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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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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신나게 펑펑 쏩니다

등록 2006-05-03 00:00 수정 2020-05-02 04:24

후보자 수와 선거비용 제한액 늘어 사상 유례없는 2조원 규모 돈잔치… 무형의 컨설팅에서 대형 유세차까지 반짝 특수, 블랙마켓도 1조원 시장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지방선거는 4년마다 한 번씩 서는 장이다. 후보자와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물품과 용역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거시장이 형성된다. 시장은 무형의 컨설팅에서부터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유세차까지 후보자들의 상품성을 포장하고 알리는 모든 것들이 팔리는 곳이다. 후보자들은 이곳에서 당선을 위해 더 좋은 물품과 용역을 구입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물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입장에선 반짝 특수를 누릴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먼저 여론조사 결과치를 구입하다

취업 재수생 임보라(24)씨는 지난 3월30일 한국방송에 나와 참여정부의 고용정책에 쓴소리를 날렸다. 다음날엔 파산한 중소기업인 정병권씨가 문화방송에 나와 어려운 경제 사정을 토로하고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지지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대표 또는 대표가 지명하는 사람이 선거일 90일 전부터 공중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통해 매월 두 차례씩 20분 이내로 방송연설을 내보낼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을 활용한 방송이다. 이날 열린우리당도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을 통해 정동영 의장의 20분짜리 방송연설을 내보냈다. 대외적으로 선거시장이 섰음을 알리는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3월 방송연설에 각각 1천여만원씩을 썼다.

국회 교섭단체는 방송연설의 송출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방송 제작비만을 부담했다. 방송연설은 군소 정당엔 빛 좋은 개살구다. 교섭단체가 아닌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수억원이나 되는 송출료 탓에 언감생심이다.

방송연설에 훨씬 앞서 물밑 시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당선 가능성 점검을 위해 일찍부터 여론조사 업체를 드나든다. 지난해 9월 경상도의 도의원 김삼탁(가명)씨는 군수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의원은 ARS 여론조사기관인 더피플에서 해당 지역의 군수 자리를 놓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치를 48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모두 5~6번 보고서를 구매했다. 장강직 더피플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200여 명의 지방선거 준비자들이 네댓 차례 꾸준히 여론조사 자료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많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김씨와 같이 여론조사에 투자한다.

여야 각 정당의 후보 지망생들이 1월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시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선거일 120일 전에,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 의원 후보자는 60일 전에 등록한 뒤 선거사무소에 현수막 설치, 명함 배포, 홍보물 발송, 전자우편 발송 등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대행하는 정치컨설팅업체와 계약하는 것도 이즈음부터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후보자등록 마감일(5월17일) 다음날부터 5월30일까지다. 그러나 대체로 당내 후보가 확정되는 4월 중반부터 늦어도 5월 초가 선거시장의 절정이다. 주문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인 1만1천여 명(2002년 지방선거 기준)에게서 쏟아진다.

이번 5·31 지방선거는 민선 3기를 뽑는 2002년 지방선거 때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원의 정수가 현행 3496명에서 2888명으로 18% 줄지만 기초의원의 유급화로 경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중선거구제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남과 호남에 후보를 내는 것도 증가 요인이다. 특히 2002년(후보자 218명)에 비해 당세가 크게 신장된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모두 700여 명의 후보를 내보낸다.

