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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았다”

등록 2004-10-21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 인터뷰/다와툴이슬람코리아 에마라트 후세인 사무국장</font>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에마라트 후세인(43·가족 이름 바부)씨는 안양의 한 공장에서 금형노동자로 일한다. 사원에 오는 친구들 가운데 연장자에 속하는데다 한국 말을 잘해 실무 일을 맡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국회의원과 언론에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 강제 추방당한 ㄴ씨 등은 어떤 사람인가?

= ㄴ은 나이는 어리지만 신앙이 깊고 말을 잘해 우리가 ‘목사’로 추대한 사람이다(성직자가 따로 없는 이슬람에서는 예배 인도자를 ‘이맘’이라고 하는데 그는 편의상 목사라 불렀다). 각자 1만원씩 모아서 매달 85만원씩 월급을 줬다. 다른 두 사람은 공장에 다니면서 주말에만 사원에 나오곤 했다. ㄴ이 고향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이었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를 알고 지내던 3년 동안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고, 그가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것도 본 일이 없다. 당장 자기 생계가 어려워 주변 도움을 받아야 했던 사람인데…. ㄴ이 만약 정말로 반한활동을 이끌고 테러리스트와 연관돼 있다면 왜 추방했겠나. 한국에 잡아둬야지.

- 1억원 송금설은 왜 나왔을까?

= 송금을 했다면 제발 증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돈을 모은 건 맞다. 사원을 새로 짓기 위해 전국에 있는 이슬람 친구들이 한국식 표현으로 밥 안 먹고 옷 안 입고 2년 동안 모았다. 우리에게 사원은 집만큼이나 소중하다. 기도도 하지만 당장의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첩을 펼쳐 보이며) 3주 전 사원 전체 회의 때 확인하기로는 1억2168만7천원이 현금으로 모였다. 그 돈은 지금 그대로 외환은행에 저금돼 있다. 파키스탄인, 인도네시아인들이 모두 같이 모은 돈인데 그걸 어떻게 방글라데시 정당에 보낼 수 있겠나.

- 사원에 오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가까이는 수원이나 안산, 멀게는 의정부나 경기 화성, 인천에서도 온다. 합법 체류자도 있지만 불법 체류자도 있다. 고용허가와 관련된 정보를 모르거나 당장의 생계 때문에 어쩔수 없이 불법 체류자가 된 이들이 많다

- 언론 보도 뒤 분위기가 어떤가.

= “‘반한활동’이 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한국 말도 서툴고 뜻도 낯설어서 못 알아듣는 거다. 언론 보도를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국회의원이라는 높은 사람이 아무 증거 없이 우리를 반한집단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또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기사를 쓸 수 있는지 이해할수 없다. 많은 한국 친구들이 우리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게 되지 않겠나. 그 동안에도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단속을 이유로 툭하면 사원을 드나들었는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지금 라마단(금식월) 기간인데 다들 이제 기도하기도 어려운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비자 없는 친구들은 이제 사원에 오는 것도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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