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적인 의원’으로 선정된 이들이 밝힌 감사의 변과 따끔한 충고들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17대 국회 여성의원들에게서 ‘여성친화적 남성의원’으로 꼽힌 의원들은 ‘달라진 정치’를 한몸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소속정당과 성별을 떠나 꼽은 ‘친여성주의적 의원’에서도 상위권에 들었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여성의원들에게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 비하적 폭력에 검사 시절의 경험을 살려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와 함께 “숨통 트이는 남성” “보수 남성정당으로 불리는 당에 희망을 준다”는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양성평등 인권정치를 실현한다”는 ‘근사한 이유’ 외에도 “씩씩하고 유쾌하다” “가까이에 있으면 늘 재롱(?)을 부린다”는 ‘개성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 두 딸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임 의원은 “앞으로 더욱 (사랑받기 위해) 분발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부장 이미지 탈피 노력이 감동 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가장 여성주의적 정치인’으로도 꼽혔다. 노 의원은 “양성평등과 성인지적 관점은 진보정당 일꾼으로서 당연히 구현해야 할 이데올로기”라면서 “솔직히 ‘국감 베스트 의원’에 꼽힌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정당을 떠나 고른 지지를 얻은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나 여성위 활동 등에서 ‘여성 할당’과 ‘여성 의제 상정’에 목소리 높인 것이 좋은 평가로 돌아온 것 같다”면서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각 당별로는 여성위에 배정된 뒤 “너무 기쁘다, 잘 부탁한다”면서 여성위 소속 여성의원 전원에게 귀거리 한쌍씩을 선물했던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과 지도부 선거에서 한명숙 의원 지지에 발벗고 나선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로맨티스트’라는 평가를 얻은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과 ‘내실 있고 겸손하다’는 평을 얻은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주목받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처음엔 가부장적 이미지가 강했으나 점차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이유로 여러 당에서 고른 관심을 얻었다. 이들은 ‘인기’에 걸맞은 ‘책임 있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계안 의원은 “대표성을 어렵게 얻은 여성의원들이 의외로 후배를 키우지 않는 모습을 보곤 한다”면서 “일부 여성의 지위 상승이 아니라 전체 여성의 지위 상승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가 발표한 ‘17대 국회 의정모니터 평가’를 보면 두명을 둘 수 있는 4급 보좌관에 여성을 단 한명도 두지 않은 여성의원이 40명 가운데 28명이었다. 전체 여성의원 보좌진 가운데 여성 비율은 34%였으나 4명 중 3명(73%)은 6∼9급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손봉숙 민주당 의원만 4급 보좌관 2명을 모두 여성으로 두고 있다.
박세환 의원은 “개별적으로는 뛰어난 분들인데 그룹의 힘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고, 개인의 기득권이랄까 교두보로 여긴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정치의 질적 변화를 위해서도 또 자신을 위해서도 정치적 리더로 크겠다는 통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종인 의원은 “이라크전 파병 반대에서도 나타났듯이 여성의원들이 소신은 뚜렷한데 정치적 목소리를 세게 내지 않아 아쉽다”면서 “여성 문제 자체에만 매달려 소수자, 약자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통 큰 꿈을" “정치적 목소리 더 세게"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는 여성에게만 짐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중에 아침 길거리에서 출근을 하든 운동을 하든 여성이 가장 많이 안 보이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여성이 여전히 가사노동에만 매여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정치는 아직도 가시밭길이다. 여성의원들이 찔리고 엎어지고 깨지더라도 예전 운동권 용어를 빌리자면 ‘감투정신’을 발휘해줬으면 한다.” 그는 “그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진다면 영광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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