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소팔아 성금 냈던 변산 장면순 할머니에게 부안투쟁은 무엇이었나
“자치모임 만들어 한달에 두번씩 사무실 나가, 내가 그리도 부회장이여”</font>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변산 소할머니’로 통하는 장면순(65)씨.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열여덟에 부안으로 시집왔다. 장 할머니는 2003년 부안투쟁에서 투쟁기금으로 쓰라며, 자식같이 키워온 소 한 마리를 팔았다. 7년 전 농협에서 대출받은 100만원으로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17마리까지 불려온 터였다.
인생의 말미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부안투쟁은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8월14일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밭은 숨을 쉬고 있는 변산 갯벌에서 그를 만나 “부안투쟁이 어떻게 당신의 삶을 바꾸어놓았느냐?”고 물었다. 아래는 장 할머니가 1시간여 동안 구술한 것을 받아 적은 것이다.
이놈들이 사람이 아니로구나
우리는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권력을 줬제, 목숨을 준 건 아니야. 한 나라 임금이라면 백성의 생명을 보존할 줄 알아야지. 노무현이도, 도지사도, 군수도 다 마찬가지야. 그래서 눈깔 뒤집어졌어.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죽갔구나 싶어서.
(핵폐기장을 만들면 사람 목숨이 위험한 거냐고 물었다.) 소련의 체르노빌인가에서 말여, 지금까지 사람도 잘 살지 못하고 그런다잖아. 난 그게 싫다 이거야. 그런 거 아니라도 살길 있잖아. (부안도 영광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쓰는데, 그럼 할머니 전기부터 끊어야겠다며 딴청을 부렸다.) 야, 이눔아. 나중에 사고 나면 어떤 놈이 책임질라고. 후손들한테 욕 먹어. 그래서 난 이게 싫어. 우리가 못사는 것도 아니고, 전기 조금 쓰고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거 조금씩 허면 되지.
[%%IMAGE1%%]
사람이란 게 목숨이 첫째야. 근데 왜 애먼 짓거리 하나? 우리 할아범도 나라에 빼앗겼어. 한국전쟁에 나갔다가 다리에 총 맞아서 한평생 고생만 했어. 아이들도 서울에 올라가서 사는데, 촌에서 뭐 배운 게 있어? 그냥 공장 다니고 그래. 할아범 덕택에 한달에 60만원씩 나라에서 돈을 받는 게 다야. 그래서 할아범 죽고 새만금 방조제 막은 데서 포장마차 했어. 근데 김종규가 들어오면서 철거하는 거야. 최규환(전 부안군수를 가리킴)이 때는 그렇게까진 안 했어. 철거한다고만 했지, 우리가 가서 사정하면 철거는 안 했단 말야. 근데 김종규는 그렇게 해놓고, 어떻게 사냐고 낯짝 한번 비치지도 않아. 그리고 열달이 지나고 나니까 이 지경이 나는 거야. 이놈들이 사람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군청에 달려가 군수 좀 만나자고 했어. 근데 못 들어가게 허더라고. 그때 나가면서 보니까 경찰들 사기가 살아 있는 거야. 우리 주민들은 근데 이게 뭐냐, 싸울라면 돈이 있어야것구나, 송아지라도 팔아서 성금해야겄다 그랬어. 바로 농협에 쫓아가서 소 한 마리 잡아달라고 해서 200만원을 받았지. 내가 그걸 대책위에 냉께 주민들 사기가 팍 살은 거야.
열린우리당, 창자도 염통도 없당께…
(부안에서 이룬 투쟁의 성과가 어떻게 이어지길 바라냐고 묻자, 그는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핵대위 사람들 열린우리당 가입하고…. 느그들 작년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하는 거 알아봤어. 목표를 잡아서 주민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했으면 이렇게는 안 됐어. 물론 그 사람들 욕봤지. 욕 안 봤다고 얘기 안 해. 근데 느그들이 주민들이 군수, 도지사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잖어. 그럼서 열린우리당이 뭐여? 창자도 염통도 없는 놈들여. (최근 핵대위의 고영조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어떻게 ‘찬핵’을 했던 열린우리당에 갈 수 있냐는 물음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에도 핵대위는 반핵 주민들의 총의를 모아줄 후보를 정하지 않았고, 주민들은 제각각 투표했다.)
싸움이 끝나고, 이제 종규 같은 놈이 군수하는 건 못 봉께, 변산에서 자치모임 만들었어. 작년 12월부터 준비했을 거야. 한달에 두번씩 사무실에 나가. 늙은이가 뭐 할 일이 있간디? 기냥 젊은이들 이야기하는 얘기 듣고, 한 소리 하고, 따라다님서 구경이나 하지, 뭐. 내가 그리도 부회장이여.
한겨레 인기기사
우크라, 러에 에이태큼스 발사…푸틴, 핵 문턱 낮춰
이재명 지시·묵인 증거없이…‘관용차 혐의 추가’ 법카 유용 기소
‘윤석열 골프’ 두고 “박세리도 국민에 큰 힘 됐다” 점입가경
‘세계 1% 과학자’ 4년째 재판에 묶어둔 ‘검찰 정권’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사망…차량 테스트 중 질식
손흥민 통산 51호 골…한국은 팔레스타인과 무승부
내가 쓰는 폼클렌저, 선크림 잘 닦일까?…‘세정력 1위’ 제품은
검찰을 그려봤더니 [한겨레 그림판]
‘이재명 법카 혐의’ 기소에…“무혐의 처분인데 검찰 ‘마사지’”
“저 감옥 가요?”…김건희에 싸늘한 민심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