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고건-정동영의 고향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불공정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공격에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반격 </font>
▣ 전주=박임근 한겨레 지역팀 기자 pik007@hani.co.kr
5·31 지방선거 연대를 위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고건 전 총리의 만남이 상처만 남긴 채 성과 없이 끝난 뒤 주목받는 지역이 있다. 전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11명 모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열린우리당의 ‘텃밭’이라고 불릴 만한 전북 도지사 후보 경선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현욱 현 전북지사, 김완주 전 전주시장의 날선 대결을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의 대리전으로 보면서, 고 전 총리와 ‘선긋기’를 시도하는 정 의장 쪽의 움직임을 이와 연관지어 보는 흐름이 있다.
강현욱 지사,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도
정 의장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고교 과정까지 마쳤다. 고 전 총리는 군산 출신으로 전북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두 사람은 개혁적·창조적 실용주의(고건), ‘미래세력, 평화세력, 민주개혁 세력의 연대’(정동영)를 주장해 정책 노선이 비슷한데다 지역 기반까지 겹친다. 그리고 같은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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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북지사 경선에는 강현욱 지사, 김완주 전 시장, 유성엽 전 정읍시장이 경쟁하고 있다. 군산 출신인 강현욱 지사는 고 전 총리와 지연으로 인연이 있다. 특히 고 전 총리는 제12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이곳에서 지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 차원의 관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5·31 지방선거에서 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거부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지역 기반인 전북을 무시할 수 없다.
고 전 총리는 오는 3월23일 전북대학교 특강을 위해 전주를 방문한다. 특강을 마친 뒤 전북도청을 방문해 강 지사와 만날 예정이다. 고 전 총리 쪽은 “지역에 강연을 가면 그 지역의 단체장을 만나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두 사람이 현재 처한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회동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고 전 총리 쪽보다는 강 지사 쪽이 더 적극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이달 초 전주시장직을 사퇴한 김완주 전 시장은 정 의장과 인연이 깊다. 고교 6년 후배인 정 의장은 정치적으로는 김 전 시장의 은인과도 같다. 정 의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전주 덕진)으로 초선이었던 1998년, 김 전 시장을 강력 지지해 당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해 6월 김 전 시장은 전주시장에 쉽게 당선됐다. 정 의장이 김 전 시장을 공개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처지지만 정서적으로 가깝다.
강 지사 쪽은 최근 국회의원들이 김 전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지사 선거대책본부장을 최근 맡은 황석규 전북도의회 의원은 지난 15일 “차기 전북지사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국회의원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도의원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해당 지역 도의원과 시군의원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지시했고, 강 지사를 지지하는 시군의원들에게는 중립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열린우리당 전북지사 경선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 지사가 재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고민에 빠진 것이다. 강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탈당해 고 전 총리와 연대하거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 지사는 지난 1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간당원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선을 알면서 참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경선 불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금의 경선방식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강 지사 선대본부의 핵심 측근은 “지금의 경선 방식은 우리 쪽에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고 전 총리와의 연대도 이런 방안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강 지사가 오는 23일 고 전 총리와의 회동을 놓고 형식이 어떻든 두 사람의 만남은 강 지사의 몸값을 올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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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당원 확보 경쟁에서 김 전 시장보다 뒤늦게 뛰어들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강 지사 쪽은 최근 열린우리당 경선 문제를 공격하고 있다. 기간당원 모집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성을 결여한 지금의 경선 선거인단으로는 경선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경선 방식(기간당원 직접투표 50%와 전북도민 여론조사 50%)에 대한 문제제기가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강 지사 쪽 움직임에 대해 김완주 전 전주시장 쪽과 최규성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위원장은 최근 “도지사 경선은 차질 없이 치러져야 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에서도 경선을 치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유창희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대변인은 지난 16일 “현실적으로 당비 대납과 종이당원의 존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 경선 일정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며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그때 전북도당 상무위원회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전 시장 쪽은 강 지사 쪽의 2002년 당시 민주당 경선 비리를 내세우고 있다. 스스로 흠결이 있으면서 경선이 불리해지자 경선 연기와 새 선거인단 구성 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4년 전 도지사 선거 당시, 강 지사의 핵심 참모였던 이아무개씨 등의 경선 선거인단 바꿔치기 혐의를 항소심 재판부가 2월10일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 등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2002년 4월 민주당 전주덕진지구당사에서 진행된 전북지사 후보경선 선거인단 명부 추첨 과정에서 당시 정세균 후보 쪽에게 밀리자, 정상적으로 추첨된 선거인단 접수증 가운데 196장을 강 후보 쪽 지지자 접수증으로 바꾼 혐의로 기소됐다.
새만금 대법원 판결의 파장
김 전 시장 쪽은 “(장고를 거듭하는) 강 지사는 당당하게 거취를 표명하라”며 “사실무근의 종이당원, 기간당원 모집 의혹 운운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 전체에 대한 모독이며 도전일 뿐 아니라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시장 쪽은 “강현욱 지사는 지금까지 거취 표명을 수차례나 연기했다”며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변수가 생겼다. 대규모 간척사업인 새만금사업에 올인해 ‘강만금’이라는 별칭이 있는 강 지사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기간당원 선거 구도에서는 불리하더라도 전북도민 여론조사에서는 반전을 꾀해볼 호재인 셈이다. 강 지사의 계산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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