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경제 지표로 살펴본 농가 소득의 불안전성과 불평등
농업소득 점차 줄고, 농업경영비 증가로 투자 수익률 저하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10년간 농촌경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농가경제 지표들은 비록 앙상한 숫자이지만, 농촌의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농가소득에서 농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농외소득에는 식당 허드렛일과 농한기의 농촌 근처 공장 취업, 남의 농사일을 거들어주고 받는 품삯도 있고, 농민이 공사판 막노동을 해서 번 돈도 포함된다. 통계청이 전국 3200개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경제 실태를 조사한 것을 보면, 2003년 농업소득은 가구당 평균 1057만원, 농외소득은 939만원으로 나타났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농가소득 2687만원 가운데 농업소득이 39.3%, 농외소득이 35%를 차지했다. 농업소득은 지난 1995년 1046만원을 기록한 이후 별다른 변동이 없는 반면, 농외소득은 1995년 693만원에서 2004년 954만원으로 뛰었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 비중은 1995년 48%에서 2003년 39.3%, 2004년 41.6%로 줄어든 데 비해 농외소득은 1995년 31.8%에서 2003년 35%, 2004년 32.9%로 늘었다. 농사만 지어서는 소득이 갈수록 떨어지자 농가마다 농외소득으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총수입 1.5배 늘 때 경영비는 3배
농외소득에 공적·사적 이전소득까지 포함한 경우 농가소득 중 농외소득 비중은 1970년 24.2%에서 1993년 50.2%로 농외소득이 처음으로 농업소득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다시 58%로 크게 늘었다. 이렇듯 농외소득 비중이 농업소득을 웃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민들은 더 이상 농민이 아니라 임금노동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자문 농어업·농어촌특위 나승렬 사무국장은 “정부가 농가소득의 10%까지 직불제로 지원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경작 면적이 5ha인 농가도 농업소득만으로는 가계비 충족을 할 수 없고, 직불제에다 농외소득이 함께 붙어줘야 도시근로자 소득수준만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홍두 정책위원장은 “농촌정책이 본업인 농업은 뒷전이고 농외소득으로 먹고살게 하는 건 농민을 노동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농촌 인구를 전 인구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농업소득에서 1차 지지가 안 되면 다들 농촌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조사부 전찬익 팀장도 “예전에 버스 대절해서 농지를 싸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고 유도해 젊은 사람들을 실어다가 농촌 농공단지에 보내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지금은 농촌 인근에서 농외소득을 올릴 만한 일거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농업의 투자 수익률은 어떨까? 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연구위원은 “10년 전만 해도 쌀 농가의 투자수익률이 10%대였는데, 지금은 2.5∼3% 정도 된다. 수익이 너무 낮아서 지금은 아무도 농지를 안 산다”며 “우루과이라운드 발효 직후 1996년부터 농산물 실질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농자재값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고 농기계 구입비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업소득률(농업총수입-농업경영비)은 1995년 가구당 1046만원으로 65.5%였다. 그러나 1998년에 53.8%로 떨어졌고, 2004년에는 농업총수입 2662만원, 농업경영비 1457만원으로 소득률이 45.3%(농업소득 1205만원)로 크게 떨어졌다. 농업총수입이 증가했어도 농업경영비가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업경영비는 1995년 가구당 554만원에서 2004년 1457만원으로 무려 세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농업총수입은 1995년 1601만원에서 2662만원으로 1.5배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영비 가운데 비료·농약비는 1995년 69만원에서 2004년 158만원으로 증가했고, 농가부채 이자·종묘비 등 기타 비용도 1995년 126만원에서 2004년 무려 777만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농가경제 잉여(처분가능소득-소비성지출)도 1995년 629만원에서 2000년 436만원, 2004년 430만원으로 줄었다. 농가소득이 1995년 2180만원에서 2002년 2447만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농업경영비가 폭등한 탓에 농가잉여가 감소한 것이다. 소득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1995년에 농업소득만으로 가계지출의 70.8%를 충당했으나 2004년에는 고작 48.8%에 그쳤다. 그만큼 빚을 얻어야만 농가 살림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저축은 꿈도 꿀 수 없고 갈수록 부채만 쌓일 수밖에 없다.
도농간 격차, 내부 계층간 격차
도시근로자와 농가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995년 도농간 소득격차는 95.1%로 엇비슷했으나 2000년에 80.6%로 벌어진 뒤 2003년에는 76.2%로 그 격차가 더 확대됐다. 더 합리적인 비교를 위해 영세 소농을 뺀 채 1ha 이상 농가와 도시근로자가구 실질소득을 견줘보면, 1995년 이전에는 농가소득이 더 높았다. 그러나 1996년부터 역전돼 2003년에는 1ha 이상 농가 평균소득 2600만원, 도시근로가가구 3300만원으로 도농간 소득비율이 80.4%로 크게 떨어졌다.
농산물 판매가격지수와 농자재를 비롯한 구입가격지수를 비교한 ‘농산물 교역조건’도 농가에 불리해지고 있다. 1996년의 경우 농가 교역조건(2000년=100 기준)은 판매가격지수 96.0, 구입가격지수 81.8이었다. 따라서 농가 교역조건은 117.4로 농가에 유리했다. 그러나 2003년에 판매가격지수는 119.8인 반면, 구입가격지수는 114.7로 교역조건이 나빠졌다. 특히 2001년에는 판매가격지수 105.1, 구입가격지수 105.7로 농산물 판매보다 농자재 구입에 쓴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은 상황까지 치달았다. 농산물값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떨어진 반면, 비료·농약·농업노임 등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결국 농산물과 공산품이 교환되는 과정에서 ‘협상가격차’가 농가에 불리해져 생산자인 농가의 잉여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도농 격차뿐 아니라, 농촌 사회 내부의 계층간 소득불평등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득수준 하위 20% 농가의 소득은 1998년 이후 해마다 2%씩 감소한 반면, 상위 20% 농가의 소득은 7.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근로자와 농가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도 상위 소득 20% 농가만은 도시가계와의 소득 격차가 2000년 79.6%에서 2003년 90.8%로 줄었다. 박준기 연구위원은 “농가소득 하위 20%와 상위 20%간 격차가 1998년 7.2배에서 2003년 12배로 크게 늘었다”며 “특히 3∼5ha의 중대규모 농가 집단 내부에서도 소득불평등도가 1998년에 비해 2002년에 두배 가까이 확대됐는데, 영농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30대 젊은 집단 안에서도 농업소득 불평등이 크게 심화돼 농촌 사회의 상대적 상실감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농의 소득마저 시장따라 출렁
2000년 이후에는 농업소득의 불안정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경지면적 5ha를 넘는 대농의 농업소득은 2000년 72.7에서 2001년 134.1로 대폭 뛰었다가 2002년에는 다시 117.5로 떨어지는 등 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축산농가의 농업소득은 2000년 139.4에서 2001년 266.4로 뛰었다가 2002년 196.1로 떨어지는 등 ‘시장’ 변화에 따라 소득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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