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방문한 두두 디엔 특별보고관이 시정 조처 권고하는 보고서 작성… “60년째 기본적 인권을 침해받은” 주민들의 실태가 62차 총회에서 토론된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지난해 7월5일 일본의 마지막 조선인 징용인촌 우토로를 방문한 두두 디엔(53)은 말을 아꼈다. 세네갈 사람인 두두 디엔은 유엔 인권위원회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이다. 그는 일본 내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7월3일부터 11일까지 일본 전역을 여행 중이었다.
‘유엔 인권위 특별보고관이 뜬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물론 한국 시민단체까지 우토로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두두 디엔은 마을만 꼼꼼히 둘러봤다. 주민들은 그를 초대해 조선 음식을 대접했다. 그는 이날 말미에 다음과 같이 짧게 언급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이런 빈곤과 배제가 있었다니 매우 충격적이다.”
강제 퇴거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라
말을 아끼던 그가 최근 자세하고도 상세하게 말을 풀어냈다. 두두 디엔 보고관은 ‘인종주의와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증과 모든 종류의 차별’이라는 일본의 인종차별 현황 보고서를 최근 유엔 인권위에 제출했다. 23쪽짜리 이 문서는 3월13일 열릴 제62차 유엔 인권위원회 총회에 정식 보고돼 토론된다.
두두 디엔은 보고서에서 옛 일본 천민계층이 모여 살던 부라쿠 거주자들, 소수민족인 아이누족과 오키나와인과 함께 재일 조선인을 일본 내 주요 차별 대상으로 짚었다. 우토로도 주요 사례로 제시됐다.
“우토로에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비행장을 짓기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작은 땅으로 이주당한 조선인 커뮤니티의 실태를 목도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군용 비행장은 버려졌고 조선인들은 전후 복구 사업에서 배제됐다. 그들은 우토로에 남은 채 잊혀졌다. 직업도, 보호도, 법적 지위도 없이 말이다.”
그는 이어 우토로의 위생시설이 열악해 통탄할 만한 지경이라고 적었다.
“상당수 주민들이 수도관이나 정수시설 없이 살고 있으며, 하수 배관이 없어 노천 하수도가 이용된다. 우지시가 관리하는 이웃 수로가 우토로 하수도로 역류를 일으켜 홍수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취약한 마을의 기반시설은 주민들이 직접 지은 것이다.”
두두 디엔은 일본 대법원이 우토로 주민들에게 ‘강제 퇴거하라’는 판결을 내린 경과를 전한 뒤, “일부 주민들은 스스로 집을 부수고 떠나야만 했다. 대법원 판결은 퇴거일을 명시치 않아, 남은 주민들은 퇴거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기술했다. 우토로 조선인들은 식민주의와 전쟁, 최근 들어선 부동산 투기의 피해자라고 느끼고 있으며, 그 또한 “(주민들이) 60년째 기본적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적었다.
이 보고서는 일본 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하고 강제퇴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즉각 조처해야 한다. 재일 조선인들이 60년 이상 이 땅에 살아온 만큼 일본 정부는 그들이 우토로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5~6월께부터 본격적인 땅 협상
최종적으로 보고서는 일본 정부에 △인종차별을 인정하고 해결 의지를 보일 것 △차별을 저지하는 법을 만들 것 △정부 차원의 인권위원회 세울 것 △역사 재기술 및 교육 등을 권고했다.
김기연 유엔인권정책센터 사무국장은 “이 문서는 3월13일 유엔 인권위에 정식으로 보고되는 공신력 있는 보고서”라며 “보고 뒤 총회장에서 당사국인 한국이나 북한, 일본 등이 관련 발언을 할 수 있으나, 이 보고서가 따로 총회 결의안처럼 강제력을 띠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토로국제대책회의는 2월9일 현재까지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에 4억7천여만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우토로 주민들은 새 땅 주인인 서일본식산과의 접촉을 유지하면서, 땅 소유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는 5~6월께부터 본격적인 땅 협상에 들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우토로 주민들과 한·일 시민단체, 동포조직 등 우토로의 모든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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