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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요건 완화 검토하겠다”

등록 2004-12-16 00:00 수정 2020-05-03 04:23

양당구도 극복 외치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국보법 폐지안 연내 처리 방침 변화 없어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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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지금의 원내 교섭단체 체제에 민의 왜곡 문제가 있다”며 민주노동당·민주당 등에 대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혔다. 이런 발언은 열린우리당-한나라당간 양당 구도가 극한 대결로 치닫는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다당제 형태로 국회 운영 방식을 바꿀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천 대표는 또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보완안을 “국회법상 가능한 모든 절차를 밟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며, 내년도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기조를 당장 크게 바꿀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를 12월11일 국회에서 만났다.

수평적 리더십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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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국회 처리에 진척이 더디다. 좀 넓게 보면 여당이 보안법 처리에 대한 국민여론의 공감대를 넓히지 못한 탓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선 ‘폐지+형법보완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오차범위에서 반대 여론에 약간 뒤지는 결과도 나온다. 여론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50여년간 보안법이 국민들의 생각을 지배한 영향이 대단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보안법을 폐지하고 6개월~1년이 지나면 ‘참 잘됐다’ ‘폐지해도 별것 아니네’라는 여론이 새로 형성될 것으로 믿는다.

보안법 처리의 원칙과 현실은 무엇인가.

보안법은 오늘 내일의 여론에 일희일비해 영향받을 문제가 아니다. 민주개혁 정통세력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절차를 밟아 연내에 처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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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을 처리할 주체는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이다. (국회) 밖에서 보안법 철폐를 열망하는 분들이 ‘여당이 저렇게 해서 되겠나’라고 우려하지만 그분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보다는 실제 표결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게 관건이다.

보안법과 그 밖의 여러 현안을 두고 열린우리당 내부 혼란이 자주 불거진다.

한나라당에 5공 세력과 옛 재야 세력까지 모인 반면 우리당은 큰 틀에서 민주개혁 세력이 모였다는 이념적 동질성이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이슈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목소리들이 나오는데 그건 민주정당에서 당연하다. 다만 사안에 따라선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게 좀더 바람직할 텐데 그렇지 못해 국민에게 혼선으로 비친 측면은 있다. ‘토론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표적 난제였던) 보안법은 무난히 당론을 정리했다. 당론이 통일되면서 의원들이 지도부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원내대표 취임 7개월째다. 어떤 방식으로 의원들을 이끌어왔나.

초유의 실험이었다. 제가 의원들의 공천이나 당선을 보장할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다. 반면 과거 당 3역 시절의 원내총무와 달리 정책위원회까지 관장하는 실질적인 원내 지휘 책임을 맡고 있다. 권한이 막강한데 의원들을 지휘할 현실적 지렛대는 빈약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원들을 설득해 인식을 통일해가는 수평적 리더십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소속 의원들의 협력은 충분히 끌어냈다고 본다.(천 대표는 지난 9월 정기국회 개원 이래 경기도 안산의 집을 떠나 국회의사당 앞 오피스텔을 얻어 숙식을 하고 있음.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튀어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함.)

아직 개혁입법의 성과가 없다.

자신들의 의사를 존중받겠다는 것을 넘어, 자기들의 생각을 폭력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상대방이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제압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당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역시 언론개혁을 비롯해 사회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 사회가 절차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공고화 내지 실질화가 과제이다.

국민 설득 방식 정비해야

민주노동당(10석)과 민주당(9석)은 현행 20석인 국회 교섭단체 기준 완화를 희망한다.

있을 수 있다. 지금 국회는 지나친 교섭단체 중심 체제로 되어 국민의 의사가 왜곡·대표되고 양당 대립이 심화하는 문제점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상당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는데, 그 국민들이 꼭 교섭단체를 보고 투표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의 왜곡의 문제가 있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의석 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교섭단체에만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할당하거나 국고보조금에 차등을 두는 지나친 프리미엄도 없애야 한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은 다수파가 일방적으로 하기 어렵고 소수파와 컨센서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앞으로 국회개혁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반대할 리 없을 것이고 한나라당도 같은 생각이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민주노동당·민주당과 정책별 공조를 시도해본 소회는.

