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신행정수도 전제로 설계된 ‘공공기관 이전 계획’ 전면 수정 불가피해져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참여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전략은 앞으로 어디로 갈까?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의 국가 균형발전 로드맵이 이에 연동하면서 표류하게 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 한림대 교수)와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기존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전력·도로공사·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 190여개를 지방에 이전하기로 하고, 이전 대상지와 대상 기업을 오는 12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또 해당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해서 인구 5만~6만명 규모의 지역 혁신도시를 시·도별로 건설한다는 계획도 함께 마련된 상태였다.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도 재조정 필요
그러나 성경륭 위원장은 의 물음에 “신행정수도라는 워낙 큰 축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른 사안들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는 원칙 외에 모든 게 불확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전제 위에서 다른 시·도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한 탓으로 분석된다. 국토 중심부에 신행정수도를 놓고 거기에서 1~2시간 거리에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는 게 기존 로드맵의 뼈대였던 셈이다. 충청권은 신행정수도가 들어가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업도시 유치 대상에선 제외돼 있었다.
국가균형발전위 설명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에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정부는 당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정보기술 등 첨단산업과 대기업과 외국기업의 공장 증설 허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신행정수도와 지방 혁신도시 건설을 전제로 수립했던 도로 확충 계획들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국가균형발전위는 밝혔다.
이에 따라 노른자위 공공기관들을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여온 영·호남과 강원권 지역 인사들이 당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를테면 한국전력을 유치하려고 광주·전남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중심이 돼 지역 의원들이 움직여왔다. 여당 의원이 전무한 대구·경북에선 이 지역 출신인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이강철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본부장 등에게 기대를 걸어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도지사들은 신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 사안을 분리해, 공공기관 이전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도 현실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도 신행정수도로 옮겨가는 만큼 공공기관들도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설득할 주요 논리였는데, 그 근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도지사 협의모델, 해결책이 될까
다만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시·도지사들과의 협의 모델을 활성화한다는 새로운 문제의식이 싹트는 점은 주목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16개 시·도지사 간담회가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중앙당 중심의 정치권이 국가 균형발전 문제에 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반면, 시·도지사 협의체 차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충청권 대책을 포함해 새로운 균형발전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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