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제안으로 시작된 의 서명 모금운동 50만명 돌파
▣ 호치민= 구수정 전문위원 chaovietnam@hotmail.com
요즈음 베트남 젊은이들은 “안녕”이라는 인사를 “서명했어?”로 대신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일간지 가 벌이고 있는 ‘정의를 위한 서명’ 운동의 열풍이다.
서명운동은 처음에 영국-베트남 친선협회의 회장인 랜 앨디스로부터 비롯됐다. 세명의 베트남 피해자가 미 고엽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u>http://www.petitiononline.com</u>’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그들의 행동을 옹호하는 서명운동 제안서를 올렸다. “미국 정부는 물론 고엽제 제조회사들은 베트남전 참전 미군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을 했으면서도 정작 베트남인들에게는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고, 그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엽제는 미국이 아니라 베트남 땅에 뿌려졌고, 다이옥신은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사람을 가려서 그 가공할 독성을 발휘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항변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한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해왔지만,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4개월(지난 8월5일)이 지나도록 총 서명인은 3만3114명에 그쳤다. 그가 목표로 했던 33만명 서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지난 7월, 처음으로 ‘<u>http://www.petitiononline.com</u>’를 방문해서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나와 아내의 이름으로 서명을 했어요. 그 다음날 그리고 둘째날, 셋째날에도 들어갔는데, 서명인의 숫자는 별로 늘지 않았고, 그나마도 베트남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의 서명이었죠. 같은 시간, 우리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을 옹호하는 서명은 수백만명을 넘어서고 있었는데도….” 호치민시 7군에서 전자제품 상가를 운영하는 응웬 호앙이 에 “우리는 무감한가?”라는 제목의 독자편지를 보내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우리는 결코 무감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고통 앞에 무감할 수 없다” 등등 수많은 독자들의 편지가 답지하면서 지난 8월6일 신문사는 ‘정의를 위한 서명’ 캠페인을 공식 선언했다. 캠페인 시작 단 17일 만에 애초의 목표이던 30만명 서명을 훌쩍 넘어섰고, 신문사는 서명 캠페인을 ‘고엽제 고통을 나누는 모금운동’으로 좀더 확산시켰다. 그리고 캠페인 시작 한달이 되던 지난 9월6일에는 서명자가 50만명 이상으로 불어났고, 8억동(약 8천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아졌다.
이와 함께 베트남 정부는 고엽제 폐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미군이 베트남에 최초로 고엽제를 살포한 8월10일을 ‘고엽제 환자의 날’로 제정한다고 선포했다. 베트남고엽제·다이옥신피해자협회의 주관으로 열린 전국적 규모의 첫 기념행사에서 베트남 정부는 미 제조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고엽제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2명 이상의 고엽제 환자가 있는 가구에 매달 20만동에서 40만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현실화됐다.
한편, 한국 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소속 1만7천여명은 이미 지난 1999년 9월 미 다우사 등 2개의 고엽제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바 있고, 현재 그 항소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21일에는 같은 전우회 소속 4300명이 전남 여수에서 “다이옥신 제조업체인 미국 다우케미컬사는 피해를 보상하라”며 시위를 벌였고, 며칠 전에는 또 한명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 고엽제 후유증을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제 의 독자들이 던졌던 질문은 우리들 자신을 향해 꽂혀온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무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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