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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살리기, 로드맵 나왔다

등록 2006-06-01 00:00 수정 2020-05-03 04:24

소유권자 가리는 대법원 판결 앞두고 주민과 시민단체들 토지매입방안 확정… 땅 사거나 평생임대 또는 집합주택 입주, 양국 정부에도 구체적 요청할 듯

▣ 우토로=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

식민지 지배와 전쟁, 민족차별이 만든 재일조선인 마을 우토로가 강제철거에 맞서 우토로를 되찾기 위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응당 우토로 문제는 역사적·인도적 차원에서 일본 정부와 닛산차체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1년 전부터 주민과 국내 시민단체는 토지 매입을 통한 거주권 보장과 평화마을로서의 정착을 목표로 모금운동을 전개해왔다.

국내에서 모아진 성금은 현재 약 4억8천만원. 6400평 땅을 사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우토로를 지키려는 수많은 분들의 귀중한 마음은 현해탄을 건너 긴 투쟁에 지친 동포들에게 커다란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희망은 비로소 우토로 살리기의 청사진을 낳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부터 수차례 토론회 열려

‘우토로 땅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우토로는 어떤 마을로 남을 것인가?’ ‘한국과 일본 정부에게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가?’ 그 답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우토로에서는 일본의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과 주민들, 여러 전문가와 일본 시민 약 100여 명이 모여 여러 차례 토론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5월10일 주민들은 비좁은 마을회관 식당에 모여앉아 구체적인 토지매입 방안과 우토로 마을의 청사진에 대해 토의하고 결의했다. 이튿날 등 일본 언론들도 주민들의 결의 내용을 보도했다.‘우토로 살리기 계획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친인척과 금융기관 등에서 재정을 융통할 수 있는 세대는 지금 살고 있는 땅을 사서 개인 소유화한다. 둘째, 땅을 살 형편은 안 되지만 우토로 안에서 폐품 회수업 등 생계를 잇는 세대는 땅을 평생 임대한다. 우토로 땅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체로서 주민들이 결정권을 갖는 법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생활보호세대나 독거노인 등 경제력이 없는 세대는 집합주택에 입주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공영주택을 짓도록 강력하게 촉구한다.

토론회에는 거동이 불편한 우토로의 1세대 할머니들도 오랜 시간 앉아 자리를 지켰다. 개중에는 갑자기 치매에 걸려 자주 만났던 필자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분도 계셨다. 손을 들고 지금까지 쌓아온 울분을 터뜨리는 어머니도 계셨고, 그저 “난 잘 모르겠으니, 여기에 살게만 해주시오”라며 연거푸 당부 인사를 하시는 분도 계셨다. “우토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죽지 않을 것”이라며 눈물을 머금는 어머니도 계셨다.

한 재일동포 젊은이는 바로 옆에 있는 자위대 부대를 가리키며, 우토로가 전쟁의 비참함과 차별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평화와 공생의 마을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남북이 하나 되는 우토로를 기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일본인 남성은 “우토로가 일본인, 재일조선인, 남과 북의 사람들이 교류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을이 될 수 있다”면서 “김치도 먹으면서 모두가 벌거벗고 교류할 수 있는 ‘우토로 온천’은 어떠냐”고 하는 바람에 장내는 한바탕 웃음이 퍼지기도 했다.

총련과 민단, 어떤 역할 할까

우토로는 일본 정부와 닛산차체의 손을 떠난 뒤, 주민과 상관없이 복잡한 소유 경위를 거쳤다. 지금도 소유권자를 가리는 대법원 재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달이라도 소유권자가 확정되면 주민들은 결의한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할 것이다. 양국 정부에도 더 구체적인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 동포 단체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총련과 달리 민단은 우토로 땅 문제를 통해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하병욱 민단 고문의 영향력 탓인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 주민들이 만든 방안은 민간 모금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지금까지 소유권자가 결정되지 않았고, 민사상의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섰던 양국 정부의 대처가 주목된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재판이 끝난 뒤 주민회가 최종 확정된 매입 방안을 보내오면 이를 검토해 지원방법과 지원액을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우토로의 땅을 되찾는 일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우토로 살리기 로드맵’이 마련되는 데 18년이 걸렸다. 드디어 우토로 역사에 다시금 한국과 일본 정부가 등장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반드시 공영주택 건축해야”

주민들 힘만으론 불가능… 한국정부가 나서 일본정부 움직여주길


우토로 주민회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고령세대를 위한 공영주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은 우토로 문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일본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엄명부 우토로 주민회 부회장도 5월25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움직여 공영주택을 건설하도록 움직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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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땅 매입 방안이 주민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매입 방안의 의미는 무엇인가,
=땅 소유권자(서일본식산)와 매매 협상을 하려면 우선 주민들이 실제로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매입 자금은 주민들이 마련한 돈과 외부 지원금으로 구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는 매입 뒤에 마을 정비를 해야 하는데, 마을 구획 정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거주 형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번에 결의한 매입계획을 추진하는 일뿐이다.
우토로 문제의 역사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
=일본 사회가 재일조선인의 존재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구축하길 희망한다. 특히 일본 정부는 고령자와 생활보호세대, 집을 새로 지을 경제력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공영주택을 건축해주길 바란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공영주택을 건설하도록 움직여달라. 한국 정부가 우토로 동포들이 안심하고 우토로에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주민들의 자력만으로는 매입은 불가능하니 지원이 필요하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우토로 주민들의 땅 매입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계좌이체: 하나은행 162-910006-81704, 국민은행 006001-04-091586 예금주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 http://www.utoro.net 문의: (02)71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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