의 기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89%가 파업 지지…편집권 독립은 94%가 지지… 사주 없느냐 있느냐에 따라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직장폐쇄가 계속되고 있다. 12일째다(2월2일 현재). 파업한 지 한 달이다. 직장폐쇄 뒤 1월31일 처음으로 노사 양쪽이 만났다. 성과는 없었다.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회사 쪽에서 빨리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협상 카드를 내놔야 할지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편집권 독립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징계 철회다. 금창태 사장은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해봐야 안다. 회사는 항상 법과 원칙의 입장이다. 365일 (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권에 위협적인 세력, 대기업 등 광고주

이같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 사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정청래 의원)는 2월1일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사태 및 언론사의 편집권 문제를 놓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된 이번 조사는 중앙지 100명, 방송사 100명, 인터넷 언론 40명, 지방신문 30명, 기타 30명 등 모두 300명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9%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노조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편집권의 제도적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94%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매체의 형태와 직급, 지역에 상관없이 기자들은 대체로 노조의 주장을 지지했다.

반대로 회사 쪽이 노조의 파업 이후 외부 필자들을 투입해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79%가 ‘편집국 기자들이 아닌 대체 인력에 의한 잡지 발행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영진이 특정 대기업에 비판적인 기사를 기자들의 동의 없이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편집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보는 응답이 81%에 달했다.

기자들은 사태를 남의 일로 보지 않았다. 기자들의 78.1%가 편집권 갈등 등 본질적인 문제로서 언론계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인식했다. 또 신문과 잡지의 최종적인 편집권이 어느 쪽에 있냐는 물음에 86.7%가 편집국에 있다고 대답했다. 대체로 소속 언론사 내에서 편집권의 독립은 ‘(매우+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78.4%)고 답했다. ‘(별로+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19.8%에 불과했다.

언론사 편집권 독립에 중요한 선례

하지만 언론인들은 대기업 등 광고주가 편집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느끼고 있다. 편집권 독립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은 누구라고 보느냐고 물은 뒤 두 개를 선택하라고 하자, 88.3%가 ‘대기업 등 광고주’를 꼽았다. 다음으로 ‘언론사 경영진’(60.8%) → ‘이익집단 및 압력단체’(30.3%) → ‘정치권력’(16.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태가 광고의 ‘큰손’인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된 기사를 경영진이 인쇄 과정에서 삭제하면서 빚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자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막연한 불안감은 아님을 보여준다. 실제로 소속 언론사의 보도 행태와 논조 등이 광고주의 압력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기자들의 73.1%(‘자주 있다’ 5.6%, ‘가끔 있다’ 25.5%, ‘한 두어 번 있다’ 42%)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언론사들은 대체로 수입의 8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광고주의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사태와 편집권 독립을 보는 기자들의 인식은 사주가 있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 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기자들의 동의 없이 기사를 삭제한 것에 대해 사주가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17%가 ‘광고주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경영진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사주가 없는 기자들(9.4%)에 견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사주가 있는 언론사 기자들은 11%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주가 없는 기자들(5.1%)보다 노조의 쟁의 방식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편집권은 기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사주가 기자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취재와 편집, 보도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어떤 법적, 도덕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경영진이 편집권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편집권의 독립을 어떻게 규정하고 보장할 것인지, 언론사에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심하다는 분위기가 돼가고 있다”

입을 연 금창태 발행인 겸 편집인



금창태 사장(발행인 겸 편집인)은 언론을 기피해왔다. 사태를 취재하는 언론의 질문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 2월2일 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처럼 입을 열었다.

노조와의 협상은?
=안 그래도 2월6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이 사태의 진상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문제가 된 (삼성 관련) 기사를 왜 빼게 됐는지, 기사의 문제점을 공개하겠다. 노조와 언론이 어떻게 왜곡 보도했는지도 밝히겠다.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취재원이) 익명으로 제공한 걸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해선 안 된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얘기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인사 전횡을 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썼다. 해명·반론 기회를 줬어야 한다. 그런 기사를 내보낼 수 없었다. (이학수 부회장의) 명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었다.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편집인(은 사장이 겸직)의 직속 기구로 경영기획·마케팅·노조 등이 다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노사 분규 전 기자들한테 내가 먼저 제안했다. (이런 기구는) 내가 에 있을 때도 만들었다. 그런데 기자들이 이건 안 된다고 하고, 노조(기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한다.
파업 이후 만들어지고 있는 잡지가 ‘짝퉁’이라고 불린다.
=솔직히 잡지야 파업 전보다 내용이 더 충실하고, 마감 시간도 빨라졌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잡지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노조에서 시민단체나 진보적인 단체에 전부 연락해서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방해하고 다닌다. 그래서 최장집 고려대 교수나 한승헌 변호사도 우리와 인터뷰하기로 약속했다가 취소했다. 그래서 보수 위주로 나가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보수든 진보든 다 의견을 반영해 만들고 싶은데….
외부 편집위원을 동원해 잡지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편집위원은 노사 분규 전에 다 임명한 분들이다. 또 자료조사를 맡은 직원 등 노조원 상당수가 자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편집인, 발행인, 편집국장 대행, 편집위원이 다 참여하는데도 짝퉁이냐?
최악의 경우 이 문을 닫을 수도 있나?
=그건 모른다. 어쨌든 지금까지 잡지 제작이나 배본(배포)이 단 한 번도 늦어진 적이 없다. 오히려 이 이슈를 선점하고 있지 않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나 탈북자 1만 명 시대의 표지 기사가 나간 뒤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파업) 전엔 이슈를 따라가기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처음부터 사필귀정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들 기자들이 너무 심하다고 얘기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내가 언론인으로서 평생을 보내고 마무리할 단계에 있는 사람인데 일방적으로 기사를 빼는 어리석은 짓을 왜 하겠나? 나를 경영인으로만 오독하는데, 난 편집인이기도 하다. 엊그제 문화방송의 <pd>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와서, 이야기를 거두절미 안 하고, 편리한 대로 편집 안 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겠다는 각서를 써오면 해주겠다고 했다. (언론에서) 내 말을 왜곡하고 노조의 얘기만 싣지 않았나. <pd>이 “공정하게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겠다”는 각서를 써왔다. 그런데 내가 “이 약속을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조항을 넣어야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더라.

</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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