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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학교에 국제적 반발!

등록 2006-09-23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국계 국제크리스천학교가 학교 운영을 도맡자 23개국 집단 항의… 재공모 과정의 불투명성 제기… 미 상공회의소 입김 작용 탓인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정부가 외국인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지난 3년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한 외국인학교의 설립이 되레 외국인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시간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4년 1월 용산 외국인학교에 참여할 학교의 모집 공고를 냈다.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만4천여 평의 땅도 50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했다.

최대 1천여 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추진 주체로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초대 이사장 박용성)을 세웠다. 지난해 서울외국인학교의 영국학교를 단독 운영학교로 선정했다. 이렇게 순조롭던 용산국제학교의 설립 추진 과정은 올 3월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의 이사장으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하면서 변했다. 5월 재단과 영국인학교의 운영 계약 협상이 종료되고 6월에 운영학교를 재공모했다. 재공모를 통해 영국학교, 국제크리스천학교, 국제어린이조기학교, 한국외국인학교 등 5곳이 참여하기로 했다.

재단이사회 회의록은 왜 비공개였나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계 국제크리스천학교의 참여가 잡음의 도화선이 됐다. 특히 국제크리스천학교가 학교 운영을 도맡으면서다. 반발은 한두 나라에 그치지 않았다. 23개 나라가 집단적으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방식도 대사관을 통한 각 나라의 공식적인 항의와 각 나라의 상공회의소 차원의 항의가 이어졌다. 네덜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도·캐나다·이스라엘·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나라들이 항의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한마디로 불투명성이다. 문제를 제기한 오영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특히 유럽 공동체가 비합리적이고 폐쇄적으로 용산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한 대한상의와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쪽에 강한 불신을 갖게 됐고, 이후 재공모 과정을 통해 특정 종교와 교과 과정상의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국제크리스천학교를 선정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재공모 과정이 불과 두 주에 마무리돼 많은 나라들이 “이미 만들어진 결과를 위한 연출”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제적으로 외국인학교의 설립 추진 주체인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의 실무와 운영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부적으로 은밀히 처리한 데서 많은 나라의 불신이 쌓였다. 실제 학교재단 이사장을 포함해 사무국 직원 전원이 미 상공회의소와 연대해 일을 추진한 대한상공회의소가 모든 업무를 총괄했다. 재단 이사회 회의록 역시 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구임에도 내용은 비공개였다. 학교 선정을 둘러싼 협상 과정도 비밀로 묶어놨다. 23개 나라가 공동 서명한 항의 서한에는 “한국에 있는 우리나라의 공동체와 현재 그리고 잠재적 투자자들 사이에 이러한 문제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꽤 많은 국제 투자기업들의 관리인들이 국제학교의 설립이 헝클어진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일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외국인학교 설립을 둘러싼 ‘편향’ 의혹이 미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의 투자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미상공회의소의 은밀한 연대

오영식 의원은 “이 사안이 무역투자 정책과 긴밀한 연관성을 띠는데도 감독기관인 산자부는 뒷짐만 진 채 유럽 각국 등의 불신이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에 재단 쪽 편만 들면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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