민주노동당과는 보안법 등 개혁법안과 관련한 공조가 잘된다. 반면 기금관리기본법 등 종합투자계획 3법은 한나라당보다도 더 심하게 우리를 반대한다. 민주노동당은 뚜렷한 정치 노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킨십에 따라 공조가 잘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에 비해 유연성이 높다. 예컨대 담뱃값 인상 문제가 나올 때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불분명하다. 민주당과의 공조는 상임위 소속 개별 의원들의 영향이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 많이 대화할수록 공조를 강화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은.

민주당과는 민주개혁 정통세력으로서 뿌리가 같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다만 정치 발전을 위해 지역주의와 패거리 정치 등의 낡은 요소를 없애려고 헤어졌던(분당)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위해 손을 잡겠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의 협력은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협력에는 합당도 포함되나.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추진될 일은 아닌 것 같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단일후보 전략이 논의될 가능성은.

민주노동당과는 노선과 정책의 차이가 확연하다. 섣불리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과 경제·민생 문제를 병행 추진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민경제 문제에 무게를 많이 싣지 못한 것으로 비친다. 당의 공론 형성 기능에 문제는 없나.

정부와 협력하면서 여러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과거 어느 정당보다 노력해왔다. 다만 그것이 국민의 눈에 잘 안 비친다면 우리들이 뭘 더 열심히 해야 하느냐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당·정·청 정책조율 시스템,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문제 등이 있겠다. 정부·여당이 요즘 추진하는 종합투자계획과 연기금 문제도 국민들의 오해가 있는 듯한데, 이를 해소할 설득 방식 등을 좀더 정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경제 양극화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것이냐, 아니면 현행 기조를 유지하면서 관리 방식을 일부 보완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문제도 청와대는 고민한다고 한다. 상황 진단에 따라선 경제팀 개편과 연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정부·여당이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다. 그 기조를 당장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당은 재정 지출을 확대해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으로 서민경제의 어려움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중과세 시기 미루는 건 개혁 후퇴 아니다

1가구 3주택 보유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부과를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늦추자고, 이정우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은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하든지 미루든지 정부가 입장을 정해오면 정책위에서 토론할 것이며 제가 어떤 방향을 미리 정하고 있진 않다. 다만 그 문제를 보는 관점만은 말하겠다.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을 없애는 것은 참여정부의 확고한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그 기조를 유지하되 1가구 3주택 중과세 시기만 미루는 것을 개혁 후퇴라고 하는 건 지나치게 도그마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미루자는 이유를 들어보니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종합부동산세제에 따라 가진 부동산을 처분하려 하는데 그렇다면 처분할 기회는 주는 게 옳다는 이야기다. 종합부동산세를 아예 하지 않겠다고 하면 개혁 후퇴지만, 지금의 문제는 개혁·반개혁보다는 기술적·합리적 차원에서 논의될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빨리 처리해달라고 한다. 반면 여당 의원들 사이엔 이와 다른 ‘유시민 개정안’을 선호하는 의견이 꽤 있다.

정부안은 보험 급여 수준을 낮추고 보험료는 조금 인상하는 내용이며, 유시민 안은 급여를 낮추되 보험료 조정은 몇년 뒤에 하자는 것이다. 이는 연금의 주식투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비롯한 연금 수익성 강화 문제, 재정추계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를테면 연금운용 수익률을 1% 올리면 기금 고갈을 5년 늦출 수 있다. 국민 정서와 함께 이런 부분을 세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 체계 문제는 종합투자계획 시행과 맞물려 있어 시급하다. 전문성과 독립성, 안정성 등의 원칙을 토대로 정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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