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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개막, 2천8백만명 시청

등록 2005-10-05 00:00 수정 2020-05-02 04:24

남성·게이·어린이 시청자까지 포섭한 미국내 열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게이 작가가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날카롭고 정확하게 이야기 묘사

▣ 뉴욕=양지현 <씨네21> 통신원 jihyunyang@msn.com

지난 9월25일 일요일 밤 9시, 첫 번째 시즌이 끝난 뒤 126일 만에 <위기의 주부들>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손꼽아 기다리던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려는 듯 <위기의 주부들>은 중요한 전화지만 예의를 지키기 위해 아침 9시가 될 때까지 친구들에게 전화하지 않는 브리에서부터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면접 인터뷰를 소화해내는 리네트까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물론 미스터리한 새로운 이웃까지 프로그램 특유의 코믹 터치로 소개했다. 이 결과 <위기의 주부들>은 2840만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해 역시 인기 시리즈인 <로스트>(시청률 3위)를 누르고, 〈CSI〉에 이어 당당히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리얼리티쇼 밀어내… 9·11과 커뮤니티

최근 에미상 시상식에서 코미디 시리즈 부문 연출상과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한 <위기의 주부들>. 첫 시즌 내내 2400만명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 이 방송은 가장 중요한 시청층인 18살부터 49살 성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이 중 여성 사이에서 단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방송은 현재 방영일인 일요일 시청률을 사실상 ‘평정’한 상태. 넬슨미디어 리서치와 <월스트리트저널> <타임 매거진> 등의 시청률과 설문조사에 따르면 또 다른 현상도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5월까지의 집계 중 25~54살의 시청층 중 7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 가정이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으로 꼽혔으며, TV를 1시간 이상 보는 시청자 중 20%가 이 프로그램을 본다(<네트워크 뉴스> 77%, I 50%, <로스트> 20%). 지난 4월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회장에서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는 “남편이 잠든 뒤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며 유머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로라 부시는 한번도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작은 서클의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위기의 주부들>은 여자이기 전에 한 남자의 부인 또는 어머니로서 생활하는 주인공들의 ‘삶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있다. 프로그램의 창작자이자 극작가인 마크 체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도 실존하는 수백만명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주부들>의 성공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미국 TV의 90년대는 시트콤이, 2000년대 초는 <아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등 리얼리티쇼들이 시청률을 독점해왔다. 따라서 이런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특색 있고 고급스러운 드라마를 찾게 됐다는 것. 두 번째, 9·11 사태 이후 비록 ‘콩가루’에 가깝기는 하지만 이웃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커뮤니티에 대한 느낌이 어필했다는 것. 세 번째, 이웃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훔쳐본다는 느낌과 도발적인 장면과 스토리라인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자들의 시점에서 드라마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메인 캐릭터들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도 미국 TV 드라마 중에는 경찰이나 FBI 요원, 변호사 등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 또는 법률 드라마나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의료 드라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위기의 주부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외에도 <위기의 주부들>은 남성들과 게이, 어린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미디어는 가브리엘 역의 에바 롱고리아와 이디 역의 니콜레트 셰리든을 새로운 섹스 심벌로 만들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롱고리아는 <위기의 주부들> 출연 뒤 주가가 올라가 섹시한 인기인 리스트에서 1위를 도맡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셰리든은 지난 11월 풋볼경기 방송인 <먼데이 나이트 풋볼>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 리시버 테렐 오웬스에게 타월을 벗어 던지고 안기는 선전을 선보여 남자들에게는 환호를, 여성들과 보수파에게는 눈총을 받았다. 한편 9~12살 어린이 시청자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소식은 ‘학부모 텔레비전 협의회’(PTC)와 연방방송위원회(FCC) 등의 ‘공격 타깃’이 되기도 했다. 셰리든은 또 브리 역의 마샤 크로스와 함께 탄산음료 7UP 플러스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25∼49살의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이 제품의 첫 광고의 모델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출연진이었다. <위기의 주부들>이 그 뒤를 잇는 인기 프로그램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섹스 앤 더 시티>와 같고 다른 이유



겉으로 볼 때 <섹스 앤 더 시티>와 <위기의 주부들>은 전혀 다른 드라마로 보인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드라마가 잇따라 히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가 도시 속의 화려한 싱글들의 이야기를 리버럴하게 보여주었다면, 후자는 미국 중산층의 보수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가 30대 여성들의 생활과 친구들의 우정을 다뤘고, 후자는 40대 여성들의 이웃에 대한 호기심과 가정사를 다룬다. 전자의 주인공들에게 우정이 가장 중요했다면, 후자의 주인공들에게 우정은 어머니이기 때문에, 아내이기 때문에, 전자만큼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의 자연적인 다음 단계가 <위기의 주부들>이라고. 캐리와 미란다, 샬롯, 사만다의 10년 뒤 모습이 수잔과 리네트, 브리, 가브리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성장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위기의 주부들>이 자연스러운 ‘넥스트 스텝’일 것이다.
두 드라마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두 시리즈 모두 극작가들이 게이라는 것. <타임 매거진>은 ‘퀴어 아이 포 스트레이트 TV’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와 <위기의 주부들>의 마크 체리 등 최근 인기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게이이며, 이들의 시선으로 본 ‘스트레이트’(일반인)들의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더욱 날카롭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묘사했다는 것.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남자들의 이상 심리를 이해하며, 조금 더 이탈, 분리된 눈으로 여성의 관점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남성들이 영화나 TV에서 그리는 여성에 대한 환상과 로맨틱적인 요소를 빼내면 그 뒤에서 진정한 사람을 볼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같은 여자친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체리는 “지금까지 남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쓴 적이 없다”며 “여성에 대해 글을 쓸 때 집처럼 편한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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