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고 돈도 펑펑 쓰지만 실적 없는 검찰 공안부와 경찰 보안수사대
500평 시설에 10여명 근무하는 밀실형 안가는 저소득층 위한 어린이집으로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강정구 교수 사건을 계기로 변화한 시대에 맞춰 공안수사기관의 기능과 구실을 전면적으로 축소·재조정하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신임 검찰총장이 검찰 공안부의 개혁에 나서게 될 경우 국정원·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의 연쇄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안검사 비율 10.3%… 사건은 2.6%뿐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 당시 검찰 공안부 조직의 개편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형사사건 가운데 공안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검찰 공안부의 규모나 기능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그래픽 참조)를 보면 올해 1~8월의 전체 형사사건은 152만2297건으로 이 가운데 공안사건은 3만9689건이었다. 비율로는 2.6%였다. 그런데 전체 검사 1514명 가운데 공안부 소속이거나 공안 담당 검사는 156명으로 10.3%에 이르렀다. 사건 수와 담당 검사 수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은 “공안 수요가 많이 줄어든 만큼 공안부를 축소해야 한다”며 “현재 검찰은 검사 인력난으로 공판검사를 증원하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이런 식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수를 보면 공안부 ‘축소론’ 또는 ‘폐지론’이 왜 불거져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국보법 위반 사건은 2003년 210건(접수 기준)으로 전체 공안사건에서 국보법이 차지하는 비율은 0.37%였다. 이마저도 지난해에는 0.25%, 올해 상반기에는 67건으로 0.0001%로 줄어들었다. 사건 자체의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기소율이나 실형 선고율도 극히 낮아졌다. 국보법 실형 선고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의 일이다.
공안사건 가운데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을 비롯한 노동사건은 공안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 의원은 “노동운동이 전투적이고 이념지향적이라 예측불가성이 높다는 이유로 공안부에서 노동사건을 처리해오고 있지만, 공안부는 공안적 시각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노사간 법 집행의 형평성을 기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안부가 전담하는 또 다른 분야인 선거법 위반 사건 역시 선거가 치러질 때만 수사 기능이 한시적으로 작용하는데다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고발에 따라 수사할 경우 큰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검찰 공안부의 구조개혁 문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한 번 제기된 사안이다. 당시 정부는 ‘신공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공안부 안에서 오랫동안 검사 생활을 해온 이른바 ‘구공안’ 검사들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고 형사부 등 공안부를 거치지 않은 검사들을 공안부에 배치함으로써 공안사건도 일반 형사사건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다. 당시 이런 조처들이 폐쇄적인 검찰 공안부 조직에 변화를 가져오는 듯했지만, 개혁이 진행되기도 전에 진형구 당시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파업 유도 의혹 사건으로 과거로 급속히 회귀하게 된다. 그 뒤로는 “공안은 역시 공안통 검사들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검찰 조직 안에서 득세했고, 구공안 검사들이 급속히 공안 핵심 라인에 복귀했다.
검찰 공안부와 함께 경찰 조직의 공안 조직들에도 개혁이 시급하다. 올해 경찰청에 대한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등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찰청 보안국 소속의 보안수사대가 전국적으로 42개나 있고, 이들이 운용하는 밀실 안가도 25개가 된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표 참조). 이 의원은 “서울 경찰청 산하에 있는 장안동 분실, 옥인동 분실, 신정동 분실 등은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분실들의 경우 규모나 내부 구조, 인원 등 모든 사항이 비공개로 돼 있다”면서 “1년 예산이 얼마인지를 국회의원조차 모르는 것은 이들이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국정원이 관리하는 예산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충남의 경우 보안수사대가 4개나 있는데 왜 충남에 그렇게 많은 보안 수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설립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보안국의 전체 인원은 2478명에 이르지만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검찰 공안부의 상황과 닮은꼴이다. 5년 동안 단 1건의 검거 실적도 없는 곳이 4개소에 이른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는 ‘개점 휴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전국의 보안수사대가 검거한 인원은 11명으로 확인됐다. 42개의 보안수사대가 학생 수배자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가 본격화됐던 김대중 정부 시절만 해도 무리수를 두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사건들이 남아 있었다. 즉, 80년대부터 활동했던 노동·학생·지역조직들을 찾아내고 그 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들을 조직사건으로 엮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활동을 그만두고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 생활인들을 억지로 엮어 조직사건의 당사자로 형사처벌한다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자신의 밥그릇을 지켜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존권 차원의 무리한 실적 쌓기’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경찰 보안수사대 42개, 충남에만 4개
이 의원은 “보안수사대의 밀실형 안가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500평이 넘는 시설에 10여 명 안팎의 인원만이 근무하는 곳도 있었다”면서 “남영동 분실을 국민들에게 돌려준 것처럼 이 넓은 시설을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거나 어린이 도서관으로 개조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제안했다.
경찰청 보안국과 검찰 공안부, 국정원의 공안 조직과 기능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 특히 경찰청 보안국의 예산 가운데는 국정원에서 지원되는 것도 포함됐다. 국정원 쪽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그 규모와 쓰임새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밥그릇 찾기도 불가능해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직을 축소·통폐합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요원들은 능력과 소신을 지닌 전문 인력으로 정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보안국 예산은 아무도 몰라
조직과 인력의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할 일은 공안 관련 조직과 관행을 최후에서 지탱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법은 그대로 두면서 사람과 관행만을 바꾸는 건 공허한 일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과제인 시대착오적 공안 시스템의 개편 여부는 참여정부의 개혁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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