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값까지 걱정하는 민주노동당에 비해 거대정당 선거사무소는 호화판… 빈부 차이가 드러내는 선거운동의 양극화 풍경, 돈 없으면 몸으로라도!
▣ 용인=글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열댓 평 남짓한 사무실은 그리 좁아 보이지 않았다. 있을 게 없어서 되레 더 넓어 보였다. 비품들은 사연을 틀고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 두서없이 자리를 차지한 책꽂이는 환경미화원 당원이 아파트 앞에 버려졌다고 연락해와 날름 주워온 것이다. 테이블과 소파는 성남시당 청년위원회가 이사할 때 자리를 찾지 못해 나돌던 것을 구해왔다. 그 위에 그나마 폼나게 자리한 컴퓨터는 용산에서 컴퓨터 리스대리점을 하는 친구에게서 빌려왔다. 공짜다. 메스꺼운 냄새를 피워올리는 석유난로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민주노동당 용인시의원 사무실에서 “업어온 것”이다. 아직 바닥에 장판을 깔지 않아 시멘트의 차가운 기운이 그대로 올라왔다.
서울시장 후보, 강금실과 김종철의 차이
지난 4월1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자리잡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의 김배곤(36) 시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안이다. 그는 장판 값이 10만원을 조금 넘는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선거를 준비한답시고 어머니한테서 300만원을 빌린 형편에 한 푼도 헛되이 쓸 처지가 아니다. 목표는 당연히 시의원 당선이지만 그에겐 또 다른 목표가 있다. 4300여만원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의 절반으로 선거를 치러내는 것이다. 행여 낮은 득표율로 탈락할 경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열린우리당 시의원 예비 후보자의 60평짜리 사무실이 있다. 건설업자인 이 후보의 사무실엔 여러 개의 회의실이 있고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직 당내 후보자 선정을 위한 경선을 치르지 않았지만 후보 소유의 건물 밖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엔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선거시장도 마찬가지다. 있는 자는 더 많은 수단을 갖고 선거운동을 치를 수 있다. 없는 자는 이런저런 제약을 받는다. 돈이 없으면 자신을 마케팅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 빈부의 차이는 선거시장에서 선거운동의 양극화 풍경을 빚어냈다.
‘가난한 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사정은 대개 비슷하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김종철 민주노동당 후보 캠프는 선거비용 제한액(34억여원)의 20%인 6억~7억원에서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사무소는 임대비용 1천만원을 절약하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중앙당사 기자실에 들어앉았다. 운동권 출신이 운영하는 정치광고기획사와 홍보물·유세차·명암·벽보·현수막·어깨띠 등 ‘풀옵션’을 조건으로 5억원 정도에 계약을 마쳤다. 견적만도 7억~8억원에 이르고, 업계 관행상 10억여원이 공정가였지만 사정이 통했다.
가격을 깎은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선거 치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영상을 갖춘 유세차는 3천만원 안팎의 가격에서 겨우 한 대를 알아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는 가능한 한 선거비용 제한액을 꽉 채워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시내에서 김종철 얼굴이 붙은 차보다 강금실의 얼굴을 알리는 선전차가 수십 대 많은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우리도 돈만 있으면 49곳 다가 아니더라도 연락사무소를 더 내고 싶고 신문광고나 방송연설도 내보내고 싶다. 그러나 최소 10% 이상 득표해야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현실에서 빚을 낼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자금의 부족은 유세차량 대수뿐만 아니라 홍보물의 두께, 여론조사 횟수, 매체 광고, 로고송 등 거의 모든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약으로 나타난다. 김종철 후보 쪽은 신문광고나 방송연설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적게 받아 적게 쓰고 적게 돌려받는 악순환
민주노동당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부족한 재정 타개를 위한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다. 가급적 후보자 개인의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유권자의 뜻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다. 서울시당의 경우 2억5천여만원의 세액공제에 당원들이 십시일반 보탤 특별당비를 포함해 3억여원을 서울시장 후보 등에 지원할 계획이다. 세액공제가 4억여원에 이르는 광주시당은 다른 곳보다 형편이 나아 후보자 1명에게 8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그래도 돈이 모자란다. 선거운동 방식도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식이다. 민주노동당의 용인시 시의원 후보 7명은 대체로 나홀로 선거운동이나 부부 선거운동을 하는 형편이다. 김배곤 후보는 “당 후보가 지난 지방선거의 3배 이상 늘어나면서 후보들에게 조직을 지원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유급 사무직원을 쓸 수 없다는 점이 크다”고 이유를 말했다.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다른 군소 정당들도 형편이 넉넉지 않다. 국고보조금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120억여원, 115억여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20억여원에 불과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표가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비 보전에서도 군소 정당의 후보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적게 받아 적게 쓰고 적게 돌려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 있다.
모종린(연세대)·전용주(동의대) 교수는 <정치자금과 선거>라는 책에서 “충분한 선거자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후보자가 그렇지 못한 후보자보다 선거운동에서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이러한 비경쟁적이고 불공정한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은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232429106_5417682227122231.jpg)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윤석열 결심인데 “이재명 재판 재개하라”…변호인들 시간끌기 몸부림

정청래 “공소청·중수청 법안 수정할 것”…‘제2 검찰청법’ 반발 의식

트럼프 “쿠바에 석유∙자금 지원 더는 없다”…쿠바도 강경 대응

조갑제 “윤석열에 가냘픈 기대 한 가지…부정선거론은 꼭 사과하길”

‘그린란드 담판’ D-1, 트럼프에 통첩 날렸다…닐센 총리 “병합 불가”

‘뒤늦은 반성’ 인요한 “계엄, 이유 있는 줄…밝혀진 일들 치욕”

서울 시내버스 운행률 6.8%…파업 길어지나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541281811_20260112503825.jpg)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661160943_20260113500742.jpg)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