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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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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의 결정판?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9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앞두고 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 높아져…투기 잡고 청약제도 대폭 바꿔 무주택자에게 희망 줄수 있을까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아파트 분양시장에 지각변동이 오는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1·11 부동산 대책’에 따라 분양값 자율화 시대는 8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오는 9월부터 전국 모든 아파트에 분양값 상한제가 적용되고, 공공택지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 아파트도 분양 원가가 공개된다. 정부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 공개를 동시에 적용하면 20% 안팎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공택지의 경우 이미 2005년 3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고 지난해 2월부터는 분양 원가도 공개되고 있다.

민간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 가운데 9월부터 분양 원가가 공개되는 아파트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지방 투기과열지구(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시·군 9곳(충남 계룡·공주·아산·천안시와 연기군,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경남 양산·창원시)이다. 공개 항목은 택지비·직접공사비·간접공사비·설계비·감리비·부대비용·가산비용(금융비용 등) 등 7개 항목인데, 시·군·구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이 분양 시점에 공개한다. 건설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검토한 뒤 결과를 공개하는 ‘간접 공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9월 이후 사업 승인을 신청해 분양 원가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는 총 5만7천여 가구에 이른다. 올 한 해 전체 아파트 공급 예정 물량인 47만여 가구의 12%다. 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아파트는 올해 전국적으로 14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무늬만 원가 공개’ 비판은 여전

이번 대책을 보면 건축비는 건설업체별 비용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로 정해지고, 땅값도 건설업체의 취득 가격과 이자 비용 등을 합한 원가가 아니라 감정평가기관이 매긴 감정가(보통 시세의 90% 수준)로 정해진다. 건설업체의 폭리가 숨겨져 있는 택지비와 적정 이윤을 초과한 건축비 등을 폭넓게 인정해준 꼴이어서 ‘무늬만 원가 공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선분양제 아래서 분양 시점에서 추정 원가에 기초해 공개한 원가와 실제 투입 원가의 차이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도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정부는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원가 공개 내용의 법적 효력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 원가 공개는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 제기를 검토 중이다.

건설업체들은 즉각 불만을 토로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통상 택지 공개경쟁 입찰의 경우 내정가(또는 감정가) 대비 130∼150%선에서 낙찰자가 선정되는 상황에서 택지비를 감정가로만 계상하면 이윤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과거에 사들인 땅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매입할 부지의 경우 땅이 잘 안 팔리는 도시 외곽에서는 ‘감정가에라도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반면 도심 안에 대규모 땅을 가진 지주들은 ‘세월이 약’이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땅을 개발하려 들지 않을 것이므로 도시 외곽에서만 주택이 공급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정부는 “분양가는 ‘택지비+기본형 건축비+가산비’ 범위 이내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말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택지비와 기본 건축비, 가산비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심사하는 것”이라며 “원가연동제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분양값 상한제에 따른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하고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해서도 채권입찰제(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적용)와 전매제한을 함께 도입했다. 다만 집값 상승을 초래하지 않도록 채권 매입 상한액을 주변 시세의 90%에서 80%로 내렸다. 전매제한은 그동안 공공택지에서만 적용돼왔는데, 이번에 수도권과 지방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까지 확대되어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7년, 25.7평 초과는 5년 동안 전매할 수 없다.

더욱 어려워진 ‘돈 빌려 집 사기’

주택금융 측면에서 ‘돈줄’ 차단도 더욱 강화돼 돈 빌려 집을 사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투기지역 주택담보 대출이 ‘1인당 1건’으로 제한된 것이다. 그동안은 투기지역에서 동일인 주택담보 대출이 3건 이상이면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대출을 갚아 2건 이하로 줄이면 됐는데, 1건으로 더 줄였다. 즉, 집을 담보로 또 다른 여러 채의 집을 산 투기성 다주택자들은 실수요가 아닌 집은 팔아야 한다. 다만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이 기간에 갚지 않으면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대출금부터 17%가 넘는 연체금리를 물리기로 했다. 김선덕 소장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양도세 중과 조처에다 ‘1인당 1건’ 제한 등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면서 대출 제한 건수에 걸린 다주택자들의 처분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가격 상승 기대가 있다면 연체 이자를 물고라도 매물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 대출까지 포함해 1인당 1건으로 제한했고, 제2금융권까지 규제 대상에 들어가 ‘대출 돌려막기’도 어려워졌다. 정부에 따르면, 투기지역 내 2건 이상 담보대출자는 20만9천 명(전체 대출자의 4.3%)이고 금액은 23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자는 5만5천 명(6조2천억원), 1년 초과∼3년 이내 대출자는 4만1천 명(4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주택금융 유동성 문제가 집값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경우 ‘1인 1건’ 규제를 ‘가구당 1건’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1인 1건이면 한 가족당 여러 건의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분양값 상한제 실시로 재건축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분에 분양가를 전가하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19∼24%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이 1인 1건으로 제한되면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가 많은 재건축 단지에서 매물 압박은 더욱 커진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 조합원의 본인 부담금이 늘어나게 돼 재개발·재건축에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도한 시세 차익 환수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주상복합 등 중대형 아파트에도 채권입찰제가 적용된다.

청약가점제도 앞당겨 실시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값 인하가 이뤄지면 청약 과열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청약 제도도 29년 만에 대폭 바뀌었다. 공공택지의 경우 무주택 기간, 가구주 나이, 자녀 수 등을 고려해 당첨자를 결정하는 청약가점제를 올 9월부터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또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감점제를 적용하고 청약 1순위 자격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정부는 당초 2010년 이후 적용할 예정이던 ‘민간택지’아파트에도 청약가점제를 9월부터 앞당겨 실시할 방침이다.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면 불리해지는 1주택 소유자와 핵가족·독신자 등은 9월 이전에 분양시장에 서둘러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당첨될 기회가 많아진 무주택·고령·다자녀 가구는 분양값 인하가 기대되는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릴 공산이 크다. 아파트 시장의 관심이 기존 주택에서 분양 아파트로 급속히 전환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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