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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제, 패키지로 다루지 마라

등록 2004-11-04 00:00 수정 2020-05-03 04:23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본 국가균형전략… “수도권 대 충청권 구도 버리고 지역별 성장엔진 찾자"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김진선 강원도지사(한나라당)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이후 국가 균형발전 전략 재조정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비수도권, 충청권·비충청권이 모두 납득할 공약수를 찾도록 시·도지사 협의회 차원에서 제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헌재 결정 이후 신행정수도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로드맵 전체가 뒤흔들린 가운데 새로운 논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전국 시·도지사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을 맡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도지사 간담회를 연 다음날인 10월29일 김 지사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행정수도와 관련없는 계획들 추진돼야

-신행정수도를 비롯한 국가 균형발전 계획이 함께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신행정수도와 그 밖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 혁신도시 건설 등의 문제가 상호 연관성은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별개일 수도 있는 것을 중앙정부가 패키지로 묶어 논의해온 게 문제였다. 따라서 행정수도가 어려워지니까 국가 균형발전 문제가 함께 흔들리게 됐다. 또한 정부가 신행정수도를 왜 충청권에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 설득이 부족했으며, 천도로 해석된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국토 중심부에 두고, 거기에서 1~2시간 거리에 공공기관을 이전·배치한다는 개념을 잡아왔다. 따라서 두 개념을 분리하기 어렵다고 한다.
=현실적 어려움은 인정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은 어차피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소 인위적이며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차피 공공기관을 강원·영남·호남 등에 배분할 계획이라면 수도와의 거리가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10월28일 매우 오랜만에 만났다.
=노 대통령이 시·도지사들과 자주 만나서 국가 균형발전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고 취임 초기에 말했다. 그런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사람들이 논의 체계가 많아지는 점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달갑지 않게 여긴 듯하다.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과 같은 문제를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와 대국민 메시지 효과가 크다. 앞으로 이런 틀을 자주 활용하면 좋겠다.

-충청권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충청권의 허탈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충청권을 위해 신행정수도 개념을 만든 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전체 목적 아래서 수단의 하나로 행정수도가 나왔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 대 충청권 구도에서 문제를 볼 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전체 차원에서 충청, 강원, 영·호남 등 지역별로 어떤 수단을 동원할 것인지를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애초 연말로 잡았던 지방 이전대상 공공기관 발표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충청권은 (공기업 같은)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는 제외돼 있었는데, 이번에 헌재 결정이 나왔다는 사정 변경이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일부 조정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계획을 세운 것도 있는 만큼, 그런 것은 일부 보완하면서 원래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한나라당 중앙당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했을 뿐, ‘반대 이후’의 충청권 대책과 국가 균형발전 프로그램은 명확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다소 미흡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당이 단체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이해관계에 덜 구속된 가운데 국가 전체적인 관점의 정책 방침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점을 여야 정치권 모두에 말하고 싶다.

“정당은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라"

-손학규 경기지사는 10월28일의 간담회에서 “균형발전 정책이 하향 평준화로 가면 안 된다” “국가 전체의 부를 늘려서 낙후 지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나 수도권을 중심에 놓고 하는 이야기라면 전혀 틀린 논리이다. 수도권만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한계에 부닥쳤다. 그렇게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잃는다. 지금은 지역별로 고루 성장엔진을 갖춤으로써 국가 전체적인 성장 동력을 높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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