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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 사용자만 유죄?

등록 2005-03-30 00:00 수정 2020-05-02 04:24

P2P 서비스 개발자가 짚어본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법과 IT의 성장

▣ 박민우/ 메타와이즈 대표

‘메타와이즈’는 검색엔진과 기업용 무선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회사다. 지난해 말 ‘구글’이 데스크톱 검색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많은 검색엔진 업체들이 PC에서 잠자는 문서를 검색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 회사는 여러 사용자들이 PC 내 문서를 서로 검색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개인 대 개인(P2P) 검색’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됐다. 그래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기획하던 중 P2P 검색의 법률적 문제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법무법인의 저작권법 컨설팅을 받게 됐다. ‘소리바다’ 소송의 재판 결과도 이 컨설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중앙지법 “운영자 형사상 책임 없어”

2005년 1월12일, 2년간 형사상 유법성을 놓고 벌여온 법적 공방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소리바다의 무죄를 선언했다(서울고법에서 민사상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은 인정). 그리고 며칠 뒤인 1월16일엔 개정된 저작권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결국 법원은 앞으로 서비스 운영자보다는 이용자들에 대해서 그 처벌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도 대다수 인터넷 사용자들은 저작권법의 처벌 대상과 기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그림과 음악을 올린 게 위법인지 아닌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향후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저작권은 크게 복제권, 전송권, 배포권 등 3가지 개념을 포함한다. 불법 파일을 보내면 ‘전송권’을 침해한 것이고, 불법 파일을 받으면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다. 배포권은 유형물의 이전을 말하므로, 디지털 저작물과 상관이 없다. 따라서 전송권과 복제권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MP3 파일을 주고받으면 대부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개발자가 소리바다가 무죄이니 P2P 서비스를 개발해도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소리바다가 무죄가 된 건 서비스 구조 때문이다. P2P 서비스는 크게 중앙 서버의 존재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데, 미국의 냅스터(Napster)는 중앙 서버에 이용자들의 IP 주소와 MP3 파일 목록을 저장하고 있었으므로 미국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의 2차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게 됐고, 카자(KaZaA)나 그록스터(Grokster)와 같은 서비스들은 중앙 서버 없이 특정 사용자들의 컴퓨터가 슈퍼노드가 되어 동작하기에 네덜란드 법원과 미국 법원이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즉,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음에도 막지 않았는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었는지, 운영자의 저작권 침해를 IP 주소와 파일 목록의 서버 존재 여부로 살핀 것이다. 그러나 법은 항시 시대와 환경을 반영하므로, 이런 틈새를 이용해 중앙 서버에 사용자 목록을 보관하지 않는 P2P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향후 암묵적인 의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냅스터와 EMI가 손잡은 까닭

그런데 이렇게 원천적으로 저작권법을 적용하게 되면 오히려 경제와 서비스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MP3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디지털 콘텐츠의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포맷이 MP3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법적인 해석을 무조건 적용하면 저작권자들이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면서 미래의 큰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다. ‘비디오의 녹화 테이프는 불법이다’라고 주장하며 디즈니사가 소니를 대상으로 소송을 건 ‘베타맥스 소송’에서 법원이 소니의 팔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현재 디즈니사의 수익 50%를 차지하는 비디오 소프트 판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대의 판결 아래에선 단일 내용을 복제한 비디오테이프를 유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반영하듯 최근 냅스터는 EMI, 워너 등 메이저 배급사들과 손잡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리바다와 KTF, 삼성전자가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음악 포털인 벅스뮤직도 저작권협회에 지분을 양도해 저작권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는 서비스 개발사나 저작권자, 그리고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야 성장할 수 있다. 소탐대실이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가는 오히려 미래에 다가올 큰 수익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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