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편집국 여성 노동자 전원에게 해고 통보
“부양가족 등의 기준은 남성에게 유리한 성차별” 반발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밖에 없는 노동자, 세상의 반쪽으로부터 차별받고 있는 여성. 여성 노동자는 약자 중의 약자다. 사회 여론을 이끄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라 하더라도, 그는 ‘여성 노동자’일 뿐이다.
<일간스포츠>가 6월16일 편집국 여성 노동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편집국 총원 69명 가운데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은 23명, 이 가운데 6명이 여성이었다. 신참부터 베테랑까지 경력 2~16년차의 기자들이다. 회사는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배우자 직업 유무’와 ‘부양가족 유무’의 항목이 포함돼서 그렇지 의도적인 성차별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자들의 최고참인 여영미 기자는 “그 기준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특집면으로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보통 자녀나 노부모 등 부양가족은 아버지나 아들쪽으로 등록돼 있어요. 당연히 여성 노동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6명의 기자는 맞벌이를 하거나 미혼이어서 대부분 서류상으로 부양가족이 없다. 박미선 기자는 “비정규직인 아버지, 어머니와 군대에 간 남동생을 부양하는 내가 가정의 실질적 수입원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부양가족이 없다”며 “이런 기준이라면 긴박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모두 나가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지난해 편집국 여성 노동자들은 1주일에 한 면씩 ‘웰빙 우먼’이라는 여성 특집면을 제작했다. 인사 이동도 없이 각기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여기자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지면 제작을 떠맡았던 것이다. 이들은 휴일인 토요일까지 나와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
“후배들이 이거 성차별이 아니냐고 물었어요. 그래도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까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설득했지요. 우리부터 열심히 하자고. 그 대신 이렇게 부려먹으면서 불이익을 주면, 최고참 여기자로서 가만 있지 않겠다고 그랬죠.”
여영미 기자는 후배들을 이렇게 타일렀지만, 회사야말로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정리해고가 통보됐고, 이들은 일주일 만인 6월23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회사는 업무, 입사 역순, 부양가족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비슷한 경우의 남자들은 대상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 성차별이 지극히 의심된다”며 “성 평등 위배이자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일간스포츠> 정리해고 사태는 스포츠신문 시장의 급격한 붕괴에서 비롯했다. 2002년 이후 무료 일간지가 나돌면서 스포츠신문이 지배했던 가판 시장이 무력화됐고, 스포츠신문의 경영난은 날로 가중됐다. <일간스포츠>도 2003년 56억원, 지난해에는 142억원의 적자를 냈다. 잇단 구조조정으로 2년 전만 해도 100명을 훌쩍 넘겼던 기자 수도 지금은 45명밖에 남지 않았다. 박준원 <일간스포츠> 노조위원장은 “이 정도의 인력이라면 회사쪽이 무료 일간지처럼 신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일간지로 인한 신문시장의 지각 변동 과정에서 스포츠신문 노동자들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중앙일보>가 <일간스포츠>를 인수하려는 사전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조직을 합치기 이전에 인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일간스포츠>를 인수해 스포츠 섹션으로 활용하고, <조선일보>도 <스포츠조선>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서 한 차례 출혈경쟁의 소용돌이가 일 것이라는 언론계의 소문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중앙일보> 인수의 사전 시나리오인가
<일간스포츠>는 2001년 스포츠신문 최초로 여성 편집국장을 냈을 정도로, 남성중심적 언론 문화에서 그나마 성차별이 적었던 곳이다. 하지만 위기 앞에선 힘없는 노동자가 먼저 당한다는 철칙까지 깨진 못했다.
노조는 2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박미선 기자는 “사쪽은 해고 회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23명 모두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여성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노조 사무실로 출근해 파업투쟁의 맨 앞 대열에서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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