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나올 정부 초안 기초로 근본적 개혁안 준비하는 이목희 의원
중장기적 계획 아래 부담률 올리고 급여 축소… 뜨뜨미지근하겐 안할 것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애초 날을 잘못 잡았던 듯하다. 11월30일 이목희(52) 의원 인터뷰는 무려 예닐곱 번에 걸친 시간 조정 끝에 이뤄졌다. 마침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최종안을 마련해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한 날이었다. 당내 최고의 노동 전문가인데다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눈썹을 휘날리며 하루 종일 뛰어다녀야 했다. 이 의원의 제5정조위는 환경·노동·복지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약속 시각인 오후 6시를 조금 지나 국회 의원회관 431호로 들어서는 이 의원은 숨이 턱에 차 있었다.
정부 보전금은 얼마나 적절한가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 연금의 재정 상태가 국민연금 쪽보다 훨씬 나쁘다. 이걸 놔두고 국민연금부터 개혁하려고 드니 탄력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연금 전문가들도 한다.
“일면 타당하지만, 전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을 안 한 게 아니다. (연금) 급여는 낮추지 않았지만, 보험료 부담은 높이는 제도 개선을 해왔다. 1995년,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보험요율을 올렸다.”
그래도 국민연금보다 훨씬 유리한 급여 체계를 갖고 있지 않은가?
“공무원연금은 민간 기업의 퇴직금, 퇴직연금(12월1일 도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반열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공무원에겐 퇴직금이 따로 없지 않은가. 또 하나,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선 급여나 고용 안정성이 높지만 대기업 사무 노동자보다는 임금이 낮다. 고용 안정성도 예전 같지 않다. ‘철밥통’은 사라지고, ‘나무밥통’쯤으로 유연해졌다.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정부 보전금(적자를 메워주는)이 계속 늘고 있는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전해주는 것은 몰라도 지금처럼 커지는 걸 그대로 둘 순 없다.”
어떤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지….
“행정자치부가 외부에 용역을 맡겨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기초로 개혁 방안을 만들 것이다. 개혁의 부작용 크다고 해서 뜨뜻미지근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플랜(계획)을 세워 외부에 공표하고 (고치는) 약속을 할 것이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재정 안정성을 위해 본인(가입자) 부담률을 올리고 급여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꺼번에는 안 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정부가 메워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듯하다.
“국민들이 정부 보전은 절대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적절한 수준이냐가 문제다. 여기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법 개정 작업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빨리 합의를 이뤘으면 좋겠는데, 여야 의원들의 토론과 협상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 여야가 ‘서 있는 조건’이 너무 다르다. 여당은 재정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 밀어붙여야 할 처지고, 야당은 그런 것과 별 상관이 없다. 여야의 이 ‘서 있는 조건’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그건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상태가) 어떠한 상황에 빠지는지를 드러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고령화·저출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개혁)할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국민적 관심사 형성을 통해 ‘합의’는 아니더라도 대략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는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국민연금법 개정,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 국민연금특위를 중심으로 하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 때처럼 민간 자문기구를 둬야 한다. 가입자 대표, 공정한 시민사회 단체, 전문가를 포괄하는 국민협의회를 두자는 제안은 이미 국회의장에게 전달됐고, 의장도 이를 받아들여 곧 협의회 구성에 대한 요청을 할 것이다. 민간 협의회에서 보험요율은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쪽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분위기를 형성해가자는 것이다. 협의회는 가입자와 시민사회 단체 중심으로 꾸려져야 하며, 전문가는 소수만 참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나름의 생각이 정리돼 있어 평행선을 달리기 십상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난항을 겪는 것은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 문제가 더 많은 공무원 제도를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이 힘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는가?
“너무 과한 분석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공무원연금 제도 자체보다는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시대에 공무원은 ‘철밥통’을 차고 있다는 데 반감을 느끼고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고용의 유연성이 생겼지만, 여전히 철밥통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일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비리, 부정직 행태에 따른 나쁜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다.”
국회 국민연금특위 쪽에서 국민연금 개정안을 내년 2월까지 처리한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국민연금법 처리 일정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내년 초에 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내년 상반기에는 처리해야 한다. 정치 일정상 하반기로 넘어가면 개헌 국면에 들어가고, 2007년 상반기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손을 못 댄 채 2008년을 맞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급여를 받는 이들이 엄청나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선 (두터운 저항 세력이 형성돼) 고치기가 더 어려워진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 연금 제도에 대한 개혁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정부 의지만 확고하면 국민연금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쉬운 사안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정부(행정자치부)가 세우되 정책 방향은 당이 틀어쥐어야 할 문제다. 행자부가 내년 초에 재정재계산 용역 결과에 따라 안을 마련할 것이다. 재정재계산 작업은 곧 개혁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재정 상태로 보아 미래에 얼마의 정부 보전금이 들어가야 하는지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개혁의 방향이 잡힌다.”
2014년이면 정부 보전액 4조1천억원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 연금 제도의 개혁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했는데, 연금 전문가들은 그렇지 보지 않는다. 똘똘 뭉친 소수(공무원 집단)가 느슨하게 연결돼 있는 다수(일반 국민)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추정 자료를 내보이며) 2014년이면 공무원연금기금에 대한 정부 보전액이 4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있다. 국민연금 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데,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을 못하겠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토론을 통해 설득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무원들이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도 계속 지금 상태로 갈 수는 없다. 근본적인 개혁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디올백·금거북이·목걸이...검찰 수사 뒤집고 김건희 ‘매관매직’ 모두 기소

특검, 김건희에 ‘로저비비에 선물’ 김기현 부부 동시 기소

“비행기서 빈대에 물렸다” 따지니 승무원 “쉿”…델타·KLM에 20만불 소송

이 대통령 “정부 사기당해” 질타에…국토부, 열차 납품지연 업체 수사의뢰

박주민, 김병기 논란에 “나라면 당에 부담 안 주는 방향 고민할 것”

청와대 복귀 이 대통령…두 달간 한남동 출퇴근 ‘교통·경호’ 과제

나경원 “통일교 특검 빨리 했으면…문제 있다면 100번도 털지 않았을까”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5/53_17666328279211_20251225500964.jpg)
건강검진 정상인데,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플까? [건강한겨레]

“김병기 이러다 정치적 재기 불능”…당내서도 “오래 못 버틸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