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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홍보인가 프로파간다인가

등록 2006-07-27 00:00 수정 2020-05-03 04:24

으로 인터뷰 조작, 엔 방영도 하기 전에 제작진 맹비난…광고홍보 예산 38억1700만원 잡아놓고 FTA 좋은 면만 강조하는 선전 공세

표지 한미 FTA 논쟁

▣ 조현호 기자

참여정부가 집권 이후 줄곧 강조해온 정책홍보가 공정성과 도덕성 등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정책 뉴스의 직접적인 서비스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홍보 창구이지만 최근 들어 인터뷰를 조작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또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한미 FTA 협상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긍정적인 면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주력해 시민사회의 큰 반발에 부닥쳐 있는 상황이다.

“과거 공보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의 ‘인터뷰 조작 사건’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목표로 그 긍정적 효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려다가 난 사고였다. 은 6월14일 ‘언론도 쟁점만 다루지 말고 객관적 정보 줬으면’이라는 글에서 연세대생을 포함한 대학생들과의 집단 인터뷰를 통해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의 기획물을 게재했다. 그러나 글에서 인터뷰를 한 것처럼 묘사한 연세대생들과의 집단 인터뷰는 실제로는 하지 않은 ‘작문’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당시 연세대생이 항의하자 글을 작성한 홍보처 정책뉴스팀 직원 백아무개씨는 인터뷰 대상자를 연세대생에서 순천향대생으로 수정했지만 실제로 순천향대생과도 인터뷰하지 않았다. 결국 두 차례 인터뷰 조작을 한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7월12일 이같은 사실을 자체 진상 조사 결과 밝혀내고 글을 쓴 백씨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을 총괄하는 조아무개 정책포털운영단장(국장급)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명령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은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징계심사 중이며 오는 9월쯤 징계가 착수될 전망이다.

국정홍보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옴부즈맨 제도’를 통한 외부 모니터링 제도화 △담당직원 등에 대한 직무 및 윤리 교육 대폭 강화 △기사 작성 책임자의 확인 기능 강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정홍보처의 이같은 재발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정책 방어’ ‘언론보도 반박’ 위주로 운영되는 의 기본적인 편집 방향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무의미하다는 게 언론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인터뷰를 조작한 백씨의 경우 인터뷰 결과가 부실했음에도 두 차례나 작문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정부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형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한미 FTA의 문제점을 기획 방영한 한국방송 과 문화방송 에 대해 7월4일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고 비난해 되레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같은 날 밤 방영 예정이던 에 대해서는 방영도 되기 전에 “횡포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해 언론시민단체의 난타를 받았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공보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주장”이라며 “홍보처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홍보처 폐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김 처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 및 해명은커녕 8일엔 에 광고를 실어 또다시 4일 방영된 이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등 한미 FTA 방어를 위한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터뷰 요청은 거절하더니…

대통령 홍보수석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이백만 수석은 13일 오후 과 에 ‘의 결정적 오류는… 멕시코 양극화 원인?… 멕시코판 IMF 사태인가, NAFTA인가’라는 글을 올려 “지난 7월4일 방영된 은 전형적인 편파 왜곡 보도”라고 비판했다. 팀의 박건식 PD는 “정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서면 인터뷰조차 거부해놓고 방영도 하기 전에 제작진을 비난하고, 방영한 뒤에는 공식적인 대응이 아닌 신문에 광고를 내고, 까지 나서서 반박하는 게 제대로 된 홍보 방식인지 의문”이라며 “언론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야말로 외눈박이식 홍보”라고 반박했다.
한미 FTA 홍보를 위해 정부는 앞서 지난 6월1일부터 7월 말까지 TV·라디오 등 방송과 인터넷, 지하철, 옥외에 공익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광고 내용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 시장에 더 크게 진출할 수 있을 것처럼 ‘장밋빛 미래’를 일방적으로 그리고 있다. 정부는 FTA 광고홍보 예산으로 38억1700만원을 예비비로 편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정홍보처의 본예산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언론학자와 광고전문가들은 정부의 FTA 정책홍보나 광고가 도를 넘어 일방적인 프로파간다(선전선동)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춘식 외국어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국민들이 FTA의 내용과, FTA로 인한 혜택 및 피해 등 효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다 보니 여러 문제점을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홍보의 가장 큰 원칙은 장단점 모두에 대한 충실한 공개임에도 장점만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은 더 이상 홍보가 아닌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조병량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도 “현저하게 논쟁 중인 이슈에 대해 정부도 자신의 입장을 광고를 통해 할 수 있고, 반대세력의 반박 광고도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예산과 인력 등 광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의 면에서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있고, 내용도 소비자(국민)를 오도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민을 상대로 국가예산을 들여 홍보하려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 전달해야 함에도 한쪽 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선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평택 미군기지 때도 균형 잃어

전면광고를 통해 FTA 협상이 낳을 문제점을 방영한 을 반박한 행위 역시 불순한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춘식 교수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놓고 나중에 그 주장이 문제가 될 경우 ‘광고인데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지면의 한계 때문’이라는 등의 면피를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그 시점에서 정부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집행하는 일종의 ‘정치광고’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 김재영 PD는 “신문 광고를 통해 을 반박하는 것은 힘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이데올로기 공세”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한 홍보 이외에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당사자(국민들)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책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설파해왔다. 특히 은 지난 5월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적극 보도한 진보매체에 대해 “균형 잃은 편파 보도”라고 주장한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의 기고를 실어 시위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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