선관위가 잡은 비용만 6225억원

후보자의 증가뿐 아니라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이 늘어난 것도 선거시장을 키웠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2002년에 비해 30~40% 증가했다. 그만큼 후보자가 쓸 돈이 늘었다. 또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이 정당연설 등 항목별로 상한선을 두던 것에서 총량제로 바뀌면서 후보자들이 재량껏 돈을 쓰고 싶은 곳에 충분히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과거엔 정당연설을 하지 않으면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에서 그만큼 선거비용을 지출하지 못했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후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을 넓힌 것도 시장을 넓힌 요인이다. 예비 후보자들이 보이게, 때론 보이지 않게 당내 경선 때까지 쓰는 주머닛돈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시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도 큰돈을 시장에 뿌린다. 선관위는 6225억원의 비용을 잡아놓고 있다.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보존해주는 국고 보전비용 3544억원은 후보자들이 쓴 돈과 겹친다 치더라도 단속비용 1010억원, 선거운동 관리비용 598억원, 투표관리 비용 498억원 등 2681억원은 고스란히 선거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이같은 요인들을 바탕으로 지방선거 시장이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932명이 입후보한 지난 4·15 총선이나 2002년 대선 때보다 훨씬 큰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늘어난 돈은 시장의 참여자도 늘렸다. 황인상 피엔씨글로벌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시장의 규모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적으로 크게 분산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경쟁률을 평균 4 대 1로 하고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다 채운다고 가정하면 16곳 광역단체장에 889억원, 234곳 기초단체장엔 1375억원, 682곳의 광역의원엔 1282억원, 2888곳의 기초의원엔 4620억원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두 더하면 8166억원에 이른다. 후보자들이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다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2681억원에 이르는 선거 감독·관리 비용과 예비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포함할 경우 시장은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이 강화되고 선거가 많이 투명해졌다고는 하지만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 초과나 공천 비리 등 지하경제(블랙마켓)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법정 선거비용에서는 빠지지만 위에서 예를 든 김삼탁씨처럼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 행위에 소요된 정치비용이나 정당의 후보자선출 대회비용,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 설치·유지 비용 등도 선거시장 안에서 움직이는 돈들이다. 따라서 많게는 2조원에 이르는 돈이 지방선거 시장에 돈다고 볼 수 있다.

기획사의 몫만 거의 1천억원

최대 2조원에 이를 선거시장의 가장 큰손은 정치컨설팅업체(정치광고기획사)다. 정치컨설턴트들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의 당선 여부를 타진해주는 것에서 시작해 선거전의 ‘콘셉트’ 설정, 홍보물 기획 및 인쇄, 유세차량 임대까지 후보자가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문제를 통째(풀 옵션)로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계약의 ‘옵션’(선택사항)은 정하기 나름이다.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포뱅크코리아는 풀 옵션이면 기초의원의 경우 1천만~1500만원, 광역의원은 1500만~2천만원, 기초단체장 3천만~4천만원을 받는다고 공개했다. 가격 편차는 주로 선거구의 인구 차이에서 비롯된다. 광역단체장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이재술 인포뱅크코리아 대표이사는 “전국을 놓고 봤을 때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획사의 몫은 거의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점쳤다. 국내에서 덩치가 가장 큰 정치컨설팅업체 e-윈컴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현역 광역단체장과 계약을 맺었다. 당초 40명의 고객에 50억원의 매출을 바라봤지만 계약을 맺은 후보자가 이미 50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전체 후보자의 3분의 2 정도가 정치컨설턴트를 끼고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선거공보물이다. 정치컨설팅업체가 기획과 도안 등을 맡고 인쇄 용역 등을 외부에 내주면서 마진을 가장 많이 남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앙선관위의 2002년 선거비용의 국고 보존 현황을 보면 전체 보전비 가운데 선거공보가 35%로 가장 많다. 홍보물 제작 과정에는 통상 기획을 맡는 정치컨설팅업체와 하청을 받는 사진촬영업체, 인쇄업자 등이 호흡을 맞춘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위치한 우타스튜디오는 인터넷 포털에 선거공보물 촬영 광고를 내고 후보자 30여 명의 얼굴 사진을 찍어줬다.

뭉칫돈이 오가는 곳은 역시 방송이나 신문의 광고다.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들인 조·중·동의 1면 정치광고 가격은 6천만원이 넘는다. 후보자의 방송연설은 시·도지사의 경우 1회 10분 이내에서 5회까지 할 수 있지만 비용은 한 회에 1억원이 훨씬 넘는다. 가격은 에누리 없이 상업광고와 같다. 특히 신문의 경우 골고루 광고를 내지 않았다가 밉보여 자칫 기사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앙일간지에 한 번 광고하려면 5억원 안팎을 준비해두어야 하는 형편이다. 황규필 한나라당 총무국 재정팀장은 “당 예산으로 10억원 정도의 신문광고비를 잡아놨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은 후보자들에게 광고를 파는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도를 위해 여론조사업체에 조사를 의뢰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선거 전략과 보도의 과학적 접근법이 강조되면서 여론조사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1988년 국내 첫 정치 전문조사기관인 ‘중앙여론조사연구소’를 설립해 1992년과 95년 시장에 수천억원의 돈을 뿌리고 효과를 보면서 여론조사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20억원의 지방선거 특수를 기대하는 코리아리서치는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1.5배에 가까운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사장은 “이번에 상향식 공천을 하면서 여론조사만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았고, 당내 후보자 확정을 위한 경선 방식에 여론조사를 일정 부분 반영하기로 하면서 조사시장의 파이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미디어리서치, TNS, 한길리서치 등이 수혜자다. ARS 조사업계도 마찬가지다. 장강직 더피플 사장은 “4년 전에 비해 ARS 조사시장이 3~4배 성장한 200억~300억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ARS는 저가를 무기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크게 성장했다.

