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과의 ‘궁합’과 조직풍토를 중시…연구 인센티브 차등 적용해 효율 높인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혼자 연구하는 독방을 좋아하는 연구자는 여기서 적응하기 힘들다. 물론 혼자 방에 처박혀서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도움이 되는 연구보고서를 쓰려면 현실과 직접 부닥치고 다른 연구자들과 활발한 토론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임원급 외에는 연구자들한테 따로 개별 방을 주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연구조정실)은 “독방 연구자는 우리 연구소와 궁합이 안 맞는다”고 잘라 말한다.
‘맨데이’ 계산해 연구 성과 측정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인력은 101명(임원까지 합치면 120명)이다. 연구소에 입사하면 1년 정도 일단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검증을 거친 뒤 정식 연구원으로 채용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읽기 쉬운 보고서’를 지향하는데, 연구자들은 입사한 뒤 2주 정도 직무훈련을 받는다. 이때 기존 연구보고서들을 읽으면서 ‘쉬운 글쓰기’ 스타일을 저절로 체득하게 된다고 한다. 또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고참 연구위원들이 감수위원으로 참여해 빨간 펜으로 감수를 한다. 문구가 너무 어려운지 또는 논리가 적합한지 등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자들은 ‘삼성경제연구소 스타일’의 보고서를 습득하게 되는데, 이렇듯 삼성경제연구소는 개별 연구자들의 개성 못지않게 ‘궁합’과 ‘조직 풍토’를 중시한다.
이러한 조직 풍토를 견뎌내지 못하는 연구자는 제발로 다른 길을 찾아나서야 하거나 큰 폭의 연봉 격차를 감수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구성과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일종의 성과급제인 연구 인센티브(RI·Research Incentive)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때 적용되는 게 이른바 ‘맨데이’(Man Day)다. 맨데이는 연구자들이 어느 연구과제에 자기 시간을 어느 정도 할당했는지를 따지는 개념으로, 주말·공휴일 그리고 연구주제를 구상하는 기획맨데이(30일)를 빼면 연간 근무하는 날은 대략 210일 맨데이가 된다. 연구자들이 보고서를 쓰는 데 투입한 맨데이를 감안해 연구성과를 측정하는데, 예컨대 두 연구자가 똑같이 210일을 투여했다면 동등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보고 한 보고서에는 A점수를, 다른 보고서에는 B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렇게 S급부터 C급까지 6단계로 평가해 가장 잘한 연구원은 연봉 외에 연간 3천만원을 인센티브로 더 받을 수 있고 어떤 연구원은 성과급을 한푼도 못 받을 수 있다. 보고서에 대해서는 상·하반기 두 차례 평가가 이뤄진다.
민간연구소 연구원이 대학 교수로
삼성경제연구소쪽은 연구소의 파워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지난해 아주대 경제학과 부교수로 간 최희갑 박사다.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에서의 활동은 대학에서 경력으로 인정해줬지만 민간경제연구소 활동은 인정해주지 않는 게 풍토였는데,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인 최 박사가 대학교에 별다른 중간 경력 없이 그것도 (조교수가 아니라) 부교수로 간 것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업적을 인정해준 파격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7월 경영학계의 주목을 끌면서 삼성경제연구소 중국연구실장으로 온 박승호(44) 상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박 상무는 아시아 최고의 경영학석사(MBA) 스쿨인 상하이의 차이나유럽경영대학원(CEIBS) 교수 출신으로 당시 과학기술원과 연세대에서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음에도 이를 뿌리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들어왔다고 한다.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박 상무가 삼성경제연구소로 오자 국내 기업들이 깜짝 놀라면서 삼성경제연구소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최근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연구자들을 스카우트하려고 미국에 갔는데, 만난 사람 대부분이 자신들이 공부하러 미국에 갈 때에 비해 삼성경제연구소가 크게 성장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경제연구소들간의 경쟁을 넘어 이제 글로벌 경제연구소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세리(SERI·삼성경제연구소) 재팬’을, 내년에 ‘세리 차이나’를 설립하는 등 해외에 별도 연구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우선 동아시아에서부터 삼성경제연구소를 지식정보의 허브이자 통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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