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남북통일농수산사업단, 분단 이후 처음으로 5월27일 삼일포농장서 110여명 참여</font>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남북한 농민이 함께 못줄을 잡고 모를 심으면서 서로의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식힐 막걸리 한잔 권한다면 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한 민족적 공감대와 신뢰가 싹트리라 생각합니다.”
남북한이 두 동강 난 뒤 처음으로 5월27일 모내기를 함께 한다. 금강산 관광지구 삼일포 협동농장 2천여평에서 남북한 농민들이 어우려져 함께 모를 심기로 남북한이 뜻을 모은 것이다.
남쪽 기술자가 현지에 체류하며 준비중
남북 공동 모내기 행사를 성사시킨 남북통일농수산사업단(회장 이우재)은 이번 행사가 통일농수산업과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새 장을 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모심기 행사에는 남쪽의 농민, 농민단체 실무자, 농과대 대학생, 통일농수산사업단 및 통일농수산포럼 임원진, 농수산 남북교류 협력사업 관련 회사 대표 등 110명이 참여한다. 통일부와 농림부 관계자도 일부 참석한다.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남쪽의 기술자가 지금 현지에 상주하면서 남북 공동 모내기 행사를 차질 없이 치러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쪽에서는 고성군 농업경영위원회, 삼일포 협동농장 등의 농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금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고 있다. “모두가 떨쳐나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하자”며 역량을 총동원해 모내기를 적기에 완료할 것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북한은 올해 ‘먹는 문제’ 해결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농업 증산에 모든 국가 역량을 쏟고 있다. 북한은 모내기를 식량 증산을 위한 첫 단추로 간주하고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5월17일 “모내기는 한해 농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영농공정”이라며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해야 논벼의 정보당 소출을 높일 수 있고 전반적인 농업생산을 늘려 당 창건 60돌(10·10)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성대히 기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올해 농업 증산을 정권 차원의 사활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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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송은 “모내기는 시기를 다투는 영농공정인 만큼 모두가 떨쳐나서 와다닥 끝내야 한다”면서 “모든 단위에서 계획된 지원 노력을 어김없이 보장하며 화학비료와 농약, 연유, 농기계 부속품을 비롯한 영농자재와 물자들을 무조건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화학비료는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필수품목이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밑거름용인 봄 비료는 늦어도 5월 말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16일부터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5월 말까지 20만t을 우선 지원해달라고 남쪽에 절박하게 요청했다. 모심기를 제때에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비료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올 북한의 풍년을 기약할 수 있는 셈이다.
통일농수산사업단은 지난해 60ha에 이어 올해는 삼일포 협동농장 전체 면적인 500ha에서 벼농사와 밭농사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종자, 비료, 토양개량제, 그리고 농기계와 같은 영농자재를 투입해 시범재배에 들어갈 예정이다. 벼 종자 시험재배와 보리 두벌농사 시범재배 면적을 확대하는 것과 아울러 비닐온실 육묘 및 기계 모내기, 유기질 비료만을 이용한 친환경 벼농사 등을 추가로 시범재배하기로 한 것이다. 시범재배는 남북의 재배 기술자들이 함께 작업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며, 시범재배의 성과를 다음해에 일반재배로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는 시범재배, 내년엔 일반재배로
삼일포 협동농장에는 남북한 농민간의 코끝이 찡한 감동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지난해 10월 말 보리 파종을 돕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던 한 남쪽 농민은 북쪽 농민에게서 “일하느라 고생했는데 찬 도시락을 그냥 먹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금 삼일포 협동농장에서는 남북한 농민 사이의 동포의 정이 새록새록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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