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언론인 출신 김미숙 농림부 여성정책과장이 본 여성농업인의 가능성… 생산·판매 넘어 가공까지 책임지는 시대… 대상별 ‘맞춤형 농정’ 펼쳐야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류우종 기자
김미숙(45) 농림부 여성정책과장이 ‘농업’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79학번) 시절인 1980년대 초.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마련한 농업인 교육 프로그램에 간사로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농업인들을 알게 됐고, 농업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통상법 전문가로 쌀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송기호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게 이때였다고 한다.
농민단체와 농림부, 교환근무가 필요
대학 졸업 뒤엔 기독교농촌개발원과 YMCA 농촌개발부에서 농업인 교육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독교농촌개발원 교육부장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오건 당시 개발원장은 그가 평생 농업 분야에서 일하게 만든 실마리였다.

“동국대 농대 출신이었는데 매사에 모범적이었다. 자연, 생명, 농업인의 자세, 농부의 마음을 배웠다. 사람이 생명을 가꾸면 훌륭한 자세를 갖고 살게 되는구나 싶더라. 그런 분들을 자주 만나면서 나도 농업 관련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1989년 (이하 농어민신문) 창간 작업에 나서 2001년까지 기자로 활동해 농업 관련 나이테를 하나 더 보탰다. 창간은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당시 한농연 회장을 맡고 있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위 황민영 위원장이 초창기 의 상무였다고 하니 현재 농정을 이끌고 있는 상당수가 이래저래 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미국서 1년 남짓 연수 과정을 거친 뒤 귀국한 2002년 그는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된다. 출신들이 주도해 만든 농수산홈쇼핑 채널의 정보방송팀장. 농산물과 농업 정보를 담은 교양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자리였다. 이런 경력은 이듬해 개방직 공채를 통해 농림부 여성정책담당관(현 여성정책과장)으로 발탁된 밑바탕이었다. “농림부 개방직 채용 공고가 난 뒤 주위 분들이 응시해보라고 많이 권했다. 농림부 출입을 하면서 정책 만드는 걸 옆에서 보며 비판만 했는데, 직접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성 농업인들의 마음을 담은 정책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로서 농림부를 비판하다가 직접 들어가 일해보니 어떻던가?
“많이 배우고 있다. 기자 처지에선 보기 어려웠던 내밀한 정책 생성 과정을 경험한다. 또 민간에서 일할 때와 달리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여러 결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컨센서스(동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김 과장은 “농민단체 지도자는 농림부에서, 농림부 관료는 농민단체에서 교환 근무하는 방식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했다.
일반 농정을 넘어 별도의 여성 농업인 정책이 왜 필요한가?
“농촌, 농업 분야에서도 여성 평등을 넓혀가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여성의 장점을 살려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차원이다. 2004년부터 농업 정책은 ‘생산’ 중심에서 ‘소득정책’으로, ‘농촌개발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한 생산·판매를 넘어 가공까지 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지금, 여성 농업인의 강점이 발휘된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50대 미만, 농촌소득이 더 높다
“농촌을 잘 가꾸어놓으면 도시인들이 와서 자연을 즐기고 음식을 사먹는다. 또 특산물을 기념으로 사간다. 이런 새로운 농업의 흐름에선 여성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산나물을 뜯어 말리고 이를 소포장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섬세한 여성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지역에서 대물림되는 전통 공예 기술 역시 여성들이 전승하고 있다. 그뿐인가. 농업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농업 참여율이 높다. 여성 농업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여성 농업인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짜여 있는가?

“그동안의 농정은 ‘평균 농정’이었다. 고루 혜택을 주는 지원이었다. 이젠 ‘맞춤형 농정’을 해야 하고 이미 그렇게 방향이 잡혀 있다. 큰 사람한테 작은 옷은 맞지 않는다. 작고 알차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업체 사장처럼 농업을 경영하는 이들도 있다. 대상별로 다른 맞춤형 농정을 해야 한다.” 김 과장은 그런 점에서 “여성 농업인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기업형 농업과 틈새 농업에는 각각 다른 정책 수단을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제에서 파프리카 재배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조기심씨 같은 이들에겐 시설 설치나 개보수 때 자금을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고, 젊은 창업농에겐 선배 농업인을 연결해주는 멘토링(따라 배우기) 제도, 전문가 컨설팅 같은 게 절실하다. 이런 패러다임은 이미 도입됐으며, 지난해부터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여성농업 정책 실무 책임자인 그는 한국 농업, 농촌의 실태가 잘못 알려진 측면도 꽤 있다고 말한다. 희망 없고 낙후된 지역이란 이미지는 일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농업은 안 된다는 쪽으로만 생각하는데, 명암을 같이 봐야 한다. 환경이 어려워지는 건 맞지만, 농업계에도 성공한 이들이 많이 있다.”
성공사례가 있다고 해도 일부에 불과한 것 아닌가? 몇몇 성공사례가 농업계 전체의 어려움을 가리고 상황을 호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농업인 인구 비중을 보면 60살 이상이 무려 60%다. 이 때문에 평균 소득을 따지면 도시 지역 근로자 가구보다 농촌 가구의 소득이 낮게 잡힌다. 그렇지만 50대 미만으로 내려오면 도시 지역보다 높다.” 농촌을 ‘못사는 지역’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강원도 화천 토고미 마을은 가구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귀농한 한상렬 이장이 친환경 농법을 앞장서 보급하고 농촌 개발을 이끈 덕이다. 그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하더라. 농업인들이 일단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농민을 직업인으로 봐달라
그러기엔 농정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깊은 듯하다.
“부분적으로 정책 실패도 있지만, 평가해줄 부분도 있다. 농업에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성공사례가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인프라(기반)가 구축돼야 한다.” 벼농사만 해도 좋은 품종을 개발해야 하고 경지 정리, 농수로 개설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 과장은 “1960년대부터 이런 투자가 꾸준히 이뤄졌다. 버섯, 파프리카 같은 시설재배로 성공한 예가 꽤 있는데 정부 지원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농정의 성과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얘기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농어민들에 대한 보도는 만날 시위하는 것뿐이고, 여성 농업인에 대해선 관심 자체가 없다”며 언론의 태도를 꼬집었다. 농업, 농촌의 어두운 면, 밝은 면을 두루 다루고 농민을 직업인으로도 봐달라는 당부다. “이젠 ‘농민’이란 말보다 ‘농업인’이란 표현을 쓴다. 직업 개념이 담긴 말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생이 많은데, 이분들이 지금보다 행복해지도록 하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한다. 여성 농업인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돕고, 사회적으로 소중하게 인식되도록 좋은 사례를 많이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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