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는 사이버 글쓰기 원칙 4가지…댓글에 용감하되 겸손해야 한다</font>
▣ 지승호/ 프리랜서 인터뷰어·웹진 커뮤니티 ‘시비걸기’ 운영자 triana@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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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글쓰기 공간이자 초대형 게시판이 돼버린 요즘, 사이버 글쓰기는 일상이다. 종이에 필기도구로 쓰는 글쓰기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글쓰기가 훨씬 자연스러운 것을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 공간 글쓰기를 위한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항상 존재해왔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글쓰기 범위를 확장해가면서 필자가 느낀 점을 사이버 글쓰기 원칙 4가지로 요약해봤다.
<font color="#C12D84">하나. 과감하게 쓰고, 댓글에 용감하게 대응하되, 겸손해야 한다</font>
인터넷 글쓰기 공간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교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나르시시즘과 사디즘의 공간이기 때문에 종종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도 한다. 많은 오프라인 논객들이 인터넷 글쓰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악성 리플’이나 스토커들 때문이다. 얼마 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조기숙 교수는 탁월한 글쓰기 능력을 지녔음에도 한 인터넷 잡지의 고정 필진을 그만뒀다. 네티즌들에게 몹시 시달린 탓이다.
“글로 빚은 원한은 만년이 간다”는 말이 있다. 인터넷 글쓰기에서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은 공간이어서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공격하기 때문에 결국 마음이 약한 사람이 상처받고 떠난다. 이 때문에 인터넷 글쓰기를 위해서는 온갖 종류의 댓글에 용감하게 대응하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욕설에 욕설로 대응하는 것은 실명을 드러낸 인터넷 글쟁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욕먹은 상대는 나쁜 감정을 지닌 채 익명으로 계속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font color="#C12D84">둘. 가르치기보다는 공감하는 글쓰기를 하라</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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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기본적으로 가르치려는 글을 싫어한다. 논문식의 딱딱한 형식이나 문체보다는 실험적 글쓰기가 호응을 받는다. 귀여니 소설이 사랑받는 것처럼 ‘내 이야기’에 열광한다. 예를 들어 육아 관련 글쓰기라면 사전 정보보다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쓸 때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한다. “맞아, 맞아, 우리 애도 그랬어.”
이런 특징은 정치 사이트에서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당파성에 맞는 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파를 대변하는 논객을 ‘시대의 논객’이라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끝났다’고 폄하하기 일쑤다. 자기 주장이 강한 얘기를 할수록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공감하기를 원한다. 물론 지나치면 전문가나 지식인에 대한 혐오로 나타나지만, 인터넷에서 소통하려면 이 점을 많이 생각해야 한다. 어떤 편집자는 기존 글의 형태와 다르다는 이유로 인터넷 글쓰기를 폄하한다. “문장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괜찮은 작품에서도 잘못된 오타 하나를 놓고 전체를 폄하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말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대화’에 가장 가까운 글쓰기가 인터넷 글쓰기다. 틀린 의견에는 반박하고, 근거가 부족한 부분에는 보충설명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성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사회를 진보시킨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덕목이기도 하다.
<font color="#C12D84">셋. 인터넷은 정글이며, 개성은 정글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font>
인터넷은 정글이며, 오프라인 공간은 사파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여러 조건을 따져본 뒤 자기가 갈 만한 곳을 찾으면 된다. 자기와 비슷한 동물이 없는 곳에 들어가 조련사의 눈치만 봐도 살아갈 수 있다. 물론 나름의 경쟁은 치열하겠지만, 학연·지연·혈연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정글이다. 진입 장벽이 거의 없고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정글에서처럼 뭔가 특별한 재능이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곳이다. 가장 힘이 세든지, 가장 높이 날든지, 가장 빠르든지, 아니면 너무 사소해서 자신 이외의 사람은 관심을 가지지 않든지, 잘 숨든지 등 한 분야에서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라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무엇보다 자신이 재미있어야 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미쳐서 일하는 것이 성공 확률도 높다. 성인잡지의 황제 <플레이보이>가 개인 사이트에 깨지는 곳이 인터넷이다. 개인이 시작했던 패러디 사이트 ‘딴지일보’나 ‘서프라이즈’ 등이 웬만한 신문사 사이트의 조회수를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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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만큼 2등이 대접받기 힘든 곳도 없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규칙을 바꿀 수 없다. 또한 규칙을 바꾸지 못한다면 당신은 벤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성공한 이들은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들을 무조건 추종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들을 따라하면 자기 스타일의 글을 완성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 결정적 실수와 실패를 피해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게 옳다.
나는 칼럼니스트가 꿈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칼럼을 쓰려면 높은 진입장벽을 뚫어야 한다. 교수나 전문가가 아니면 신문에 기고할 수 없는 데 반해, 인터넷에 자기 생각을 칼럼으로 올리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인터뷰어라는 장르를 선택했고,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은 이곳에서 몇년 동안 인지도를 쌓아 ‘전문 인터뷰어’라는 호칭을 얻었다.
<font color="#C12D84">넷. 낮아진 진입장벽 덕에 누구든지 글쓰기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font>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독특한 생각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문은 열려 있다. ‘오마이뉴스’나 ‘딴지일보’ 같은 곳을 통해 스타 기자가 될 수도 있고, 미디어몹이나 사이월드, 네이버 같은 블로그를 통해 인기를 얻은 뒤 팬이 생기면 오프라인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서프라이즈’의 경우 인터넷에서 인기 있던 도표 만평이 네티즌들이 모아준 돈으로 책을 출간했다. 인터넷에서 인기 있던 만화가 출판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고, 때로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권윤주의 ‘스노우캣’ 시리즈처럼. 미디어몹의 헤딩라인 뉴스를 진행하는 이명선 아나운서가 요약한 인터넷 뉴스의 특징에는 시사점이 많다. “제가 인터넷 뉴스를 하면서 느낀 건 시청자들과 거리가 좁아졌다는 거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팩트를 접할 수 있는 기자군단이 따로 있었어요. 팩트에는 기자가 접근하고, 시청자는 그 기자의 글이나 말을 통해서만 보고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하나의 권력층이 되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서 네티즌이라는 이름으로 팩트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 팩트를 어떤 시각으로 풀어낼 것인지가 핵심으로 뉴스의 개념이 바뀐 것 같아요.” 팩트보다는 팩트를 해석하는 시각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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