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문화적 다양성을 키울수록 미래는 밝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90년대 중반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치부되고, 일본문화 표절 시비로 얼룩졌던 한국 대중문화는 90년대 후반 ‘어느 날 문득’ 한류열풍이 일면서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 재발견됐다. 그렇다면 한국문화는 어떤 이유로 경쟁력을 가지게 됐을까?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엉뚱하고 재미있는’ 분석이 난무한다.
영화·드라마 후한 점수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저개발의 상태에 있고, 일본은 정적인 문화다. 한국은 역동성과 창의성이 있다. 문화산업에 적합한 민족성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모바일 보급률 등 인프라도 뛰어나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외모 자본의 경쟁력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김경욱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베이징과 도쿄보다 서울 거리에서 잘생긴 사람을 발견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일본문화 전문가 김지룡씨도 “일본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꼭 한국계라는 소문이 돈다. 실제 한국계인 스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재일동포들이 주류 사회에 편입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외모가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어쨌든’ 아시아에 한류열풍은 불고 있다. 한류는 음악에서 시작해 드라마를 거쳐 영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한류는 98년부터 시작해 2000년까지 이어지는 시기와 20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가 음악이 중심이었다면, 두 번째 시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확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지리적으로 보면 대만에서 시작돼 중국, 동남아시아로 확산됐고, 일본으로 번지면서 아시아적 현상이 됐다. 한류의 단기적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평가가 많지만, 장기화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영화의 한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영화의 경우, 인력이 우수하고 자본의 투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원재 문화연대 정책부장은 “DJ 정부 시절부터 문화산업을 금지와 관리의 대상에서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을 바꾸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화산업의 경우, 영화진흥법이 제정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제작 시스템이 합리화, 투명화된 것이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조건이 됐다. 한국영화의 콘텐츠적 특성도 선명하다. 심지어 로맨틱 코미디일지라도 한국영화에는 ‘사회성’이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감독, 프로듀서, 제작자 등 주요 인력이 직·간접적으로 80년 광주의 세례를 받은 세대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드라마의 지속 가능성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공중파의 막강한 자본능력이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고, SBS 개국 이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져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가장 시장이 큰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김영희 기자는 “일본 시청자들 사이에 노스탤지어 분위기가 있고, 한국 드라마가 그 욕구에 부합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한국 드라마 마니아층이 주로 30대 이상의 여성인 점도 한국 드라마가 자극하는 정서를 증명한다.
다양성 부족한 음악의 경쟁력은 취약
음악의 경쟁력은 취약한 편이다. 우선 영화에 비해 음악 분야는 기획, 투자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영화진흥법처럼 독립적인 지원법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음악의 종 다양성이 부족하다. 이동연 소장은 “한류의 지속 가능성의 토대는 문화적 다양성이다. 하지만 음악 분야는 다양성이 부족하다. 힙합, 록, 재즈, 포크까지 다양한 음악이 골고루 수준을 유지해야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돌 댄스 스타에만 한류열풍이 집중돼 있다. 몇몇 스타의 인기가 떨어지면 한류가 끝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국적 관점에서 한류를 강조하는 것도 지속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다. 문화평론가 신현준씨는 “한국의 문화상품이 한국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한류 소비자들은 국가성을 담아서 소비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보아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과 아무로 나미에가 오키나와 출신이라는 것을 그다지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국주의적인 관점을 벗어나 국제화할수록, 문화적 종다양성을 지킬수록 한류의 지속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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