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후보자들 제한액 대비 지출률은 41.3%뿐, 정말 그렇게 적게 썼을까… 정치광고 기획사와의 이면계약과 ARS 이용한 선거운동 등의 반칙도 수두룩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선거시장에서 ‘블랙마켓’(암시장)과 반칙은 항상 존재한다. 열매가 크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발생 확률이 높다. 공직선거법이 강화되면서 시장이 점점 투명해지는 추세라지만 아직도 질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선거시장의 블랙마켓과 반칙들
지난 4월20일 조재환 민주당 사무총장이 전북 김제시장 공천을 부탁한 최락도 전 의원에게서 4억원을 받는 공천 뒷거래 현장이 들통났다. 한나라당의 김덕룡 전 원내대표와 박성범 서울시당위원장도 공천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됐다. 이런 굵직굵직한 건들을 빼더라도 지난 4월23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모두 87건의 선거 범죄가 신고됐다. 불법 행위의 몇%나 밝혀질지 알 수 없다. 공천 헌금 등 은밀한 뒷거래는 쉽게 탄로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면 아래 비리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 비리는 공정한 경쟁의 룰을 깰 뿐 아니라 후보자가 당선된 뒤 ‘본전’을 뽑기 위해 비리를 벌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천 헌금뿐 아니라 게임의 룰을 어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선거비용 축소·누락 보고와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 초과다. 2002년 선거에서 선관위가 적발한 후보자의 위반 행위 가운데 비용 축소·누락 보고가 2288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주로 선거비용 제한액에 맞게 장부를 짜맞추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2002년 선거 후보자들의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 대비 지출률은 41.3%다. 선관위는 당시 법에 보장된 대중연설 등을 하지 않아 후보자들이 그만큼 돈을 적게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초의원의 경우 평균 2800만원인 제한액의 불과 34%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후보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승우 민주노동당 총무실장은 “짜맞춘 결산을 제출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자들은 대체로 80% 수준에서 잠정 예산안을 짜놓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로 포함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기초의원 후보는 “쓰다 보면 법정한도액을 넘어서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비용 감추기는 회계 누락뿐 아니라 이면계약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후보자가 정치컨설팅 업체에 지나치게 많은 기획료를 제공했을 경우 선거비 제한액에 맞추고 공정가를 기준으로 한 국고 보전을 받기 위해서도 이면계약이 필요하다.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사장은 “기획료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던 2002년엔 이면계약을 안 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을 것”이라며 “기획료가 인정되는 지금은 그럴 필요성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큰 정치광고 기획사와 고액으로 계약할 땐 이면계약을 하는 후보자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실이 방학에 들어가는 이유는?
기초·광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를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탈법도 많다. 4월21일 현재 ARS 조사를 빌미로 한 후보자 홍보 행위는 25건이나 적발됐다.
그동안 문제시되지 않았지만 룰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정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로 의원들이 지원을 나가면서 보좌관들도 따라가는 바람에 의원실이 방학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다. 정치컨설턴트 김윤재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보좌관이 특정 후보 캠프로 지원을 나갈 때 휴직을 하거나 아예 그만둔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의정활동을 전제로 모금한 정치자금을 후보 자격에서 선거자금으로 쓰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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