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김천호 사장은 왜 김선일씨 납치 사실을 주이라크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을까. 선병주 변호사는 그 이유를 김씨의 경험과 자신감에서 찾았다. 김 사장이 중동에서 15년 동안 사업하면서 쌓은 경험을 너무 믿은 나머지 스스로 김씨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선 변호사는 “이라크에서는 무장세력에 납치되면 대사관이나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절대 알리지 않는 게 관행이다”며 “납치 사실을 공공기관에 알리면 곧바로 살해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런 상황을 수없이 봐왔고, 실제로 김씨가 납치되자 곧바로 현지인 변호사를 고용해 협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선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김 사장이 대사관에 김씨 납치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김씨를 꼭 구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인 변호사를 동원한 협상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6월18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기 전까지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선 변호사는 “6월18일 무렵 김 사장은 이만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무장세력에 전해줄 과일과 꽃을 준비해 이만 변호사에게 건네주기도 했다”며 “그만큼 협상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무장세력이 돈을 요구할 것에 대비해 현금 50만달러까지 준비했으나, 무장세력은 단 한 차례도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김씨가 살해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선 변호사는 전했다. 선 변호사는 “김 사장은 이라크에 돌아가서 김선일씨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어 이라크 난민을 돕는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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