시·도지사, 유세차 56대까지 굴릴 수 있어

지방선거는 다른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들이 많은 만큼 유세차 제작 및 임대 시장도 큰 편이다. 지난 4월20일 선거유세 차량 전문제작 업체를 표방한 애드모빌은 분당에 LED 차량을 포함한 500대의 차량을 확보해 선거유세 차량 종합모델 전시관을 오픈했다. 이 업체는 최대 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무리한 목표치만도 아니다. 강덕성 애드모빌 선거사업본부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이 분야의 시장이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지사 후보자는 돈만 있다면 시·도지사 가운데 가장 많은 최대 56대의 유세차를 굴릴 수 있다. 임대가격은 320만원부터 첨단 음향 및 영상을 갖춘 2억원짜리 차종까지 다양하다. 유권자들은 5월18일부터 방방곡곡에서 돈으로 치장한 수천 대의 유세차량이 확성기를 켜고 후보자를 홍보하고 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오~ 필승 노래를 찾아서

로고송은 수십억원 시장… <오 필승 코리아> 두고는 두 당이 경쟁하기도

“힘있는 정당 많고 많지만~.”
민주노동당 5·31 지방선거 로고송의 첫 구절이다. 보헤미안 민요인 <목장길 따라>를 개사(가사 고쳐쓰기)한 것이다. 민요라 따로 저작권료 없이 편곡비만 약간 들였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은 이 곡을 포함해 2002년 대선 때 썼던 창작곡 <기호 4번 찍어요> 등 2곡의 로고송을 준비했다. 당 선거 (국고)보조금 지출 예산안엔 로고송 제작비로 700만원이 잡혔다. 김연주 민주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부장은 “700만원은 로고송을 준비하기에 불가능한 금액이다. 액수에서 기성정당과 큰 차이가 나겠지만 곡을 추가로 선정하게 되면 돈이 조금 더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4·15 총선 때 지역의 일부 후보들이 송대관의 뽕짝 <네박자>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채 로고송으로 쓰면서 분쟁이 일었다. 1천만원을 요구하는 것을 간신히 4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선거 로고송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중요하다. <오 필승 코리아>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옥신각신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운영관리실 관계자는 “가격을 말해줄 순 없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곡을 쓸 수 있도록 독점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2000년 총선에서 ‘총선연대’의 로고송 <바꿔>(이정현 노래)가 유권자의 정치개혁에 대한 바람을 타고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것은 정치권이 다 아는 상식이다.
한나라당은 <애국가>와 <독립군가> 등 개사곡을 준비했다. 혼성그룹 ‘거북이’의 댄스곡 <빙고>와 동요 <아빠 힘내세요>의 편곡 과정에 박근혜 대표가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고송은 중앙당에서 독점계약한 곡을 소속 정당의 후보들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보자들이 직접 로고송 제작업체에 의뢰하기도 한다. 손쉽게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로고송업체만도 20여 개에 이른다. ‘로고송코리아’ 관계자는 “광역의원 1인의 경우 저작권협회에 지급하는 저작권료 100만원과 복제 사용료 25만원, 제작비 50만원을 합한 금액이 표준가격”이라고 말했다. 로고송 시장은 여야 각 정당이 지급하는 수억원의 저작권료와 제작비 이외에 후보자 차원에서 쓰는 것을 더하면 수십억원의 시장을 이룬다.
이 밖에도 후보자 홍보용 홈페이지 제작, 대량 문자 발송, 마스코트, 단체 티셔츠, 모자, 조끼 제작 등 로고송보다 비중이 작지만 선거운동의 필수품 시장도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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