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부 마지드(가명) ㄷ시 저항세력 지도자]
▣ 아르빌= 김영미/ 분쟁취재 전문 프리랜서 PD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와 약속한 신변안전을 위해 지명과 그의 이름은 가명을 썼다. ㄷ시의 저항세력을 이끄는 아부 마지드는 “김선일씨를 살해한 건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이슬람 단체의 소행”이라며 “이라크 저항단체들은 비겁하게 민간인을 죽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질로 잡혀 있다 희생된 한국인 김선일씨 소식을 들었는가.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라크의 저항세력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처럼 이라크 군인 출신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그룹과 마을에서 평범한 농민이나 상인으로 있다가 미군 점령에 반대해 조직된 그룹, 남들이 다 일어나니까 동참하는 그룹, 그리고 다른 나라, 즉 시리아나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온 이슬람 단체들이 만든 그룹 등이다. 언론들은 마치 이라크 사람들이 한국인을 죽인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이라크 사람들이 한 짓이 아니다.
-그럼 누가 김선일씨를 살해했다고 생각하나.
=우리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이슬람 단체의 소행으로 알고 있다. 지금 이라크는 국경이 없다. 어느 곳에서든 쉽게 이라크로 들어온다. 지난해 라마단(금식월)을 계기로 외부에서 많은 이슬람 단체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우리 이라크 사람들까지 서슴없이 죽이고 여자와 아이를 납치한다. 우리도 그들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이라크 사람들이 젊은이(김선일)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떻게 이번 사건이 외부 세력의 짓이라고 확신하는가.
=텔레비전을 통해 살해 장면 비디오를 보았다. 그들의 아랍어 발음은 이라크 발음이 아니다. 아랍권은 나라마다 아랍어를 공통으로 쓰지만 각자 특유의 발음이 있다. 그들의 발음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의 것이었다.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인, 그것도 민간인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수가 없다. 우리가 쓰는 전기도 한국 회사가 만들었다고 들었다. 또 대부분의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과 그를 따르는 동맹국 군대에 적개심을 갖고 있지 민간인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언론은 요르단 출신 알 자르카위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도 알 자르카위의 소행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틀린 이야기다. 우리는 특히 요르단 사람들을 싫어한다. 우리가 경제제재를 받을 때, 그 처지를 악용해 돈을 벌고 미국과 가까워지려고 아부한 요르단 사람들을 증오한다. 그런 요르단 사람인 알 자르카위를 팔루자에서 누가 보호하겠는가. 오히려 팔루자 사람들은 그를 잡아서 쫓아낼 것이다. 팔루자는 씨족사회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옆집이나 뒷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금방 안다. 더더구나 요르단 사람이면 더 잘 알 수 있다. (김선일씨 사건은) 아마 바그다드 근처에서 외부 세력들이 만든 은신처에서 저질러진 사건일 것이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외국에서 유입된 세력들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와 상관없이 잃어버린 이라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이지, 알라만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유입된 이슬람 과격단체가 왜 이라크에 파병될 한국군 철수를 언급했다고 생각하나.
=그건 단순히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사건의 책임을 우리 같은 순수한 그룹에 전가하기 위해서다. 물론 우리는 외국군에 대해서는 아내와 아이들을 바쳐서라도 싸울 것이다. 직접 미군과 연합군과 싸울 것이다. 그렇지만 비겁하게 힘없는 민간인을 죽이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희생된 한국 젊은이에게 애도를 표시한다.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하는지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아마 한국 사람들은 모든 이라크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줄 알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내가 아부 압달라를 잃은 뒤 슬퍼했듯이 한국인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이라크 사람들도 슬퍼하고 있음을 알아달라. 이라크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한국인들과 더 이상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김문수, “내란공범” 외친 시민 빤히 보면서 “경찰 불러”
한덕수, 오늘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무게
‘내란당’ 오명 반성은 어디로…‘이재명 혐오 확산’ 사활 건 국힘
경호처가 윤석열 수사 거듭 막는데…한덕수 ‘강 건너 불구경’
‘기억의 습작’ 그룹 전람회 출신 서동욱 별세…향년 50
‘수취 거부’ 버티는 윤석열…탄핵심판 결론은 언제 나올까
‘권’모술‘수’ 세트 [그림판]
1호 헌법연구관 “윤석열 만장일치 탄핵…박근혜보다 사유 중대”
[단독] 동덕여대에 대자보 쓴 아빠 심정 “학교, 학생들 인격 무시”
‘야당 비판’ 유인촌, 결국 사과…“계엄은 잘못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