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검은돈’ 받은 인사 드러나… 당시 공기업이던 KT가 한솔엠닷컴 주식을 고가에 사준 이유는?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검찰이 지난 8월17일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을 구속한 이후 그에게 검은돈을 받은 인사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현 열린우리당 의원), 이원형 전 의원 등의 이름도 나왔다. 검찰은 “조 부회장이 유종근 전 전라북도 지사에게도 2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받은 돈이 법적 처벌을 받을 성질의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일부 인사는 돈을 받은 시점에 따라 공소시효가 지났을 수도 있고, 일부 인사는 합법적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 부회장을 얽어매게 된 주식 매각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아직 검찰이 사건의 핵심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KT의 한솔엠닷컴 인수 하루 만에 통과
검찰이 조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한솔엠닷컴의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사들여 행사함으로써,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회장은 1999년 4월 자신이 대주주이던 한솔텔레콤으로부터 한솔엠닷컴(옛 한솔PCS)의 주식 588만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11억8천만원에 넘겨받은 뒤, 같은 해 10월 7천원씩에 인수권을 행사해 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이어 그는 이 주식을 2000년 6월 주당 4만원씩 모두 2300억여원에 KT에 팔아 1900억원의 매각차익을 챙겼다.
검찰의 구속영장은 언뜻 조씨가 단지 회사 관계자들과 짜고 회사 이득을 가로챈 일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주당 7천원에 산 주식을 4만원에 이르는 값에 팔아 거액을 챙길 수 있었던 과정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주식을 사준 곳이 바로 당시 공기업인 KT였기 때문이다. KT가 조 부회장의 주식을 사준 것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KT의 2000년 사업보고서에는 KT가 2000년 7월 한솔제지와 외국계 주주들에게 한솔엠닷컴의 주식 44%를 인수한 뒤, 그해 10월 588만주의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조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와 일치한다.
한솔엠닷컴 주식의 시장가격은 2000년 하반기 8830~2만2000원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KT가 조 부회장에게 비싸게 주식을 사준 근거는 무엇일까? 굳이 찾자면 그해 6월 KT가 한솔제지와 외국계 주주들에게 44%대의 주식을 넘겨받으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쳐준 가격이 기준이었을 것이다. 당시 KT는 주당 3만7천원에 주식을 사들였다. 그런데 이때의 매각 과정에도 적지 않은 의문이 있다. 당시 KT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솔엠닷컴 인수는 정부의 민영화 방안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보통신부는 아무런 반대 없이 민영화 수정 방안을 승인했다. 또 기획예산처는 KT의 장래를 결정지을 민영화 수정 방안을 12명의 민영화추진위원들로부터 서면 심의라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고는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KT의 한솔엠닷컴 인수는 남북 정상회담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던 6월15일 발표됐으며, 주식 인수가격도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외국계 투자자들도 고수익 ‘혜택’
외환위기 이후 한솔엠닷컴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 한솔엠닷컴의 주식을 벨케나다(BCI)는 20.97%나 사들였고, AIG는 13.98% 사들였다. 내국인으로는 한솔제지가 12.9%로 가장 많았다. 외국계 주주들은 주식을 7천~8천원대에 인수해, 4배의 매각차익을 남겼다. 벨케나다의 투자수익은 12억달러(1조3800억원)로 전해졌다. 은 그해 8월30일 기사에서 “벨케나다의 데릭 버니 회장은 1980년 주한 캐나다 대사로 있으면서, 당시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인연을 갖고 있다”며 외국계 투자자들의 고수익을 ‘대통령의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조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당시부터 일었던 의문의 실타래를 과연 얼마만큼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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