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의원 가계 의혹 보도하는 보수언론… 족보는 일제의 통제수단, 이름 없는 우국지사 많다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과거사 진상 규명 논란이 급기야 ‘족보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8월17일 발매된 (9월호)은 ‘김희선 의원의 독립군 가계 의혹’이라는 추적 보도를 통해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주도해온 열린우리당 김 의원의 가족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은 김 의원은 본관이 ‘의성 김씨’라고 주장했으나, 의성 김씨 대종회쪽은 김 의원 일가가 의성 김씨가 맞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의원이 작은할아버지라고 한 독립군 김학규 장군도 김 의원 주장과 달리 족보에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반은 족보에 없다
등 보수언론들은 의 보도를 근거로 일제히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김 의원의 그동안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는 김 의원이 독립운동 후손을 사칭해 이득을 본 게 아닌지 해명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일부 세력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악성 루머를 만들어내 도덕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친일 역사 청산을 비롯한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활동을 폄하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자신이 김학규 장군의 손녀가 아니라는 주장에 이어, 족보 논쟁까지 제기하는 언론의 의도를 비판했다. 증빙자료 수집에 나선 김 의원 보좌진들은 “의성 김씨 종친회로부터 김 의원 이름이 담긴 족보를 찾았다”며 “곧 해당 언론사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쪽 주장의 정당성은 법적 공방을 통해 가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족보 논쟁’은 과연 특정 성씨의 종친회 족보에 이름이 등재됐는지 여부를 근거로, 한 인물의 가족사나 출생의 뿌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독립운동가의 근본을 부정하는 듯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더 본질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족보에 이름이 없으니 가계의 근본과 뿌리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은 족보로 양반과 상놈을 가르는 전근대적 정서가 밑바탕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부터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을 운영해온 김원준 관장은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명확했던 조선 중기에는 족보를 소지할 수 있는 계급이 전 인구의 8%에 불과했고, 동학과 갑오경장을 거치면서 그 폭이 확대됐지만 아직 전체 인구의 40~50% 정도만이 족보에 등재돼 있다”며 족보를 근거로 국민 개개인의 태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더욱이 족보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의 가계를 의심하는 것은 일제가 족보를 민족 통제 수단으로 활용한 아픈 과거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족보 만들기를 허용할지 금지할지 고민하던 조선총독부는 족보 등재를 놓고 집안간 멱살 잡기까지 벌이는 것을 보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오히려 족보 만들기를 권장했고, 새로 만든 족보는 조선총독부에 납본하는 의무까지 부과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특히 “총독부의 족보 납본 정책 때문에 당시 위세를 누리던 친일 인사들은 족보에 적극적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항일 독립운동을 하는 자손을 둔 집안에서는 피해를 우려해 의도적으로 이름을 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족보에 없다고 시비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족보 근거로 독립운동가 상처 줘서야”
실제, 김우전 광복회장은 “독립운동을 하느라 전국을 떠돌던 우국지사들은 일정한 회비를 납부하고 이름을 올리는 문중 주도의 족보 작성에 신경쓸 정도로 한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일제 때 장준하 선생과 함께 광복군에서 활동한 김유길 현 광복회 사무총장도 족보에 이름이 없다”면서 “족보를 근거로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에 상처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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