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이명박 시장, 나주 폭설 때는 현장 찾고 서울 폭우 비상 때는 테니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수시로 식사모임… 정무 보좌관들도 국회 상시 출근</font>
▣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지난해 12월25일, 전남 나주에 폭설이 내렸다.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청의 국장급 이상 간부 41명을 대동하고 피해 현장을 찾아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전남도청에 들러 지원금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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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지사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낯도장을 찍었다. 다음날치 신문들은 한나라당 ‘빅3’가 앞다퉈 대권 행보를 향한 ‘호남 끌어안기’ ‘호남투어’에 나섰다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여권 쪽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도 눈삽질을 했다.
메사추세츠 롬니 주지사에 쏟아진 비난
이명박 시장이 다른 지역 재해에 지원을 하겠다고 발벗고 나서는 것은 흠잡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이명박과 대선 후보로서의 이명박이 종종 헷갈린다. 이 시장의 행보가 대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더욱 그렇다. 최근 이 시장이 2004년 7월1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폭우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도 실내 테니스를 즐겼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은 대선 후보로서 순발력 있게 재난 지역을 방문한 것과 달리 광역단체장으로서 재난 대처와 그 자세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게 했다.
이 시장은 다른 모든 대권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공적인 제1의 신분은 엄연히 서울시장이고 대권 후보는 자신의 개인적인 차원일 뿐이다.
“롬니가 대선 가도에 뛰어들겠다는 결심을 공표하면서 그의 국가적 야망과 주지사로서 그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 내부의 중요한 정치적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 롬니가 여행을 하면 할수록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자리를 비운 주지사라며 비난했었다.” 지난해 12월14일 미국 공화당의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2008년 대선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보스턴 글로브> 기사의 내용이다. 주지사와 대선 후보와의 경계선 긋기는 미국도 고민거리다. 제도와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은 비교적 일찍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항로를 공개하면서 나름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시장은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일상적인 시정 업무를 보고 대권 후보로서 지역 방문과 강연정치를 하고 있다. 3월11~18일 미국 방문에서도 두 가지가 섞였다. 초청받는 형식이었지만 정치인들의 방미 루트인 헤리티지재단과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에 이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됐다.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와도 스킨십이 많다. 시청 출입기자도 아닌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과 1년에 3~4차례 이상 식사 자리를 갖는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는 것이야 탓할 수도 없지만, 정무보좌관 등의 직함을 단 몇몇 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여의도 국회로 상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당료들을 만나고 다닌다. 여의도 정가 출신인 정무보좌진들은 이 시장의 임기 만료 뒤 대선캠프에 참여할 멤버들이다.
도청 출입기자만 만나면 지방지에만 실린다?
여의도에 위치한 경기도청 서울사무소도 중앙정부나 국회와의 협력 창구로서 기능하지만 대권 후보로서 손 지사와 관련된 정무 보좌 기능이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대권을 노리는 한 광역단체장의 측근이 “도청·시청 출입기자들을 만나서 얘기하면 신문의 지역면에 기사가 처박힌다. 중앙 무대로 와서 떠들어야 그래도 비중 있게 나간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광역단체장과 대선 후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을 도민이나 시민들이 얼마나 원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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