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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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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최대의 라이벌!

등록 2005-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창간 11돌 기획] 동아시아 시사주간지 | 일본

<font color="darkblue">전철에서 신문이나 잡지·책을 읽는 사람들은 소수파… 부수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모델의 시대는 지나</font>

▣ 우루마 가즈모토(50)/ 시사주간지 <아에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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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95. 마이크로소프트의 그 역사적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1995년을 경계로 일본의 정보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사무실은 물론 집에서도 개인용 컴퓨터가 차례로 보급돼 인터넷 열기가 고조됐다. 비즈니스의 방식이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이 나타났다. 특히 잡지, 그 가운데서 주간지는 커다란 파도에 휩싸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뉴스를 읽는 시대

일반 종합주간지라고 불리는 잡지들이 있다. 일본에서 말하면 <아에라>와 <주간아사히> <주간분> <주간신초> <주간포스트> <주간겐다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주간지 가운데 10년 전에 비해 부수가 늘어난 곳은 없다. 안간힘을 쏟은 끝에 그때와 비슷하게 유지한 게 고작이고, 많은 경우 10% 이상 부수가 줄어들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도쿄의 전동차, JR이든 지하철이든, 어느 것이든 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0년 전까지는 출퇴근길 전동차를 탄 회사원들의 모습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신문 읽기였다. 잡지나 책을 읽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아마 휴대용 카세트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그래도 몇년 전까지는 젊은 남녀들만 그랬다. 전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마구 떠들어대는 젊은 여성에게 스포츠신문을 펴든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소리치거나, 이런 일로 싸움이 벌어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아저씨들이 지금은 손가락을 움직여 메일을 보내고 있다. 휴대전화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들뿐이 아니다. 아줌마도, 그 윗세대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신문이나 잡지, 책을 전철에서 읽고 있는 사람이 소수파가 되고 말았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점점 발달해 휴대전화가 있으면 최소한의 뉴스를 비롯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메일이나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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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정보가 흘러간다. 이것은 대단히 편리한 반면, 우리와 같이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터무니없이 강력한 적이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잡지의 라이벌은 누군가. 15년 전이라면 <아에라>는 <뉴스위크> 일본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국제 뉴스를 비롯해 정치·경제 뉴스에 강한 <아에라>로서는 당연한 대답이다. 그러나 1989년 냉전이 끝나고, 일본에서도 1993년 호소카와 정권이 탄생해 자민당 정권이 붕괴됐다. 동서 대립, 국내의 좌우 대립이 끝나고, 이른바 세계적인 놀랄 만한 뉴스가 별로 없게 됐다. 1990년대 중반께부터는 뉴스의 내용물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1995년 옴 진리교 사건을 계기로 텔레비전 와이드쇼와 잡지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주제를 다루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10년 전엔 <아에라>의 라이벌이 신문, 잡지와 더불어 텔레비전이 됐다. 그러나 지금 최대의 라이벌을 묻는다면 누구나 인터넷, 그 가운데서도 휴대전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젊은 층이 가장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휴대전화이므로.

‘전차남’을 아십니까

예를 들어 <아에라>를 발행하는 <아사히신문>이 조간신문에 특종 보도를 했다고 하자. 그것은 1시간도 못 돼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특종을 해서 신문을 판다고 하는 예전 방식의 판매술은 먹히기 어렵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읽는다. 잡지의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화제가 되는 기사를 게재하면 누군가가 그 개요를 인터넷에 퍼뜨린다. 많은 사람이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잡지의 기사가 길기 때문에 잡지를 사서 읽고 싶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터넷으로 읽은 줄거리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다.

잡지의 소비 방식이 바뀐 것뿐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취재 방식도 바꿔놓았다. <아에라>는 최근 인터넷 조사를 이용한 지면 만들기를 하고 있다. 인터넷 조사에서 그 대상의 편향성이 면접 조사보다 높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조사의 편리함은 무엇보다 반응이 빠르다는 데 있다. 매주 지면을 만드는 우리로선 이런 반응 속도의 매력을 버리기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나 북한 문제에 대해 독자가 듣고 싶어하거나, <니혼방송>의 주식을 대량 매수한 인터넷업체 라이브도어 사장 호리에 다카후미에 대해 듣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곧바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조사다. 조사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취재 요청을 전자우편으로 하는 게 많고, 취재 대상자의 홈페이지를 취재 전에 접속해보는 것이 에티켓으로 돼 있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을 잡지 기획으로 채택하는 사례들이 있다. 전형적 사례가 최근 일대 화제가 된 ‘전차남’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여성과 사귄 적이 없는 젊은 남자가 어느 날 전차를 탔다가 여성에게 짓궂은 짓을 하는 남성을 발견하고는 용기를 내 그 남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줬다. 그 뒤 전차남은 여성에게서 선물을 받고 그 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전차남은 여성과 사귄 경험이 없어 선물을 받고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몰랐다. 인터넷을 통해 전차남의 고민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전차남을 돕기 위해 글을 올렸고, 전차남은 그 조언에 따라 순조롭게 여성과 사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 사람의 본명이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그냥 ‘전차남’이라고 부른다. 이 얘기는 책으로도 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그에 대한 분석을 <아에라> 기사로 썼다. 화제가 된 덕분인지 그 회분 잡지는 잘 팔렸다.

이 밖에 <아에라>에서는 편집 전반에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아에라 서포터스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아에라> 독자들이 회원이 돼 지면에 대한 감상이나 의견 등을 보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회원이 3천명 정도이며, 매주 이들의 의견을 메일을 통해 받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편집장인 나는 이를 모두 읽는다. 양이 많아 읽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지만 독자의 귀중한 의견으로 참고하고 있다.

결국 이제 주간지는 최대 라이벌인 인터넷을 무시하고는 만들 수 없다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어떤 주간지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게 인질로 잡힌 일본인의 구출을 둘러싸고 ‘자기책임’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는 어디까지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비방과 중상이 난무했다. 그 주에 발매된 한 주간지에는 게시판에 실린 글들과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그런데 이것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지금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기사의 소재를 찾는 기자들도 있다.

프로가 제공하는 정보와 디자인의 힘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종합주간지의 부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전처럼 100만부가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부수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모델의 시대가 지난 것이다. 근본적으로 독자층의 다양화 때문에 100만명 단위의 독자는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가 주간지 내에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다.

주간지의 수입원은 부수와 광고다. 부수로 안 된다면 광고로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광고 유치를 위해선 브랜드의 힘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양질의 독자를 확보하고, 거기에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잡지가 아니면 광고를 받을 수 없다. 실제 부수가 줄어도 브랜드로서 자리잡아 많은 광고를 유치하는 잡지들이 있다. 다행히 <아에라>에서도 브랜드의 힘이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브랜드의 힘이 있는 잡지 가운데선 광고뿐 아니라 통신판매를 시작해 이익을 올리는 곳도 있다.

마지막으로 잡지는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래도 폐기 처분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잡지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 인터넷 정보는 옥석이 뒤섞인 것이다. 대부분은 비전문가의 정보들이다. 그러나 취재의 프로가 제공하는 정보는 질이 다르다. 더욱이 디자인의 힘이 있다. 단순한 정보만이라면 인터넷에도 있겠지만, 프로 디자이너가 만드는 잡지의 디자인은 잡지를 손에 쥐고서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전차남의 얘기를 했는데,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을 왜 인쇄물이라는 형태로 만들고자 하는가. 여기에 잡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힌트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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